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라이트와 함께
성경에서 이미지를 찾아내기
여섯번째 이야기- 십자가의 의미
https://youtu.be/rJBv0pNIKwY?si=_aXP7hkkWaXajigC
성경에서 이미지를 찾아보자.
최근에 톰 라이트는 성경을 관통하는 주제를 이미지로 정리하고 있다. 2024년 10월 초, 현재 이미 다룬 주제는 다음과 같다:
1. 하나님의 형상-인간의 본질
2. 성전 – 우리 가운데 거하시는 하나님의 처소
3. 바벨론 – 혼돈의 사회
4. 죽음 – 죽으면 끝인가?
5. 보혈 – 생명의 논리
6. 십자가 – 십자가의 여러 의미
7. 씨앗 – 약속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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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제를 다룬 영상에 자막을 달기 전에 그 동안 배운 것을 한번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선, 최근에 자막 작업을 한 주제인 ‘십자가’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톰 라이트는 십자가를 어떤 의미로 소개할까? 그것은 성경 전체의 이야기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그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십자가는 로마제국의 사형틀이었다. 그것은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며 동시에 인간의 오만이 어떻게 가장 악한 형태로 나타나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예수님의 십자가는 그처럼 최악의 자리에 하나님이 내려오셔서 그것을 더 강력한 능력으로 변화시켰다. 사도 바울은 십자가를 하나님의 사랑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했다. 이것이 기독교회가 믿는 신앙의 신비다.
사형틀이 어떻게 하나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을까? 톰 라이트는 신약성경이 십자가를 소개하는 방식에서 그 이유를 찾아낸다. 먼저 신약성경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승리로 소개한다. 그것은 사형수로 죽은 예수님의 십자가에 붙여진 죄패에서 역설적으로 나타난다.
십자가가 승리라는 이야기는 요한복음 12장에 소개된 하나의 에피소드에 드러난다. 이것은 톰 라이트가 독특하게 소개하는 해석이다. 예수님의 죽음이 임박한 가운데 예루살렘에서 어떤 헬라인들이 예수님을 뵙고자 찾아왔을 때, 예수께서는 그것을 세상 만민을 자신에게로 이끌 때가 왔다는 의미로 해석하셨다. 그것은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실 때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톰 라이트는 십자가가 하나님의 영광이 되는 이유에 대하여 두 가지로 설명한다. 하나는, 십자가는 자기 자신을 내어주심으로 나타나는 하나님의 사랑이 가장 극적으로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영광이며, 다른 하나는 이 세상의 임금이 심판을 받으며 그 결과로 노예로 붙들려 있던 사람들이 풀려나 예수님께 나올 것이기 때문에 십자가는 하나님의 영광이다. 이런 이유로 십자가는 승리라는 이야기가 성립된다.
여기서 톰 라이트는 예수님이 유월절을 택하여 예루살렘에 올라가셨음을 강조한다. 유월절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절기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새로운 유월절이 되며 그렇게 세상 모든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여 하나님께 인도하는 전환기적 사건이다. 그리고 예수님은 친히 유월절의 어린 양이 되셔서 죄인을 대신하여 죽으셨다. 예수님은 죽으실 때에 죄인의 자리에 서셨으며 생애 동안에도 죄인들과 함께 어울리시고 그들을 깨끗하게 하셨다. 승리는 바로 그런 대속을 통해서 성취되었다.
누가복음에는 예수님이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 자신의 고난과 영광에 대한 설명을 하실 때 모세의 글과 선지자들의 글을 인용하셨다고 소개한다. 톰 라이트는 그때 예수님이 인용하신 구약성경이 어떤 구절일까 생각해 본 바를 제시한다. 그 중에 톰 라이트가 독특하게 소개하는 대목은 요셉의 이야기에서 유다가 베냐민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장면이다. 여기서 톰 라이트는 사도 바울의 입장이 되어 상상력을 펼친다. 즉, 예수님도 유다 지파이시고 바울 자신은 베냐민 지파 출신이므로 유다가 베냐민을 위해 자신을 내어준 것처럼 예수님도 그렇게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를 내어 주셨다’고 이해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톰 라이트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복음서가 소개하는 방식에 대하여 추가로 소개한다. 그것은 유월절과 출애굽 사건, 그리고 모세가 광야에서 만든 놋뱀 사건과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것이다. 또한 시편에서 다윗이 고난 중에 탄식하며 기도한 본문들을 인용하여 톰 라이트는 메시아가 고난을 통하여 영광에 들어간다는 설명을 한다. 그처럼 고난 받는 종의 이야기는 예언자 이사야의 글에도 나타난다. 이사야 40장부터 55장의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고난과 언약의 갱신, 그리고 피조세계의 회복이 그것이다. 그것이 바로 ‘엠마오 해설’에 담긴 내용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톰 라이트는 십자가의 의미에 대하여 그것이 가지고 있던 본래 이미지인 제국의 잔혹함과 폭력과 오만함이 기독교회의 신앙 안에서 사랑의 이미지로 바뀌었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 그리고 그 십자가는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통하여 다시 한번 하나님의 승리가 세상에 드러나는 방식이 된다. 즉, 하나님의 사랑을 나타내고 죄악의 권세를 이기는 그런 승리가 십자가를 지는 사람들, 곧 하나님의 형상을 담지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이루어질 것이다. 그것이 산상수훈에 드러난 예수님의 가르침이며 그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을 통해서 십자가라는 모습으로 세상에 드러날 것이다. 그런 식으로 십자가는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톰 라이트가 성경을 해설하는 방식에서 두드러진 점은 전체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성경 전체의 이야기와 사건들을 연결하여 그 스토리라인을 생각할 때 비로소 드러나는 큰 그림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점에서 십자가가 단지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로만 이해되기보다는 유월절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전개되는 성경의 이야기들 가운데서 십자가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톰 라이트는 우리를 인도한다. 덕분에 우리는 유다와 베냐민의 따뜻한 이야기와 그 뒤에 유다의 자손인 다윗의 고난, 그리고 고난받은 종의 이야기를 연결하여 예수님의 십자가를 다채롭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톰 라이트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의미는 그의 책, ‘혁명이 시작된 날’에 드러나듯이, 십자가가 인류 역사를 완전히 뒤바꿔 놓은 위대한 사건이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악의 통치가 끝나고 하나님의 사랑이 통치하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의미다. 이렇게 십자가를 바라볼 때 우리는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서사시를 엿볼 수 있게 되고 그 안에서 우리가 십자가를 지는 삶에 동참함으로 예수를 따르고 결국 하나님의 형상을 세상에 나타내는 대리인으로 살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새로운 피조물의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영상은 짧지만 톰 라이트의 신학 전체가 압축된 것으로서 곱씹어 볼수록 맛이 우러나는 보약과 같다. 우리 주님이 노학자에게 힘과 영감을 더하여 주셔서 이런 귀한 자료를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도드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