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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는 보통 나이 들어서 패키지 여행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우리도 역시 몇 번의 패키지 여행을 했으나 언제나 미진한 느낌, 바쁜 일정, 너무 잦은 이동, 등등.
그럴 즈음 우리 세 자매는(막내가 60이니 평균연령은 60대 중반이다) 자유여행을 꿈 꿨다.
‘자유여행’!, 여행과 자유라는 말이 주는 설렘을 안고 우리는 갈 곳을 물색하고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아름다운 여행 김형 사장님과 인연이 닿아 9월 18일부터 10월 8일까지 18박 21일의 여행을 하게 되었다.
터키항공으로 이스탄불을 경유하여 첫 목적지인 리스본에 도착했다. 안내서를 따라 별로 어렵지 않게 호텔을 찾을 수 있었다.
여행 가기 전, 인터넷에서 유럽여행 자료를 찾아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소매치기 주의’다. 하도 그 말을 많이 들은 지라 처음에 우리는 잔뜩 경계심을 가지고 소지품을 지키는데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면서 우리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마음을 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낯선 거리를 다니면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천사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지도를 들고 보고 있으면 그들 대부분은 도와주려고 했고 서로가 알아듣기 어려운 서투른 말로 몇 번이고 설명을 해 주었다.
여행이란 마음의 빗장을 풀고 열린 마음으로 가는 게 아닌가, 그것을 즐기려고 낯선 곳에 자기를 풀어놓고 그 두려움과 설렘 고생을 즐기려는 건데 꼭꼭 닫은 마음으론 그 즐거움을 누릴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조심은 하되 모든 이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지 말자는 생각을 했고, 그러고 나니 비로소 새로운 것, 여행에서 내가 느끼고자 했던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열면 여행 정보는 넘치므로 여기에서는 여행지의 자잘한 정보들은 적지 않으려 한다. 그 때 그 시간, 그곳의 공기 느낌 이런 것들이 중요하므로,
리스본에선 걷고, 그 유명한 트램도 타고, 지하철 버스를 타기도 하면서 그 고풍스런 분위기를 즐겼고, 신트라 호가곶에서는 황홀한 일몰도 보았다. 포르투를 추천한 사람이 많았는데 일정상 가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다.
그 다음 마드리드를 시작으로 스페인 여행이 시작되었다.
마드리드, 톨레도, 코르도바, 세비야 까지는 기차로, 세비야에서 말라가, 그라나다 까지는 자동차로 여행을 했다.
우리가 갔던 모든 곳에는 그 나름의 독특한 분위기와 이야기가 있었고 어느 곳 하나 실망시킨 곳은 없었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것은 너무 짧게 머물러 충분히 그 곳을 즐기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어디든 다음 여행에서는 여러 곳을 다니지 않더라도 어느 곳에서든 좀 길게 머무는 계획을 하자고 우리는 의기투합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시간이 가면서 본 것들, 들은 것들은 점차 아스라해져 가는데도 그 때 만났던 사람들만은 또렷이 남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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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에서 이탈할 때 그것은 우리를 당황하게도 하지만 새로운 선물을 주기도 한다.
마드리드에서 똘레도를 갈 때 보통은 버스를 이용한다. 운행하는 횟수도 많고 목적지와 더 가까운 곳에 내려주므로.
그런데 우리는 아토차역에서 기차를 타 보기로 했다.(혹시 이글을 보고 기차를 타려는 사람은 먼저 기차시간을 확인하기 바람. 가능하면 미리 예매도 할 것, 그리고 스페인에서는 기차역에도 공항처럼 검색대를 거쳐야 하므로 조금은 여유를 두고 나가야 함).
아토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똘레도 기차역에 내렸는데 기차역이 너무 예뻐서 기차를 타고 오지 않았더라면 못 보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우연의 선물에 우리는 너무 감사했다. 쇼코트렌(꼬마기차)를 타러 가는 길을 우리는 걷기로 했다.(20분 가량). 타호강변을 따라 걷는 길은 풍광과 느낌이 그지 그만이었고 우리는 이런 횡재같은 선물을 마음껏 즐겼다. 그러니 혹시 여행지에서 길을 잃거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너무 당황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그 낯섦을 즐기려고 떠나는 것이 여행이니까.
스페인의 곳곳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즐겼다.
풍경은 물론이고 끝없이 펼쳐진 올리브밭이며, 세비야에서의 플라밍고 공연, 알함브라궁, 저녁에 노천 광장에서 열리던 음악회(론다), 각 도시마다 있던 대성당과 왕궁들, 사람들이 모여서 밤 늦게까지 얘기를 나누던 노천까페며 시장, 좁디 좁은 골목길, 가우디의 감동 등등. 그 모든 것을 여기선 생략한다. 그것은 어차피 그때 거기에서 있었던 우리들만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으니까.
여행의 끝무렵에 우리는 길묻기의 여왕?이 되어 있었다. 짧은 영어와 몇 개 안되는 단어의 스페인어로 묻고 또 묻곤 했다. 그 길에서 우리는 수많은 천사들을 만났고 짧은 시간이나마 그들과 교감하는 게 여행의 큰 기쁨이었다. 나중에는 알만한 길도 물어갈 정도로 우리는 그걸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대체로 친절했고 스스로 다가와서 도와주고 싶어했다. 남에게 친절하다는 것은 마음이 열려있고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것이리라. 그런 점에서 열정과 생기가 느껴지던 스페인은 참으로 매력적인 곳이었다.
스페인에서 마지막 목적지였던 바르셀로나에서 우리는 3박을 했는데 많은 아쉬움을 가지고 떠났다. 가우디투어 하루, 몬세라토 여행 하루를 빼면 시간이 거의 없으므로 혹시 바르셀로나를 간다면 최소한 4박 이상은 추천하고 싶다.
아쉬운 바르셀로나를 뒤로 하고 우리가 프라하에 도착한 시간은 밤 8시 반이었다.
낮은 아직도 따가운 햇빛이 비치던 스페인과는 달리 프라하는 초겨울의 냉기가 느껴졌다.
그 친절하던 스페인의 분위기와는 달리 프라하는 뭔가 냉랭하다. 인포메이션의 여자도 너무나 사무적이고 버스기사 또한 알아들을 수 없는 빠른 말을 하곤 휑하니 가버린다. 지금 막 공항에 내렸다는 한국 남학생과 같이 택시를 타고 호텔로 왔다. 택시 운전사 또한 아무 말이 없다. 꼭 고향을 떠나 타지에 처음 도착한 느낌이었다.
다음날에도 프라하는 잔뜩 흐리고 비 예보가 있었다.
우리는 따뜻하게 챙겨입고 거리로 나섰다. 프라하의 사람들은 대체로 잘 웃지를 않았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몸을 웅크리고 재빨리 앞만 보고 길을 간다. 뭔가 행복하진 않은 느낌,
우리가 공산권사람들에 대해 갖는 느낌 그게 프라하의 내 첫인상이었다.
거리는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었고, 카를교와 프라하성 주변은 사람들로 빼곡했다. 그 인파에 밀려가며 비오는 거리를 구경하며 이리저리 쏘다녔다.
우리는 여행의 마지막을 프라하에서 그냥 여유롭게 쉬는 걸로 잡았기 때문에 마음을 편히 하고 물어물어 한식당을 찾아가서 순두부찌개, 김치찌개도 먹고 거리를 다니며 선물도 사면서 시간을 즐겼다.
드디어 마지막 날, 그 유명하다는 프라하의 흑맥주를 마시며 여행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비오는 거리를 홀가분한 마음으로 흑맥주집을 찾아갔다. 쌀쌀한 날씨인데도 노천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이 사람들 어지간히 노천을 좋아한다) 우리도 난로 옆 따뜻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 세 자매는 다 술을 못했지만 분위기롤 마시기 위해 흑맥주를 시키고 흥을 내 본다. 지난 여행의 시간들을 기억해 내고, 우리가 봤던 것들, 특히 만났던 여러 천사들의 얘기, 또 이번 여행으로 좀 자신감이 붙어 다음 여행은 이렇게 해 보잔 얘기, 여행을 위해 영어공부라도 좀 제대로 해 보자는 둥, 그렇게 마지막 밤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의 이번 여행은 조그만 사고도 없이 참으로 만족한 여행이었다. 그것은 아름다운 여행 김형 사장님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므로 사장님께 이 여행기를 빌어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아침마다 문자로, 전화로 챙겨주시고, 필요할 때마다 시간에 상관없이 바로바로 도움을 주셨다.
김형사장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제 이번 여행에서 만난 수많은 천사들 중 몇몇의 얘기로 이름 모를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몇 개의 메모로 끝을 맺고자 한다.
- 알함브라궁을 구경하고 그라나다 공항으로 가기위해 길을 나섰는데 내비에 주소가 입력되지 않았다. 우리는 당황했지만 차를 세울 수가 없어 계속 가는데 어딘지를 알 수가 없었다. 고속도로 비슷한 갈래길의 안전선 안에 차를 세웠는데, 어디선가에서 오던 오토바이가 서더니 어떤 여자가 다가와서 뭘 도와줄까하고 물었다. 그런데 우리는 스페인어를 못 알아듣고 그 여자는 영어를 못했다. 어찌어찌해서 공항으로 간다는 우리말을 그 여자가 알아들었고 자기를 따라오란다. 한참 가더니 자기도 서고 우리보고도 서라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해서 우리를 바꿔줬다. 사연인즉 자기는 영어를 못하니 영어를 할 줄 아는 자기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우리를 바꿔준 것이다. 그의 도움으로 우리는 무사히 공항에 도착해서 차를 반납하고 바르셀로나행 비행기를 탈수 있었다.
- 말라가에서 밤에 시내를 구경하고 해변에 있는 호텔로 돌아가려는데 방향을 잃었다.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길을 물었다. 그 볼이 발가스름한 아이들은 연신 까르륵거리며 우리에게 길을 가르쳐 주는데 영어가 안된다. 갑자기 한 아이가 제 친구에게 뭐라고 하니 그 아이는 소 흉내를 내고 자긴 투사가 되어 투우를 한다. 이쪽으로 가면 투우장이 나온다는 말을 그렇게 전해준거다. 길을 물은 목적은 고사하고라도 그들과 보낸 그 몇 분이 어찌나 유쾌하던지 우리는 호텔을 찾아가는 내내 행복했다.
-코르도바의 좁디 좁은 골목길에서 길을 잃었다. 까만 원피스가 너무나 매력적인 어떤 여자에게 길을 물었다. 그녀는 잠깐만 기다리라 하고는 어딘가로 가서 한 참 이야기하더니 다시 우리에게 와서 아주 간략한 영어로 길을 가르쳐준다. 그러면서 자기는 러시안이란다. 자기도 잘 모르는 길을 다른 사람에게 물어서까지 우리에게 친절을 베풀어주던 여인,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 외에도 천사들은 수없이 많았다. 한참동안을 같이 걸으면서 호텔이 보이는 데까지 데려다 주던 모로코 청년, 구글 지도까지 열어서 우리가 알아들을 때까지 길을 가르쳐주던 수많은 사람들, 지하철에서 반대편에 서 있던 우리를 반대편까지 직접 데려다준 경찰관 아저씨 등등. 그 모든 이에게 감사와 축복을 전한다.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익스큐즈미, 페르돈, 그라시아스였다. 모두모두 무차스 그라시아스!!!!
<메모 몇 가지>
* 길을 물을 때, 개를 데리고 나온 사람이나 애들을 데리고 나온 사람은 그 동네 사람일 확률 이 높고 안전하다.
* 마드리드에서 톨레도를 갈 때 기차를 이용해서 가는 사람들은 내려서 꼬마기차를 타러갈 때 꼭 걸어서 가볼 것을 권한다. 도보 20분 정도인데 그 길에 볼거리가 참 많다.
* 바르셀로나에 갈 때는 최소 4박 이상을 잡고 가는 걸 권하고 싶다. 가우디투어와 몬세라 토 여행은 꼭 하시길!!
* 론다에서는 파라도르에서 머물렀다. 가격이 호텔의 2배이고 고성을 개조하서 국가에서 특별 히 관리하는 곳이라기에 기대도 컸다(김형사장님께서 호텔을 권하셨는데우리가 우겨서 바꿈) 결론적으로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돈이 아주 넉넉하거나 꼭 경험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을 제외하고는). 위치를 빼곤 특별한 것이 없고 서비스도 별로다. 주변 호텔에 머물고 일층 로비에 와서 차 마시면 됨.
* 프라하 공항의 공항버스는 9시가 막차이고 공항에는 버스 내리는 곳과 타는 정류장이 다르 므로 꼭 확인하시길.
--부족한 여행기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김혜경 고객님. 감사합니다. ^^
어제 모처럼 안부 인사 주시고, 두 시간여에 걸쳐 정성을 들여 후기를 작성하셨는데, 장시간 열려 있던 페이지로 인해 정작 글 올리셨을때는 모두 삭제가된 상태였다는 말씀으로 아쉬움을 전해주셨는데.. 개인적으로 오히려 부담을 드려 그런 상심을 갖게 되신건 아닌가.. 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 컸었습니다.
그런일이 있음에도.. 이렇게 하루만에 또 정성을 담은 후기를 남겨 주시어 더욱 감사드립니다.
짧지 않은 시간 세 자매 분의 귀한 여행이기에 나름 마음을 썼던 여행이었는데, 의외로 일반적인 여행자 분들보다 오히려 묵묵히 세 분만의 여행을 만들어 가시는 모습에 저 또한 감동을 받았었습니다.
이런 저런 우여곡절도 있고, 당황하실만한 상황도 있었을텐데, 세 분 모두 공항에서 뵜던 모습 그대로 현지에서도 긍정과 밝은 모습으로 지혜롭게 만들어 가시는 여행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여행하시는 중에 소식을 들으면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이 글을 통해서도 세 분의 여행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우려했던것과는 달리.. 제가 꿈꾸는 진정한 자유여행을 제대로.. 깊이 있게 만들어 주심에 또 한 번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와 도시를 여행하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이 어디냐고 묻는 질문에 늘 스페인을 1순위로 꼽았었습니다. 그 이유를 저도 아련히 놓치고 있었는데, 세 분께서 일깨워주셨습니다.
여행지... 무엇을 보고... 무엇을 했고... 만으도로 참으로 매력적인 유럽이지만..
그 안에 사람을 느낄 수 있었던 곳이 스페인이었기 때문이었는데, 그 점을 상기시켜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여행하시며 천사를 만났다고 표현하셨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세 분의 천사께서 또 다른 천사를 마주하셨던거라 생각합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문을 열고 그 마당에 이방인을 스스럼 없이 담고 함께 하는일.. 요즘같은 시대에 쉽지 않은 일임에도, 먼저 문을 열고 다가가심이 그런 기회를 만들게 된 일차적인 계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아무 안내서 없이 여행 수필집 하나 읽고 터키를 선택했을때.. 그렇게 위험하다라고만 알려졌던 스페인을 굳이 선택하여 여행했을때, 그때 그 선택의 이유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 분 모두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만을 바라며, 언제고 또 다른 유럽의 추억을 만들고 싶으실때 말씀주시면, 정성을 담아 좋은 여행을 위한 빈 책 한 권 열어 드리겠습니다. 또 귀한 여행을 만들어 주실 것을 기대하며.. 세 분 기억에 담아 간직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아름다운여행 김형 드림.
너무나 부족하고 보잘것 없는 여행기에 이렇게 정성스런 댓글을 써 주시니 황송할 따름입니다. 좀만 부지런해서 실시간으로 여기에 소식을 전했더라면 좀 더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드릴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아름다운 여행'의 무한한 발전을 빕니다. 때가되면 또 뵐게요~~.
김혜경 고객님. 감사합니다. ^^
여행하시며, 충분히 부지런히 알뜰한 여행을 만들어 주신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언제든 말씀주시면, 또 한 번 귀한 추억을 만들어 드리기 위해 모든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름다운여행 김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