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 향 전 (春香傳) - 미 상 -
민근홍 언어마을
[줄거리]
숙종 대왕 초 전라도 남원부에 월매라는 퇴기가 있었다. 그녀는 아기 갖기를 소원하여 성참판과 동거하여 춘향이라는 아리따운 딸을 낳았다. 자색이 천하에 일색인 춘향은 성장하면서 시서에 능하였다. 어느 화창한 봄날 남원부사의 아들 이몽룡은 방자를 데리고 광한루에 올라 춘흥에 겨워 시를 읊고 있었다. 이때 춘향은 향단이를 데리고 광한루 앞 시냇가 버들숲에서 그네를 뛰며 놀고 있었다.
우연히 춘향을 발견한 이도령은 한눈에 반하여 방자를 시켜 춘향을 불러오게 한다. 두 사람은 상봉하여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헤어지면서 이도령은 밤에 집으로 찾아가겠노라고 언약한다. 글방으로 돌아온 이도령은 춘향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며, 책읽기도 건성이었다. 드디어 밤이 되자 이도령은 방자를 앞세워 춘향의 집을 찾아간다. 그는 춘향과 백년가약을 맺고자 월매에게 자신의 결심을 밝힌다. 월매는 난봉꾼의 수작 정도로 여기고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두사람의 혼약을 수락한다.
이도령은 밤마다 춘향을 찾아 사랑을 속삭인다. 그런데 이부사가 내직으로 전출하게 되어 이도령은 부득불 상경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된다. 이도령은 춘향에게 후일을 약속하고 서울로 떠나며, 춘향은 이도령으로부터 기쁜 소식이 오기를 학수고대하며 하루하루를 지낸다.
이때 새로 부임한 신관 사또 변학도는 호색한답게 정사는 돌보지 않고 기생점고부터 시작한다. 50여명의 기생을 점고한 그는 마지막으로 춘향을 발견하고 수청을 강요한다. 춘향은 수청을 거절한다. 변학도는 크게 노하여 태형을 가하지만 춘향은 죽기를 결심하고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옥에 갇힌 춘향은 임을 그리워 하다가 잠이 들어 꿈 속에서 이비(二妃)를 만난다. 지나가는 장님에게 물어보니 서방님이 돌아오고 부귀영화를 누릴 꿈이라고 일러준다. 변학도는 자신의 생신연에 마지막으로 춘향의 의중을 들어보기로 하고 만약 그때도 거절하면 처형하겠다고 한다.
서울로 올라간 이도령은 열시히 공부하면서 춘향과의 재회만을 생각한다. 장원급제하여 암행어사가 된 그는 전라도로 내려온다. 하루라도 빨리 춘향을 만나보고 싶은 생각에 남원으로 향한다. 도중에 농부로부터 춘향이 봉변을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걸인복색을 하고 춘향의 집으로 가서 월매를 만난다. 월매는 딸을 구해줄 이어사가 걸인 복생으로 나타나자 실망하여 딸이 죽게 되었다면서 신세타령을 늘어놓는다. 이어사는 옥중으로 춘향을 찾아간다. 춘향은 이어사를 알아보지 못한다.
변학도의 생신연이 벌어지는 날이 되었다. 각읍의 관장들이 모여 들었다. 생신연은 성대했다. 이어사는 연회에 걸인의 행색을 하고 참석하여 차운(次韻)을 제의하여 높을 고(高)에 기름 고(膏) 두 자를 운으로 시를 지어 탐관오리의 학정을 비판한다. 이어서 어사또가 출도하여 탐관오리 변학도를 봉고파직하고 춘향을 구한다. 춘향은 수절로 정렬부인으로 봉해져 삼남이녀를 두고 행복하게 살며, 이어사는 후에 좌우영상까지 지낸다.
[감상 및 해설]
< 춘향전>은 <심청전><흥부전> 등과 함께 판소리계 소설이다. 이러한 판소리는 전부가 어떠한 근원설화를 가지고 있다. 그 근원설화를 찾아보면 열녀설화, 암행어사 설화, 신원설화, 염정설화 등이 있다. 춘향전은 그러한 설화를 종합적으로 구성한 것이다. 이를 테면, 남원에 춘향이라는 기생이 이도령을 사모하다 죽었다는 신원설화, 박문수 등의 암행어사 설화 등이 종합적으로 구성되었으며, 벽오 이시경의 실제담이라는 설, 남원 사람 육계 노정의 실제담, 또는 전북지방에 떠돌던 이야기라는 등 여러 추측이 많으나 하나도 확실치는 않다.
< 춘향전>은 봉건사회의 도덕을 깨뜨리고 자유연애를 주장하였으며, 탐관오리의 가렴주구를 폭로하여 위정자의 반성을 촉구하였다. 한편, 계급을 초월한 사랑을 표상함으로써 신분 타파를 부르짖었고, 천인(賤人)이 누릴 수 없었던 자유의 구속으로부터 해방을 요구하였다. 또한 유교적인 열녀불경이부(烈女不更二夫) 사상인 정절을 고취하였고, 민중의 반항을 은근히 내포하였다.
하나의 작품으로서의 춘향전은 소재의 설화성, 배경의 현실성, 표현의 진취성, 눌림의 저항성, 인내의 광명성, 해학 풍자성으로 보아 우리 고전문학의 금자탑이 아닐 수 없다. 천민 내지 상민의 해원(解怨)이라는 대동적 잔치로서, 춘향전은 고전소설 중 양반과 관료의 대표적 소설인 <구운몽>과 맞서는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다. 또한 유교적 색채가 짙은 중국의 <서상기>로부터의 영향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점 정리]
(1) 성격 : 고전소설, 판소리계 소설, 염정소설
(2) 근원 설화
관탈민녀형 열녀설화 : 벼슬아치가 민간의 여인을 탐내어 정조를 유린하려 하지만 여인이 끝까지 정조를 지킨다는 내용의 설화로, '도미설화', '지리산녀 설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암행어사 설화 : 어사 이시발의 실제담. 박문수 설화.
신원설화 : 한을 간직한 채 죽은 영혼을 위하여 원한을 풀어 주는 이야기. 한을 품고 죽은 춘향이라는 추녀를 위로하였다는 남원의 구비 설화로 '아랑의 전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염정(애정)설화 : 양반 자제와 기생의 사랑 이야기, '성세창 설화(동야휘집)'
(3)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4) 배경 : 공간적 → 전라도 남원 고을
시간적 → 조선시대
사상적 → 유교사상(춘향의 수절, 입신양명, 충효사상 등)
실학사상(계층 이동과 신분 상승의 가능)
(5) 주제 : 신분(계급)을 초월한 사랑과 부패 관료 고발 및 휴머니티
(6) 구성 : 복합구성
→ 춘향과 이도령의 플롯(1), 춘향과 변학도의 플롯(2), 이 두 개의 독립된 플롯이 연속적으로 전개되다가, 춘향과 이도령과 변학도의 플롯(3)에 의해 통합되는 구조를 지님.
(7) 구조 : 개인과 환경간의 갈등
→ 춘향의 신분 상승에 대한 집념과 당대의 사회적 환경 사이의 불일치
(8) 인물
㈀ 성춘향 → 퇴기의 딸로, 이도령과 만나 백년가약을 약속하고 끝까지 수절을 하는 여인이다. 물론 이러한 삶의 자세는 전통적인 윤리 의식에 충실한 것이라기 보다는 인간다운 삶과 신분 상승을 추구하는 근대성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선인군(善人群)의 전형적인 인물이다.
㈁ 이몽룡 → 남원부사 이한림의 아들로, 양반 출신이면서도 계급을 초월한 사랑을 실천하는근대적 인물이다. 경판본에서는 전형적인 난봉꾼으로 형상화되기도 하지만, 완판본의 경우에는 의리를 지킬 줄 알고 책임감이 강한 청년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선인군의 전형적인 인물이다.
㈂ 변학도 → 당대의 탐관오리를 대표하는 인물로 악인군의 전형적인 인물이다. 반상의 제도를 철저히지키면서 그것을 악용하여 개인적 이득을 추구하고 상민의 신분 상승 의지를 꺾는 관리의 전형이다.
㈃ 방자 → 상전의 위세를 믿고 양반 행세를 하기도 하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양반에게도 능청스럽게 구는 희극적인 인물이다.
㈄ 월매 → 퇴기로 성참판과 동거하면서 춘향을 낳고 신분 상승을 추구하는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인물이다.
㈅ 향단 → 착하고 얌전한 여인으로, 전형적인 종이다.
(9) 의의
① 고전 소설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반봉건적 문학으로서 조선 시대 소설의 최대 걸작임.
② 목판본(경판본, 완판본, 안판본), 활자본, 필사본(만화본 춘향가), 판소리 사설, 극본, 시나리오 대본 등 120여종이 넘는 이본이 존재하며, 여러 이본 중 전주 와서계서포에서 발간한 <열녀춘향수절가>가 가장 오래된 판본으로 인정되고 있다.
③ 사실적 소재와 배경 설정으로 리얼리티를 획득함.
④ 당대의 시대 정신을 잘 반영함. --- 서민의 저항 정신 및 민중의 승리
(10) 알아 보기
1. 춘향의 성격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자.
⇒ 첫째, 춘향은 표정이 풍부한, 솔직하고 명백한 인물이다. 둘째, 춘향은 이지적이고 명쾌한, 단정적인 인물이다. 셋째, 춘향은 자기 단정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며, 신분적 열등 의식에 충격을 받으면 저돌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넷째, 춘향은 논리적이고, 냉정하고, 초연한 심성의 소유자로 사회적인 규범이나 관습을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이끌어들일 줄도 아는 인물이다.
2. 춘향이라는 인물은 근대적인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다. 춘향을 근대인으로 파악할 수 있는 요소에 어떤 것이 있는지 말해 보자.
⇒ 춘향에 의해서 구현된 사회사적 의의는 두 가지 관점에서 파악될 수 있다. 첫째, 춘향은 당시 사회의 계급 구조의 가변성을 시현하였고, 나아가서는 가변성 뿐만 아니라 실제로 계급 구조가 변질하고 있었다는 하나의 현상을 반영했다. 둘째 춘향은 자신의 선택 의식에 따라 행동 체계를 전개하는 이른바 게젤샤프트(이익사회)적 인간의 한 패턴이었다는 점에 또 하나의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
3. 춘향이 신분 상승의 성취 동기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해 보자.
⇒ <춘향전>의 궁극적 갈등은 춘향의 신분 갈등이며 춘향의 열녀 의식은 신분 상승 동기를 성취하기 위해서 제시한 방어 기제와 관계가 있고, 작품 내에서 그것은 목적 성취를 위한 수단적 가치이기도 한 것이다. 또 춘향은 자기가 추구하는 신분 상승 동기를 성취하기 위하여 죽음으로써 장애 세력과 대결하였다는 점으로 볼 때 매우 강렬한 개인주의 의식의 소유자였으며, 따라서 근대 지향적, 이익 사회적 인간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