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톨릭 성지순례
23. <스페인> 몬세라트(Monserrat) 수도원과 성당
몬세라트 수도원 건물 / 수도원 앞 광장 /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계곡 풍광
나는 스페인 여행 중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몬세라트 수도원(Monestir de Montserrat)....
몬세라트 수도원은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열차를 타고 북서쪽으로 1시간쯤 거리에 있다.
열차가 도시를 벗어나 평화스러운 농촌 풍경을 즐기며 달리다 보면 갑자기 엄청난 바위산을 만나게 되는데 그 바위산 중턱에 몬세라트 수도원이 있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인 바위산은 둥글둥글 기묘한 형상들로 둘러서 있고 그 중턱에 수도원과 성당이 있는데 열차에서 내려 쳐다보면 까마득하게 보인다. 이 몬세라트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우리처럼 열차를 타고 가는 방법과 1일짜리 패키지 관광버스로 가는 방법이다.
또, 열차를 타고 가서도 몬세라트 역에서 내려 케이블카를 타는 방법이 있고 한 역을 더 가서 등산열차(푸니쿨라)를 타는 방법이 있다. 우리는 몬세라트 역에서 내려 케이블카를 탔는데 기차역 안내판에는 스페인어와 카탈루냐어(이 지역 언어) 두 가지로 기록되어 있었다.
케이블카는 30명 정원의 꼭 새장 같은 모양인데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가서 얼른 줄을 서야 한다. 시내에서 열차표를 살 때 이미 포함이 되었기 때문에 따로 표를 살 필요는 없고, 케이블카는 30분마다 한 대씩 운행되는데 오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5분 정도이다.
이곳의 역사는 서기 800년대, 기독교 은둔자들이 이곳 바위산에 은거하고 있던 데서 시작되는데 가톨릭 수도회인 베네딕토(Benedictus) 수도원이 이 지역에 대한 관할권을 부여받았다고 한다.
11세기에서 15세기 초까지 번창하던 베네딕토회는 1410년, 대 수도원으로 독립하여 1560년 현재의 수도원을, 1755년에는 바실리카 성당을 지었는데 1811년 프랑스 나폴레옹의 군대에 의해 상당한 부분이 파손되고 수도사들도 많이 처참한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그 후 19세기 중반에 재건하여 수도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20세기 초에 들어서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는데, 지금은 베네딕토 수도회의 수도원으로 약 80여 명의 수도사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이 수도원의 정식 명칭은 베네딕투스 수도회의 ‘산타마리아 몬세라트 수도원(Santa Maria of Montserrat Abbey)’으로, 치유의 기적을 베푸는 오래된 ‘검은 성모자(聖母子) 목조상(木彫像)’으로 유명하다.
이 목조상은 성 누가(St. Luke)가 조각하고 사도 베드로(St. Peter)가 스페인으로 가져온 것으로 전해지며, 무어(Moor)인이 지배할 당시 동굴 속에 감춰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잊어버렸는데 서기 880년 목동들에게 밝은 빛과 함께 천상(天上)의 음악이 들려 빛이 있는 쪽을 따라가 보았더니 동굴 안에 검은 성모상이 있었다고 한다.
검은 성모님 뵈러 가는 통로 / 몬세라트 성당 제단 / 성당 내부 모습
목동들은 놀라 만레사 주교님에게 알렸고 주교님은 성모상을 옮기려 하였지만, 꼼짝도 하지 않아 성모상이 있어야 할 곳은 이곳이라며 이곳에 작은 성당을 세웠다고 한다.
이곳 만레사(Manresa)는 이냐시오 성인(Saint Ignatius of Antioch)이 사시던 마을이다.
검은 성모상을 알현하려면 성당으로 들어서자마자 오른편으로 문이 있는데 이곳으로 들어가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본당 정면의 제단 뒤쪽으로 가는 좁은 통로가 이어진다.
이 통로는 참배자(參拜者)들로 항상 기다란 줄이 늘어서는데 제단 바로 뒤쪽 2층의 작은 방에 검은 성모님이 모셔져 있다. 본당에 있는 사람들도 머리를 들어 제단 뒤쪽을 보면 검은 성모님을 알현(謁見)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검은 성모님은 둥근 유리로 막아놓고 오른쪽에 작은 구멍을 뚫어놓았는데 그곳에 구슬을 들고 있는 성모님의 손이 있는데 이 구슬을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성모님이 계시는 이 작은 방으로 들어가는 문은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잠벌(暫罰)을 사해주는 전대사(全大赦)의 은혜를 내리는 ‘자비(慈悲)의 문’으로 지정하신 문이다.
성모님을 모신 작은 방으로 오르는 계단 바로 옆에는 성가대 복장의 소년 조각상이 있는데 슬픈 일화(逸話)가 있다. 이 근처 동네에 살던 한 소년이 큰 병을 앓고 있었는데 소년은 에스꼴라니아 성가대에 들어가는 것이 소원이었다고 한다.
에스콜라니아 성가대 / 성당은 미사 중 / 검은 성모님 알현(謁見)
에스꼴라니아 성가대는 오직 어린이들만 부를 수 있는 소년합창단(少年合唱團)이다.
소년의 사연을 알게 된 수도원에서는 단 하루지만 에스콜라니아 성가대원이 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어 소년은 그토록 원하던 성가대 옷을 입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소년은 안타깝게도 얼마 뒤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소년의 부모는 아들의 소원을 이루어 준 성당과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에 에스콜라니아 성가대 복장을 한 아들의 상(像)을 조각하여 수도원(修道院)에 기증했다고 한다.
예수님과 12사도(성당 입구) / 성당 입구 / 소년 조각상
‘빈 소년합창단’, ‘파리 나무 십자가 소년합창단’과 더불어 세계 3대 소년합창단으로 꼽히는 ‘에스꼴라니아 소년합창단’은 이곳을 방문하는 순례객들과 관광객들을 위하여 무료로 매일 오후 1시에 2곡을 부른다고 하는데 한 곡은 하느님께, 또 한 곡은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순례자들을 위하여 부른다고 한다. 그리고 에스콜라니아 성가대는 이곳에서만 노래를 부르고 성당 바깥에서는 절대로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하느님 앞에 너무나 부족한 제가 이 영광스러운 하느님의 은총을 모두 입는 은혜를 받았습니다. 아~ 멘~
검은 성모님을 알현하고 뒷문으로 나오면 성당 뒤편에 둘러서 있는 바위 절벽을 만나게 된다.
성모님께 촛불 봉헌 / 수도원 산의 뒤편 순례길 / 길옆 모든 곳에 성모님 그림
그 절벽 아래로 순례자들이 봉헌한 색색의 촛불들로 온통 꽃밭을 이루고 있다. 초 하나에 2유로....
나는 물론 기꺼이, 그런데 장로교 장로님이신 대학 후배 임(林) 교장도 선뜻 초를 봉헌한다.
그것도 진지한 모습으로 머리를 숙이고 간절한 모습으로 기도를 드리고....
함께 유럽여행을 하던 후배 임(林) 교장은 가톨릭이 아니고 장로교인데 나를 여러 번 놀라게 한다.
카탈루냐 전통무용(수도원 앞 광장) / 수도원 앞 절벽 위의 공연장 / 아슬아슬한 조각 작품
수도원 앞 광장으로 나오니 마침 일요일이라서인지 민속공연단이 와서 카탈루냐 지방 민속무용을 공연하고 있었다. 남녀 무용단의 공연은 물론 성극(聖劇)도 하고 어린이들 무용도 공연하는데 관광객들을 위한 무료공연이다. 30분 정도 관람 후 수도원 뒤쪽으로 돌아가 보았는데 절벽 끄트머리에 몇 가지 기념 조형물들이 있었고, 산 뒤쪽으로 돌아가면 산허리를 돌아가는 오솔길이 보인다. 호기심에 오솔길로 들어섰는데 길옆의 모든 바위에 성인들과 성모님 그림이 붙어있고 하나같이 꽃들로 장식되어 있는... 그야말로 순례(巡禮)의 길이다. 20분쯤 가다가 되돌아섰는데 계속 가면 아마 산 중턱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수도원이 나올 것 같지만 한 시간 정도로는 될 것 같지도 않아서 포기하고 말았다.
수도원 옆 절벽 위쪽에는 공연장인가 반원형 아치로 둘러싼 마당도 보이고 기묘한 조각도 보인다. 광장에서 보면 훨씬 위쪽 절벽 끝에 십자가상이 보이는데 산 호안(Sant Joan) 성당이라고 한다. 멋져 보였지만, 올라갈 자신이 없어 포기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아쉽다.
1881년, 교황 레오 13세는 이 검은 성모상을 카탈루냐의 수호 성물(聖物)로 선포하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