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을 켜면 ‘가족’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쉽게 볼 수 있다. 연예인 부모와 10대 자녀들이 출연해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인 「유자식 상팔자」, 인기스타들이 자녀와 함께 오지마을로 1박 2일 여행을 떠나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체험기를 그린 「아빠! 어디 가?」, 고부간의 갈등을 유쾌하게 풀어가는 스타들의 「웰컴 투 시:월드」 등이 그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을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지난날 우리들의 생활 속에는 가족 단위의 행사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가정경제도 윤택해졌고, 여가가 늘어나면서 가족공동체의 활동도 많이 생겼다. 식구들이 손잡고 전시회나 음악회장을 찾거나, 영화와 연극을 관람하기도 하며, 캠핑을 떠나거나 가족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이런 행사에는 식구들이 빠지지 않고 모두 참여해야 더욱 재미있고 즐겁게 지낼 수 있으며, 그 속에서 행복을 맛보게 된다. 며칠 전 대한어머니회 대전광역시연합회에서 주최한 『우리 가족 요리 페스티벌』 시상식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시상식장에 들어가면서 아빠·엄마·아들·딸이 함께 식장에 앉았다가 수상자 가족이 호명되는 순간 시상대 앞으로 뛰어나가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리고 상을 받는 가족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면서 소감을 물으면 한마디씩 건넬 때마다 식장이 웃음바다로 변할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식장을 메운 것은 어머니들이었고 가족은 보이질 않았다. 『우리 가족 요리 페스티벌』이 아니라 『어머니 요리대회』여서 크게 실망했다. 내년부터는 아들·딸이 재료를 다듬고, 아빠·엄마가 볶고 지지면서 온 가족의 솜씨와 웃음이 담뿍 담긴 요리 경연대회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족이 모여 웃음과 땀을 섞어 만든 음식을, 온 식구가 삥 둘러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맛있게 먹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식구들이 머리를 맞대고 음식을 만드는 동안 끈끈한 정이 솟아나고, 웃음을 터뜨리면서 함께 먹을 때에 하나가 되면서 가족 간에 믿음이 깊어갈 것이다. 이런 화목한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될 때 우리나라도 서구 유럽국가처럼 삶의 만족도가 높은 선진국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는 대한어머니회에서 주최하는 요리 경연대회가 가족 단위로 참가해서 구성원들을 하나로 결속시키며, 화기애애한 가정을 만들 수 있도록 많은 홍보와 아울러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대한민국 어머니 헌장」 3항에 ‘어머니는 아들딸에게 가정과 사회에서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도록 보람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집에서 보면 이따금 아들아이는 주방에 들어가서 엄마와 설거지를 하거나, 음식을 만드는 것을 돕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은근히 부러움을 느끼기도 하면서 미더운 생각이 든다. 나는 엄한 어머니에게서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교육을 받고 자라 부엌에 들어가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한 채 성장했다. 어머니가 안 계실 때에는 여동생들이 밥상을 차려 내왔다. 그렇지만 휴일이나 방학 때에도 늦잠을 잘 수는 없었다. 어머니는 우리들이 잠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개고 방 청소를 한 뒤에 세수해야만 아침밥을 주셨다. 그러니까 밥을 먹기 위해서라도 일어나 청소를 마치고 세수를 해야 했다. 결혼한 뒤에는 아내가 전업주부로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기 때문에 더더욱 부엌 출입을 하지 않았고, 가끔 방 청소를 하면서 아내를 도왔다. 그리고 정년퇴직한 지금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아침이면 집 안 청소를 하고 식사를 한 뒤에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요즈음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요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가 “오늘은 우리 딸이 만드는 비빔국수를 먹어보자.”고 하면 딸은 국수를 삶고, 아빠는 준비한 양념을 넣고 비벼서 고명을 얹은 비빔국수를 식탁에 내놓는단다. 또 아빠가 “우리 아들이 부치는 김치전을 먹어보자.”고 말하면 아들이 엄마와 밀가루 반죽에 묵은 지를 썰어 넣고 프라이팬을 달구어 부침개를 부쳐 올리는 일은 그리 어렵지가 않단다. 이렇게 집에서 아빠·엄마가 자녀들과 같이 요리하는 것은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일만은 아닐 것이다.
콜맨 보고서(Coleman Report)에 의하면 학습자들의 학업성취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학교가 아닌 가족 배경 즉, 가족의 환경이라고 한다. 부모의 신뢰가 깊고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의 성적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먼저 온 가족이 팔을 걷어붙이고 음식을 만들어서 거리낌 없는 대화를 나누며 함께 먹는 가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전에서 시작한 『우리 가족 요리 페스티벌』을 통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는 딸과 아빠, 아들과 엄마의 모습을 그려본다.
첫댓글 아...어느 나라 이야기일까요..부럽습니다. 어머니들만 요리대회에 나왔다니. 아이들은 어린이집 시절부터 학원 순례를 시작해서 학년 올라가며 얼굴 보기 어렵고 어쩌다 집에 있어도 일을 시키기엔 미안한 수험생이구요. 대학생이 되면 집 안일은 어디까지나 엄마의 업무로서 자기에게 시키는 건 엄마의 본인 업무 소홀로 보는 눈치입니다. 에효...땅 꺼지게 한숨이 납니다.ㅠㅠ
『우리 가족 요리 페스티벌』 시상식에 초청을 받아 참석했는데 가족이 실종되고 엄마들만 있어서 안타까워 쓴 글입니다. 그런데 강의실에서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엄마, 아빠, 가족이 요리를 만들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가웠습니다. 그래야 우리아이들의 삶의 질도 학업성취도도 높아지겠지요.
요섹남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제는 남자도 요리가 필수인 것 같아요. 아빠와 아들이 필수로 참가하는 가족 요리 대회, 생각만으로도 멋진 그림이네요^^*
저도 지난 날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그러다보니 바깥 일은 남자가 안살림은 여자가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요즈음은 요리하는 남자가 자연스런 현상인 것 같습니다. 가족 요리대회가 열리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