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나라 인도(印度)
<4> 고대도시 함피(Hampi)
♦ 호스페트(Hospet)와 함피(Hampi)
대 유적지인 함피(Hampi)와 파타다칼(Pattadakal) 등을 관광하기 위해서는 먼저 호스페트(Hospet, 일명 Hosapete)로 가야 하는데 벵갈루루에서 5시 10분에 출발하여 오후 1시경 도착하였으니 버스로 여덟 시간이나 걸린 셈인데 거리는 300km쯤 되는 모양이다.
이곳은 데칸(Deccan)고원의 끝자락으로,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은 남쪽 평원지대와 사뭇 다르다.
키 크고 잎이 넓은 나무들은 사라지고 메마르고 엉성한 나무들이 이따금 씩 보이고 끝없이 넓은 평원이 계속된다. 이따금 밭들과 과수원(포도원)도 보이는데 곡식이 자라는 밭은 보이지 않는다.
호스페트가 가까워지면서 산줄기가 나타나는데 왼편으로는 호수도 보인다. 인구 20만 정도의 작은 도시 호스페트는 주변에 유적들이 흩어져 있는 관광의 거점도시이다. 체력이 너무 떨어지고 더워서 이발소에 들러 길게 길렀던 머리와 콧수염를 깎아버렸더니 한결 기분이 상쾌해진다.
이곳에서는 당나귀 떼까지 도심을 어슬렁거린다. 안 넘어가는 점심을 몇 술 뜨고는 12km 떨어진 함피를 다녀오기로 했다. 버스비는 13루피(300원).
<5> 고대 비자나가르(Vijanagar) 왕국 유적과 비루팍샤 사원
신들의 수레 라타(Ratha) / 56개 열주의 방 / 비루팍샤 사원 전경
‘바위산이 빚어낸 경이(驚異)의 고대도시’로 불리는 함피(Hampi)는 14세기에 융성했던 비자나가르 왕국(Vijanagar Empire)의 수도였다고 한다. 엄청나게 넓은 바위산 전체가 왕궁유적인데 그 넓이는 14㎢ 정도라고 한다. 왕궁 안에는 16세기 초에 세워진 힌두사원 비루팍샤(Virupaksha)가 있는데 거대한 고푸람(높이 56m)과 정교한 조각으로 가득 채워진 56개 열주의 방인 만다파(Mandapa)가 유명하다.
바로 옆에는 돌로 정교하게 깎은 신들의 수레 라타(Ratha)도 있다.
이곳은 많은 힌두 신도들의 참배객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이 비루팍샤 사원은 후일 엘로라(Ellora) 석굴사원의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안타까웠던 것은 이 귀중한 세계적 유산 한가운데를 낡은 차들이 매연을 내뿜으며 달리고, 소와 개들이 배회하면서 배설물을 쏟아내고, 심지어 유적의 좁은 돌기둥 사이로 버스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든다. 또 유적의 중심부인 사원의 바로 앞에도 버스정류장을 비롯한 많은 기념품 가게들, 또 식당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 반가운 한국 식당
식당 거리를 지나다 보니 한글로 『칼국수』라고 써 붙인 식당이 보여서 들어가 봤더니 주인은 인도사람으로 한국말은 못했지만 메뉴는 칼국수, 감자탕, 수제비, 김치볶음밥 등 상당히 다양하다.
김치와 깍두기는 한 접시에 20루피라고 적혀있고 메뉴판 빼곡히 한글 낙서들이 휘갈겨져 있다.
이곳은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관광지인 모양인데 나는 한국 사람을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김치와 깍두기를 생각하니 눈이 휘둥그레져 물어봤더니 관광 비수기라 김치, 깍두기 등 한국 음식과 반찬은 없다고 해서 그냥 돌아서고 말았다.
<6> 고고학의 공원 바다미(Badami)
바다미 동굴사원 / 반남반녀(半男半女) 신 / 전라(全裸)의 자이나교 신
다음날은 바다미 석굴사원과 대사원 파타다칼(Pattadakal) 관광인데 먼저 3시간 거리의 일깔(Ilkal)로 가야 한다. 일깔에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2시간을 더 달리면 석굴사원으로 유명한 바다미(Badami)에 이르게 되는데 여기에 호텔을 정하고 둘러봐야 한다. 바다미에 호텔을 정하고 곧바로 오토릭샤(Autosicsha/3바퀴 툭툭이)를 500루피(11,000원)에 전세해 관광길에 나섰다.
라바나파디 사원 / 후치말리 사원 / 코티구디 사원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석굴사원(Badami Cave Temple)으로 모두 네 개인데, 1~3굴은 힌두교 석굴로 6세기에, 제4굴은 자이나교 석굴로 7~8세기경 조성되었다고 하는데 3번과 4번 석굴이 특히 눈길을 끈다.
비슈누 사원인 3번 석굴은 입구 베란다의 천정 조각이 너무나 아름답다. 석굴 안에는 우반신은 남자로, 좌반신은 여자로 조각된 아르다나리쉬바라(Ardhanarishvara) 신상(神像)이 눈길을 끈다. 가슴을 보면 왼쪽 반과 오른쪽 반을 남녀로 조각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이 3번 석굴은 엘로라의 석굴군에 필적하는 예술의 완성도를 보인다고 한다. 또 4번 자이나교 석굴도 엘로라의 그것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훌륭한 석조 조각예술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북동쪽 45km 지점에 있는 아이홀레(Aihole)인데, 바다미의 고고학의 공원이라 일컬어진다고 한다. 6~8세기에 조성된 이곳은 굉장히 넓은 지역에 사원들이 들어서 있다. 입장료가 100루피인데 라바나파디(Ravanaphadi) 석굴사원, 후치말리(Hucchimalli) 사원, 코티구디(Konti Gudi) 사원 등 이루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이 있다.
<7> 세계 문화유산 파타다칼(Pattadakal)
아이홀레(Aihole)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목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명한 힌두사원 파타다칼(Pattadakal 혹은 Pattadkal)이 있다.(바다미에서 22km)
파타다칼(Pattadakal)은 AD 7~8세기, 찰루키아 왕조(Calukya dynasty) 때 건축되었다는데 이 엄청난 유적은 인도 석조건축의 최고봉으로 꼽힌다고 한다. 입장료 250루피를 내고 들어가면, 먼저 잘 정돈된 잔디밭이 나타나고 그 잔디밭 너머로 어마어마한 석조 건축물이 나타나는데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은 이루 형언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이 파타다칼은 9개의 힌두사원이 서로 맞닿을 듯 마치 하나의 건축물처럼 모여 있는데 각각 모양과 크기가 다르며, 외부 벽면을 가득 메운 현란한 힌두세계의 다양한 부조들은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한다.
세계문화유산 파타다칼(Pattadakal)
♦ 바가지 환전
엊그제 호스페트에서 환전을 했어야 하는데, 마침 일요일이어서 그냥 왔더니 바다미에 은행이나 환전소가 없다. 생각지도 않은 유적 입장료를 내다보니 택시비도 모자라 택시기사에게 부탁하여 제일 크다는 호텔에 가서 환전하려고 했더니 100달러에 3.700루피밖에 못 준단다.(정상적인 환율이면 4.500루피)
기가 막혀서 다른 곳은 없냐니까 옆의 카페에 가보란다. 그곳에서는 한술 더 떠서 3.000루피를 주겠다고 한다. 나보다 택시기사가 더 안절부절 걱정을 하기에 할 수 없이 호텔에서 100달러를 주고 3.700루피에 환전할 수밖에 없었다. 800루피(1만 8천 원) 이상을 그냥 도둑맞은 기분이다.
오토릭샤(Autoricsha) 기사가 자청하여 친절하게 가이드 역할까지 해 준데다 환전하려고 나를 태우고 이곳저곳을 다녀준 너무 고마워 1일 대절료 500루피(1만 1천 원)에 150루피(3천 5백 원)를 팁으로 얹어주었더니 매우 고마워한다. 기사가 데려다준 기차역에서 7시 35분, 비자푸르행 기차(기차비 40루피:920원)를 탔는데 10시 30분경에 비자푸르에 도착했으니 3시간 기차를 탔다. 그런데 차비가 고작 우리 돈 920원이라니...
<8> 무슬림의 성지 비자푸르(Bijapur)
무너진 비자푸르 성곽과 해자(垓字) / 무함마드의 능묘 골 굼바즈
인구 30만 정도의 자그마한 카르나타카 주 북부도시 비자푸르는 5~6세기 무슬림 왕국이었다고 한다.
비자푸르(Bijapur)는 이슬람 왕조인 아딜샤히 왕조(Adil Shahi Dynasty)가 번영을 누리던 곳이다.
이곳에는 아딜샤히 왕의 능묘인 이슬람 건축양식인 거대한 돔 형태(모스크/Mosque)의 건축물인 골 굼바즈(Gol Gumbaz)로 유명하며, 당시 왕궁터와 성벽을 둘러쌌던 해자(垓字)도 남아있다. 성곽과 왕궁유적은 많이 훼손되어 그다지 화려하지 않지만 제6대 왕이었던 무함마드의 능묘로 건축되었다는 거대하고 화려한 돔(Dome) 형식의 이슬람 건축물 골 굼바즈(Gol Gumbaz)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골 굼바즈는 바티칸의 성 바오로 성당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는 돔 형식의 건축물이라고 하는데, 비자푸르(Bijapur)는 ‘이슬람 승리의 도시’라는 의미라고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시내 관광에 나섰는데 제일 먼저 호텔 바로 앞에 거대한 모스크가 인상적인 골 굼바즈로 향했다. 깊은 해자로 둘러싸인 성곽의 가장자리 부분에 세워진 골 굼바즈는 잘 가꾸어진 잔디밭 가운데로 넓고 곧은길이 시원하게 뚫려 있다.
수목이 우거진 아름다운 정원과 더불어 박물관도 함께 있다는데 시간이 너무 일러 문을 열지 않아 내부는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만 둘러보았다.
골 굼바즈 바로 앞의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따라 시내로 들어가면 가운데쯤, 다시 자그마한 성곽 유적이 다시 나타난다. 결국, 2중구조의 성곽인 셈인데 그 안쪽에 왕궁유적이 있다. 왕궁건물은 가간마할(Gagan Mahal), 대 회의장이나 연회장으로 짐작되는 사트 만질(Sat Manzil), 높은 첨탑이 인상적인 나르심하 사원(Narsimha Temple) 등이 밀집해 있는데 몹시 훼손이 심하였지만 그 위용은 당당했다.
거리 모습 / 비자푸르 왕궁 / 나르심하 사원(사트 만질)
어저께부터 살살 신호가 오던 복통이 더욱 심해져서 약방에서 약을 사 먹었는데도 설사가 시작된다.
관광을 중도에 포기하고 서둘러 호텔로 돌아와 약을 먹고 종일토록 침대에서 쉬었다. 인도 음식이 워낙 향이 강하여 그러잖아도 입에 맞지 않았는데 속이 뒤틀리니 물도 잘 넘어가지 않는다. 혼자 다니는 여행은 이럴 때 가장 곤란하다. 그러나 어쩌랴, 이를 악물고 버티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