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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만남의 美學
조홍규, 송종애 CC
만남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인생에서 부모-자식, 형제자매, 친구, 연인, 스승-제자 등이 있는가 하면 신과의 만남, 취미와의 만남, 자연과의 만남에서부터 특정상황과의 만남 등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종류의 만남이 있다.
특히 초등교육계에 있는 우리들에게 있어 새 학년도가 시작되어 새로운 아이들과의 만남은 매우 소중하다고 할 것이다. 어떤 담임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생활이 더없이 즐거우며 자신의 잠재능력을 기대 이상으로 발현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동양과 서양의 만남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넓은 하늘을 보게 되는 경지에 이르며, 1+1은 1이 아니라 무한대가 되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동양인은 각 개체간의 관계와 그 사이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동사’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氣와 場의 사고를 하는데 비하여 서양인은 각 개체의 이름인 ‘명사’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분석적 사고를 한다.
주변상황을 항상 고려하여 상대방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는 동양식 관점을 ‘아웃사이더 관점’이라고 하는데 비하여 자기를 중심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자신의 주장과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데 익숙한 서양식 관점을 ’인사이더 관점‘이라고 한다. 동양인은 말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어투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반면 서양인은 말의 내용과 의미에 집중한다.
이렇듯 상반된 문화를 지닌 동양과 서양이 만나서 새로운 문화를 꽃피운 터키를 찾으면서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고 기대가 컸다. 또한 졸업 후 31년 만에 처음 만나는 친구도 있어 그 설렘은 바람이 가득 찬 풍선 같았다.
터키 관련 가이드북 몇 권을 읽으면서 새로운 지명과 용어들을 익히었고, 터키의 세계유산·한국과의 관계·일상생활 터키의 자연과 문화·정치와 사회 등에 대하여 부지런히 탐색하였다. 수도는 앙카라, 면적은 대한민국의 8배, 인구는 7천만 명, 화폐는 리라(650원), 종교는 이슬람교 수니파가 98%, 언어는 터키어, 교육은 의무교육 8년이며 공립학교는 무상이라는 사실 등을 메모하였다.
특히 포도 씨로 만들었다는 라크(LAKI, 알콜 45%)는 물을 희석(20:80)하여 마시는데, 원액에 물을 부으면 우윳빛으로 변한다고 하여 호기심이 발동되었으며 우리의 소주나 막걸리와는 맛이 어떻게 다를까 무척 궁금했다.
캄보디아·태국, 중국 황산의 수학여행에 이어 이번 터키로의 인교18회 수학여행 역시 기획하고 준비한 김정덕, 임종욱, 양득일 친구들이 설계한 여행 동선은 다음과 같았다. 터키는 흑해, 지중해, 에게해 등으로 둘러싸여 우리와 같이 반도라는 자연환경에 공통점이 있으며 동부와 북부는 산악지대로서 개발이 안 되었고 문화유적도 적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여행일정이 이와 같다. 특색 있고 개성이 넘치는 코스를 기획하려면 제반 여건이 충분하지 않아 매우 힘들겠지만 판박이 패키지여행을 답습한다는 점에서 약간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추억의 터기 수학여행 일정과 일어난 일들을 모두 기록할 수는 없어도 인교18회 동기간의 만남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승화시키기 위하여 인상 깊었던 몇 군데와 일화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럴 때는 몇 안 되는 미추홀 캠퍼스 커플 중 하나라는 점이 행복하고 ‘남쪽’모임이 있어 수원부터 동행할 수 있음에 기쁘고 외롭지 않다. 이번에는 우리 부부와 시인이자 서예가인 박노빈, 처음으로 참여한 채경순이 동승한 승용차의 엑셀레이터를 밟아 1월 18일 09시에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11시간 30분의 비행 끝에 동서양 만남의 상징이자 터키 제1의 도시 이스탄불에 있는 아타튀르크(Atatürk) 공항에 도착하여 1박을 하였다. 다음 날 터키항공을 이용하여 제2의 도시이자 수도인 앙카라에서 6·25 참전 용사들을 기리는 참전비가 있는 한국공원에서 묵념을 하였는데 그들의 넋을 위로하는 듯 비가 왔다.
지난 6월에 교장자격연수 과정으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를 탐방할 때도 고등학교 시절과 20년 전에 성균관대에서 4년간 독어독문학을 전공한 독일어를 새롭게 떠올리며 생활어를 현지에서 조금씩 구사해 보았다. 그런데 매우 생소하게만 느꼈던 터키어에 Atatürk, Göreme 등에서와 같이 움라우트(고고 독일어나 고대 영어에 i, j 앞에 a, o, u가 각각 ε, ø, y로 바뀌는 움라우트 현상. 이 셋은 독일어 철자 ä, ö, ü로 적는데 철자의 명칭은 각각 a움라우트, o움라우트, u움라우트이다-모음 ‘ㅏ’, ‘ㅓ’, ‘ㅗ’, ‘ㅜ’ 따위가 뒤에 이어지는 ‘ㅣ’ 모음의 영향을 받아 ‘ㅐ’, ‘ㅔ’, ‘ㅚ’, ‘ㅟ’ 등으로 바뀌는 현상)가 많이 표현된 것을 보고 그들의 언어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수학여행단만의 전용 버스를 타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소금호수를 탐방하고 4시간의 여행 끝에 카파도키아에 이르렀다. 이번 터키 탐방 코스 중에서 가장 동부로 이동해 왔으며 지명에서 풍기는 딱딱함과는 달리 하얗고 솜털 같은 함박눈이 괴뢰메(Göreme)계곡을 뒤덮었다. 이번 겨울은 우리나라도 매서운 한파가 극성을 부리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어려움이 많다. 그런데 이역만리까지 와서 생각지도 않은 폭설을 맞으니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다. 더구나 전용버스가 길이 미끄러워 멀리 우회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곳은 ‘자연’이라는 이름의 조각가가 이 세상에 둘도 없는 풍경을 만들어 내고, 여기에 사람도 동참해 조각을 하였다고 한다. 종횡으로 펼쳐진 괴뢰메 야외박물관, 우치사르(비둘기 계곡), 데브란트 계곡, 파샤바 계곡 등에 ‘요정의 굴뚝’이라 불리는 기암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가는 곳마다 동굴 주거지가 나타난다. 숨어 지내는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크리스트교 신앙 때문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터키인들은 이곳을 ‘보아서는 안 되는 것(괴레메)’이라고 부른다.
<사랑하는 부부가 괴레뫼에 서다> <괴뢰메 계곡의 설경>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것은 동굴호텔과 콘야로 이동 중에 탐방한 데린구유였다. 모두가 5성급 호텔인 7개의 숙박업소를 이용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사암으로 이루어진 언덕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 건축한 동굴호텔(GRAND CAVE SUITS)은 시내의 어떤 호텔보다도 편의시설이 매우 잘 구비되었다. 뿐만 아니라 공간도 넓어서 수학여행단 모두가 한 방에 모여
친교의 밤을 보낼 수 있었다.
<겉에서 보기엔 평범한 동굴호텔 출입구> <예술인 침대가 놓인 거실>
<편안한 느낌을 주는 욕조> <저절로 아름다워지는 화장대>
<고급스런 샤워 부스> <사랑방 같은 공간>
데린구유(Derinkuyu)는 깊이 85m, 지하 8층, 수용인원 20,000명이라고 한다. 현대의 발달된 특수장비도 전혀 없었던 그 옛날에 어떻게 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지하도시를 건설하였을지 의문이며 신비로움에 넋을 잃었다. 데린구유는 ‘깊은 우물’이라는 뜻으로 직경 1m 남짓한 수직으로 된 구멍이 지하 구조를 관통하고 있다. 이 구멍은 모든 층에서 물을 공급받을 수 있으며 통기구의 역할도 담당한다. 포도주가 물의 역할을 대신하였다고 하며 소변은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고 하나 상하수도와 전기시설 없이 어떻게 생활하였을까 의문스러우면서 크리스트교 신앙의 위대함을 새롭게
느꼈다.
<지상의 환기통 입구> <지상에서 지하 8층까지 이어진 환기통로>
<부엌에 설치되어 물을 대신한 포도주 통로> <주통로에서 이어지는 수많은 작은 통로>
그렇게 많은 흙을 무엇으로 팠으며, 지상으로는 어떻게 운반하고, 태산 같은 흙은 어떻게 감시의 눈을 피해 처리했을까? 그 흙의 양만큼이나 많은 의문이 더해졌다. 위층은 생활공간으로, 아래층은 창고와 은신처로 사용했다. 이곳에서 발견된 히타이트 유물과 사자상은 네우쉐히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1839년에 반란을 일으킨 이집트의 주지사가 터키의 본토까지 쳐들어왔을 때 근방의 주민들이 이곳으로 피신했다고 한다. 마을을 연결하는 통로 중간 중간에 맷돌처럼 생긴 커다란 바위 문이 있어서 카이막클르까지 연결되어있었다는데(약 10km) 지금은 붕괴된 상태다.
콘야의 아네몬 콘야(Anemon Konya)호텔에서 숙박을 한 후 남부의 휴양도시 안탈리아로 이동하는 중에(6시간 소요) 토로스 산맥을 넘으며 차내에서 토크쇼가 진행되었다. 주제는 ‘사랑과 건강’이었으며 고부간의 극심한 갈등·남편과의 갈등을 넘어선 가족 간의 사랑이야기, 질병진료에 대한 오진과 잘못된 처방으로 인한 고통 극복에 대한 고발, 야생화에 대한 열정과 사랑, 건강을 위한 등산을 하면서 겪은 희귀한 경험담 등이 이어졌다.
<토로스 산맥의 멋진 설경> <토로스 산맥 정상에 위치한 휴게소>
<차내에서 와인칵테일 파티와 함께 진행된 토크쇼 모습>
나도 스티븐 코비 박사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The 7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을 읽고 익히며, 高價의 FT과정을 수료하면서, 플랭크린 플래너를 6년간 활용하면서 생활의 일부가 된 매일의 팔굽혀펴기(300회), 허리돌리기(1,000회) 운동을 소개하였다. 하지만 건강보다는 사랑이 먼저고, 희귀성 때문에 평점이 후순위에 머물러 상금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런 이벤트를 통하여 장시간 이동의 지루함을 덜고, 동기들 간에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으며, 친밀감을 쌓을 수 있어 매우 좋았다.
차내에서의 기분 좋은 이벤트를 마치며 도착한 아스펜도스 도시는 대단한 감흥을 주었다. 특히 AD 2세기에 후반에 유명한 건축가 제노에 의해 건축되었다는 원형극장은 그 보존성과 과학성에 넋을 잃게 하였다. 관중석의 일부는 아크로폴리스 옆의 언덕에 의지하여 지어졌으며 높이 25m, 길이는 110m, 2만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무대 뒤 통풍구에서 외부의 공기가 유입됨으로써 원형의 관중석에 공연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게 하였다. 음악반 친구들의 가곡 열창, 수학여행단의 ‘사랑해’ 곡의 합창이 성능 좋은 마이크를 사용한 것처럼 원형극장을 가득 채웠다. 세계적인 성악가와 가수들이 된 기분이었다.
<아스펜도스 원형극장의 전경-멀리 네모난 구멍처럼 보이는 곳이 무대>
<원형극장에서 부부 각자가 폼을 잡다>
안탈리아의 구시가지·항구와 파묵깔레의 고대도시 히에라폴리스·에페소·포도주 마을 쉬린제 등을 관람하고, 탐방 마지막 날에는 이즈마르에서 비행기를 이용하여 동서양 만남의 상징인 이스탄불로 되돌아 왔다.
성소피아 성당·톱카프 궁전·블루모스크·그랜드바자르 등을 탐방하고, 보스포러스 해협을
전세선으로 유람하면서 쪽빛 바다와 동서양의 풍경들을 관람하였다. 역사를 거슬러 고대로
돌아온 듯한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무리지어 가까이 날아온 기러기들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번 터키 수학여행은 고대문화와의 만남, 대학동기들과 내면의 만남을 이룬 매우 의미
깊은 경험이었다고 자부하며, 끝으로 터키 특유의 음식 몇 가지를 소개하며 글을 마치려고 한다.
<되뇌르 케밤-양고기> <항아리 케밥> <쿄프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