지혜사랑 시선 72
<<사소한, 아주 사소한>>
원무현 지음
2012년 12월 15일 초판 1쇄 발행
규격 : 4x6판 120x185 mm 양장(하드카바)
정가 : 10,000원
도서 출판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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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하여
울음들 다 떠난 적막한 빈소
마른 손수건이 한 장
---[매미허물] 전문
암컷이 체력을 비축하고 있다
새끼를 낳기 위해, 수컷을 잡아먹고 있다
아직 볼 것이 남은 눈알을 먹고
아직 갈 곳이 남은 날개를 먹고
아직도 꿈과 이상이 펌프질 하는 심장을 먹어치운다
(뭐 그다지 놀랄 일 아닌 부류는 곤충학자 뿐만 아니다)
순산한 암컷,
지아비는 안중에 없고
새끼가 있는 새로운 가정 위에
더듬이를 내려놓고 엎드린다
등을 덮고 있는 긴 날개가 미사보처럼 반짝인다
고요와 평화가 깔리는 풀밭
밀려오는 하오의 나른함
이건 틀림없이 사마귀의 세계다
----[사소한, 아주 사소한 발견] 전문
수몰지구와 방공호와 빈 무덤 같은 데서 시간의 에너지를 읽는, 건너편으로 지워지는 것들과 함께 글썽이며 살아가는 원무현의 肉文에 하루 종일 붙들린다.
- 황학주 시인
고향은 멀고 부모님은 돌아가셨다. 내 친구 무현이의 ‘받아쓰기’를 읽다가 울적해져서 나는 괜히 창밖이나 한참 내다본다. 에잇, 나쁜 놈! 사람을 이렇게 심란하게 만드는 건 옳은 일이 아니다. 너의 백수와 실로암공원묘지 시절과 그간의 사정들을 내 빤히 알고 있느니, 좌우지간 삶은 개떡 같고 네 눈빛이며 몸빛인 시는 깨끗하다. 모든 것이 끝내 회복되지 않을지라도 언제나 희망의 편인 네가 안쓰럽고 미덥다. 무현아. 알지? 말(시)은 덧칠하고 개칠하는 게 아니다. 시(말)를 신뢰하지 않고 사람을 신뢰하며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그러므로 잘못 산 것도 잘못된 것도 아무 것도 없다. 언제나 나보다는 네가 한 수 위. 나는 한 수 위인 사람을 만나면 텁석 끌어안는 버릇이 있다. 보고 싶다.
- 유홍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