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새로이 운동 삼아 걷는 길은 금호역에서 내려 아파트 단지를 통과하여 금호산 위로 올라가서 그 산 정상 부위에 있는 서울숲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둘레길 구간이다.
둘레길에서 예전에 내가 살던 금호동으로 방향을 바꿔서 내려가면 경사가 심한 언덕길이 있는데 뜻박에도 이 도로변에 아주 작은 중고서점이 있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곳에 이런 서점이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않된다.
상가가 밀집한 상업지역도 아니고 근처에 학교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람의 왕래가 많은 대로변도 아닌 이곳에 서점이 있다는게 너무 의아하다.
예전에 문인들이 부업으로 서점을 운영하다가 경영난으로 결국 문을 닫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서점 주인도 혹시 문인은 아닌지!
문은 굳게 닫혀 있어 서점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바깥에서 쇼윈도에 진열된 서적 제목을 보니 제법 관심이 가는 책이 더러 눈에 띈다.
김훈의 '칼의 노래', 이문구 저 '애월당 김시습', 정약전의 '자산어보' 등의 책은 내가 평소 읽어 보고 싶어했던 책 들이다.
학창시절에는 가격이 저렴한 중고서적을 판매하는 헌책방을 자주 들락 거렸었다.
그 당시 넉넉한 가정 형편이 아니라서 왠만하면 헌책방에서 책을 구입해서 공부를 했다.
그런데다가 내가 다니던 학교 근처인 오간수 다리 부근 청계천 변에는 중고서적을 판매하는 서점이 무척 많아서 더더욱 헌책방을 자주 들락거렸던 것 같다.
문학서적은 학교 도서관에서 대출받아 읽으면 되지만 그 외 공부하는데 필요한 서적은 구입을 해서 봐야 되기에 비교적 가격이 비싼 참고서, 사전 등의 서적은 중고서적을 구입해서 공부했다.
헌책방에서 책을 고를때는 가급적이면 상태가 깨끗한 책을 골라야 된다.
책 갈피를 잘 살피면서 혹시 찢어졌거나 뜯겨져 나간 페이지가 있는지 꼼꼼히 살핀 후 구입을 했다..
헌책으로 공부를 할때 오히려 새책으로 공부하는 것 보다 더 좋은 점도 있다.
이 책의 원래 주인이 공부를 하면서 중요한 대목에 밑줄을 그어 놓아서 나름 이 대목을 주시하면서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좋고 작은 글씨로 부연해서 해설을 해 놓은 대목도 있어서 공부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곤 했다.
유어스테이지 리포터 정용자 선생님께서 쓴 글 중에 중고서점에서 구입한 헌 책갈피사이에 잘 말린 네잎 크로버를 발견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00에게 내 마음을 보낸다.'라는 메모가 발견되기도 한다고 씌여 있는 글을 읽은적이 있다.
요즘에도 중고서점을 찾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 걸 알았다.
한 2년여전에 뉴욕에 살고 있는 친구가 귀국하여 희귀본 성경 주석 책을 구입하겠다고 해서 예전의 그 헌책방엘 간 이후 중고서점에는 간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의외의 장소에서 헌책방이 있음을 알고는 여러번 닫혀 있는 이 서점에 기어이 오늘 들어갔다.
서점 주인과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가 우선 정약전의 자산어보 상,하 두권을 구입했다.
'자산어보'는 정약전(다산 정약용의 형)이 '신유박해'로 귀양가 있던 흑산도 연해의 수족(水族)을 취급한 물고기에 관한 귀한 책이다.
내가 오늘 구입한 '자산어보'는 오세영 작가가 소설로 쓴 책이다.
이 책을 다 읽으면 또 오겠노라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책을 손에 쥐니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다.
그 동안 인터넷 컴퓨터로 인해 책을 멀리 했었는데 이제부터는 독서 삼매경에 빠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