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가 되여
퇴근무렵이였다. 운동장을 꿰질러 나오다보니 대문근처에 쓰레기가 널려있었다. 이번주에 주번교원인지라 싫은 마음으로 쓰레기를 주으면서 저걸 언제면 다 주을수 있을가고 걱정을 했다. 쓰레기를 주어들고 허리를 펴다말고 나는 멈칫했다. 뒤에 따라오던 껑충한 남학생 하나가 같이 쓰레기를 줏고있는것이 아닌가!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줏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본의아니게 나는 그 애한테 행동으로 가르쳤던것이다.
몇년전의 일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그날 업간체조를 끝내고 교실로 들어오는데 김룡학생이 불쑥 물어왔다. 오후에 무슨 로동을 하는데 삽을 가져오냐고. 워낙 아까 업간체조시작직전에 단지부서기직을 맡은 교원이 공청단원교원들은 오후에 의무로동이 있으니까 삽을 가져오라고 포치한것을 저희들에게 한 소리로 잘못 들은거였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뢰봉따라배워 좋은일 활동을 하는거라고 했더니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선생님들도 뢰봉을 따라배웁니까?>> 무척 신기하고 우스운 일이라는듯이 히죽히죽 웃기까지 하는 애를 보며 아차! 하고 이건 뭐가 잘못됐구나 하는 생각이 번개같이 스치는 순간이였다.
그날 애들의 물음에 그냥 애매한 웃음을 보여줄수밖에 없었다. 가슴 한구석이 알짝지근해났었다. 늘 애들에게 뢰봉은 여차여차한 사람이라고, 친구나 가족,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도와서 여차여차해야 한다고 일깨워줬지만 실제적인 행동이 모자랐던거다. 그때 내가 평소에 애들만 잘하라고 닥달을 않고 애들 위해서 청소도 같이 해주고 교정에 널린 파지도 줏고 학교 여기저기 정리도 해주었더면 그날 교원들이 한다는 일이 그렇게 이상스러워보이지는 않았을거라는 생각이 잠간 들었었다.
오늘도 아까 쓰레기를 주을지 말지 잠시 망설였던 나였던걸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나에겐 늘 행동으로 가르치는 자세가 부족했던것임을 시인하지 않을수가 없다. 교육자의 사명은 학생들을 인재보다도 인간으로 키우는게 우선임을 처음부터 알고있은 나였지만 인간으로 키우는 방법은 미처 몰랐었다. 누군가 그랬다. 인생은 말로 부딪치며 사는 사람과 몸으로 부딪치며 사는 사람으로 나뉜다고 말이다. 많지도 않은 10여년 교원생활이 어느덧 나를 말로 부딪치며 사는 사람으로 다듬어왔지 않았나싶다. 그러했던 까닭에 나는 저도모르게 애들에게 인간이 되여가는 도리를 말로 가르치는데만 열중해왔었던것 같다. 말은 말대로 ,행동은 행동대로 따로따로 하면서도 나는 내가 아이들을 인간으로 키우는 소임을 다하는줄로 알았었다. 우리의 환경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가르쳐주면서도 나는 남의 눈을 피해서 슬그머니 쓰레기를 흘려버린 일, 자기 공부는 자기가 성실하게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나는 <<풍금>>을 만들어 함수시험에 응부한 일, 로인을 공경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주면서도 나는 공공뻐스에서 눈을 지긋이 감고 외면한채 좌석에 엉뎅이를 붙이고 있었던 일 … …이제 생각해보니 애들 눈에 띄였으면 얼굴이 따가웠을 일들이 너무 많다.
그런 나에게 늘 핑게가 있었다. 가끔은 몸이 불편해서 몸이 따라주지 않았고 가끔은 마음이 불편해서 몸을 움직이기가 싫어졌고 어떤 때는 다들 안하는데 나만 하면 생색을 내는거 같아서 못했고 어떤 때는 지금 애들은 영악해서 어른하는거 보고도 꼼짝도 안한다고 해서 안했고 또 어떤 때는… …이런저런 핑게때문에 나는 애들의 손을 잡고 함께 나갈 대신 항상 애들의 등을 떠밀기만 했었다. 그러니 애들이나 나나 나름대로 힘들기만 했었다.
이제 세월은 흘러가고 그때의 애들은 훌쩍 커서 이제 어른으로 성장하여있다. 이제는 끌끌한 청년이 되였을 애들, 지금도 코물을 훌쩍이며 내 뒤를 졸랑졸랑 묻어다니는 애들, 그 애들에게 어떤 마음의 자세가 되여있는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나때문에 행동으로 배우고 가르치고 몸으로 부딪치는 삶을 모르지나 않는지말이다.
행동을 보고 배우는것이 말로 듣는것보다 훨씬 소중하고 오래 남는 교훈이 된다는 말의 참뜻을 이제 조금이나마 알것 같다. 내 행동을 보고 쓰레기를 같이 주어주는 남학생의 행동을 보고 늦게나마 깨달았다.그래서 사람들은 어른은 누구나 가르칠 아이가 필요하다고 하는가보다. 그 아이를 가르치면서 자기도 많이 알아가고 같이 커갈수 있으니까. 어쩜 가르칠 아이가 있는 어른이라면 모두가 한번쯤은 자신을 점검해봄이 필요할듯싶다. 애들보고 독서하라 그러면서 자신은 텔레비죤의 이모콘만 누르고있지 않았었는지, 애들보고 약속은 지키는것이라 하면서도 자신은 애와의 약속을 어기지나 않았는지,애들보고 부지런해야 한다면서도 자신은 마작쪽이나 쌓고있지 않았는지를 비롯해서 생활의 구석구석을 체크해보며 한번 자신을 돌이켜봄이 마땅하다. 그러다보면 애들 몸에서 배워야 할 점을 찾아낼수도 있고 애들을 가르치면서 자신도 한뽐 커갈것이다.
오늘부터라도 나도 이제 하나가 되여야겠다. 내가 가르치는 인간의 도리와 나의 행동이 하나가 되고 가르치는 나와 배우는 애들이 하나가 되여 함께 하면서 행동으로 가르쳐야겠다. 아직은 부족한것이 많은 나지만 내가 아는만큼 행동으로 가르치면 애들도 행동으로 배우면서 인간이 되는 도리를 익혀갈것이고 먼 후날 어른이 되여서도 말보다도 행동이 앞선 참인간으로 되여 몸으로 부딪치며 살고 남에게 그렇게 가르칠것이다. 내가 진정 행동으로 가르치는 교원으로, 어른으로 되여갈 때 내 몸은 조금은 피곤할지라도 내 마음은 부자가 될것이다. 내 행동이 애들에게 한줄기 해빛으로 비춰줄거니까.
길림신문 2008년 3월 27일 발표
첫댓글 좋은글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애들을 인재로 키우기 앞서 인간으로 키우려면 교사가 솔선수범이 되여 인간됨을 몸으로 가르쳐야함을 더더욱 절실히 느끼면서 맘에 와닿는 좋은 수필 잘 읽었습니다...
저두 생각과 행동이 가끔 어긋나는 때가 있어서 곤혹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글에 한찹머믈어 보다가 갑니다 ,,,,,,,,,,감사합니다.
종종 들려서 좋은 교감 나눠봅시다
학생을 가르치면서 자신의 인생의의를 가일층 빛나게 하는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보았음.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학생들한테서 배우게 되는것도 많아요.
교사뿐만 아니라 부모님들도 자식을 인재 먼저 인간으로 키우는데 말로가 아니라 몸으로 가르쳐야 하겠지요...좋은글 감사합니다
맞아요. 아무래도 우리는 행동으로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하나봐요
좋은글 즐감하고 내립니다.
미흡한점이 많은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좋은글 즐감하였습니다
이국에서도 항상 화원을 가꿔가시느라 수고많습니다
좋은글 즐감하였어요
댓글까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인민의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여야 한다는 좋은글 잘 읽구 내립니다.
고맙구요. 교사라는 직업 평범하면서도 제가 인간으로 되여가는데 많이 도움이 됩니다
언제나 행동으로 학생들을 가르칠려고 노력하는 선생님의 참된 교육에 감사를 보냅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다같이 행동으로 가르치는 어른으로 되여가기 위해 노력합시다
훌륭하신 선생님을 뵙게되어 반갑고 기쁩니다.그리고 감사드립니다.
나를 들어내는 일, 나는 폭로하는 일들이 글쓰는 사람에게 얼마나 힘든지를 생각합니다. 님의 진실하고 솔직한 사유에 참된 복이 내릴거라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