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가요의 묘미는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3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압축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또 사람들은 좋아하는 대중 가요를 부름으로써 스트레스를 풀고 복잡한 감정도 정화하곤 하는 것 같습니다. 아울러 대중 가요는 다른 시대를 이해하는 매개체로서 그 시대의 사회상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중 가요를 감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시대를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1950년대는 전쟁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은 때이라 전쟁이 안겨준 공허함, 불안감, 허무함, 절망감이 사람들을 휘감고 있을 때였지요. 인기곡 < 과거를 묻지 마세요 >는 상처받은 미망인의 처지를 절절히 묘사했지요. 이 무렵 한국은 전후 복구에 매진하기는 했지만 실업자가 만연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미국의 잉여 농산물 지원으로 근근히 버텨나가던 시절이었습니다.
이 시기 한국 사회의 대중 문화는 두 가지 흐름이 교차합니다. 하나는 전쟁이 안겨준 허무, 절망의 심리를 반영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바로 사교댄스 열풍이었지요. 정부에서 댄스홀의 폐쇄를 명령할 정도로 댄스 열풍이 엄청났지요. 1950년대 최고 인기 영화였던 <자유부인> 도 댄스 열풍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댄스 열풍은 지금의 댄스 풍조와는 달리 현실 도피적인 성격이 짙은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영화배우 도리스 데이가 부른 팝송 < Que Sera Sera >(1956)도 본래 의미와는 달리 ‘될대로 되라’로 변질되어 유행했죠. 그같은 세태는 체념적인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중 가요도 우울한 시대 분위기를 반영하여 <대전 부르스>같이 슬픈 멜로디의 블루스곡이 크게 유행합니다.
다른 하나는 궁핍한 시대 서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많은 대중 가요들이 창작됩니다. 어려운 시대에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노래는 큰 용기를 불어넣는 효과를 주지요. 그같은 의도를 가지고 < 청춘 브라보 >, <청춘 하이킹 >, < 하이킹의 노래 >, < 푸른 날개 >, < 청포도 사랑 > 등 희망을 고취하는 가요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https://youtu.be/7MX63kTYn-0
1950년대 가요들 중에는 희망을 의미하는 용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청포도, 파랑새, 무지개, 청춘 등의 용어입니다. 이육사 선생님의 유명한 시 < 청포도 >는 알알이 익어가는 청포도와 미래의 희망을 연계시켰지요. 이 시에 나오는 < 청포도 >는 미래에 다가올 조국의 해방이라는 희망을 의미합니다.
이 시기 대중 가요 속에 자주 등장하는 파랑새는 희망을 상징합니다. 나화랑 선생님의 곡인 < 청포도 사랑 > (1956)에는 ‘파랑새 노래하는 청포도 넝쿨아래로’라는 가사가 나오고, 송민도 선생님이 불렀던 < 청춘목장 >(1958)에도 ‘파랑새 소리소리 노래부르고’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여기 나오는 파랑새는 희망, 청춘, 사랑을 의미합니다.
https://youtu.be/OgN3finnu0
파랑새는 여름 철새로 5월 한국에 날아와서 9월까지 체류하다가 동남아시아로 가서 월동한다고 합니다. 아시아에서 파랑새는 길조를 상징하고, 유럽에서도 행복을 부르는 새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예전에 우이동 계곡을 갔다가 물총새를 보고 파랑새와 혼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파랑새와 물총새는 둘 다 여름 철새이고 청록색을 띠고 있지요. 그러나 전자는 곤충을 즐겨 먹고, 후자는 물고기를 즐겨 먹는다는 점이 다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