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해변을 찾은 사람들의 추억을 담고 있는 바다는 백사장의 뜨거운 열기와
깔깔대며 파도에 몸을 맡기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기억하고 있을까?
폭풍이 예고된 경포 해변을 찾았더니 백사장에는 파도에 떠 밀려온 조개와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패잔병처럼 흩어져 있었다.
허리를 굽혀 반짝이는 물체를 줍고 보니 바다 유리인 '씨 글라스' 였다.
깨진 유리 조각이 오랜 세월 모래에 깎이고 파도에 씻기고
바람을 만나 고운 색깔의 보석처럼 변한 것이 '씨 글라스'다.
초록,사파이어 블루,핑크,갈색,그레이 등 색색의 돌이 원석처럼 모래 속에 파 묻혔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촤르르~~모래톱에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마모된 유리조각은
같은 모습으로 닳고 닳은 나무 조각,조개 껍데기와 함께 나타난다.
폭풍이 지나간 후 해변에는 바다와 어울리지 않는 쓰레기가 쌓인다.
깨끗한 백사장과 푸른 바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은 낭만적이다.
그러나 바다는 사람들의 욕망과 이기심이 버린 수많은 쓰레기의 종착지이기도 하다.
바다는 우리가 보지 못 하는 많은 것을 품고 있다.
'씨 글라스'는 인간 삶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날카롭던 원래의 모습에서 탈피해 은은한 빛깔의 유리가 되었다.
세월의 파도에 시달린 인간이 원만한 성품이 되어 자연의 흐름 속에
순응하게 되는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