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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브라이스 하퍼 영입 막전막후 : 네이버 포스트 (naver.com)
맷 겔브(디 애슬레틱)
2019/03/04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미국 스포츠 역사상 최고 계약 규모를 경신하기 6시간도 되기 전. 필리스 구단주 존 미들턴은 늦은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수요일에서 목요일로 넘어가는 시간, 그는 핸드폰으로 스캇 보라스와 벌인 2개의 열띤 대화를 요약하고 있었다. 둘 사이에 있던 논의의 기초적인 내용은 이미 구단 최고 중역들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그것이 맷 클렌탁 단장이, 브라이스 하퍼가 빨간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곤히 잠을 청한 이유였다.
시간을 돌려 목요일 아침. 미들턴은 필리스의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스펙트럼 필드로 차를 타고 가고 있었다. 팀 구단주 그룹의 또 다른 멤버, 피트 벅이 미들턴과 전화로 통화 중이었다. 차이가 메우기 힘들 것 같네, 라며 미들턴은 자동차의 수화기를 통해 벅에게 말했다. 거래는 끝났다. 그 순간, 미들턴의 전화가 울렸다.
"오 마이 갓." 미들턴이 벅에게 말했다. "스캇 보라스야."
시기가 미묘했다. 보라스가 겨울 내내 주로 머물고 있었던 라스베가스 시간으로는 아침 6시가 되기 몇 분 전이었다. 벅은 미들턴에게 전화를 받을 거냐고 물어봤다. 미들턴은 기다렸다. 수요일 있었던 억만장자와 막강한 에이전트의 대화는 지루하고 지루했다. 전화 소리가 다시 울렸다.
미들턴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보라스가 이렇게 일찍 전화를 한 거라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나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한 것은 아닐 터였다. 미들턴은 전화를 받지 않고 벅과 대화를 이어갔다. 그때 전화에서 알림음이 들렸다. 보라스가 보낸 짧은 문자 메시지였다.
미들턴은 스펙트럼 필드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의 사무 공간으로 향해 구단 수뇌부 회의를 소집했다. 앤디 맥페일 사장의 사무실에 소집된 인원들이 모였다. 부단장 네드 라이스도 있었다. 하지만 클렌탁 단장은 없었다. 아무도 그를 보지 못했다. 협상이 결렬됐다고 생각한 클렌탁은 클리어워터 비치에 있는 콘도에서 근무하기로 했었다. 그래서 미들턴은 스피커폰으로 클렌탁을 호출했다.
필리스 수뇌부는 보라스에게 어떻게 대답할지 열띤 논의를 이어갔다. 찬반 양측이 필사적으로 논리를 펼쳤다. 미들턴과 보라스 사이의 역학 관계를 바꿀, 교착 상태를 해결할 기회였다. 클렌탁은 반드시 전화로 답을 해야 했다.
회의가 마무리됐다. 한 시간 뒤, 클렌탁은 미들턴을 불렀다. 모두 모이라 해주세요, 라고 클렌탁이 말했다. 최고 위원회가 맥페일의 사무실에 다시 모였다. 클렌탁의 목소리가 아이폰 스피커에서 튀어나왔다.
"그럼." 클렌탁이 말했다. "거래 성사입니다."
목요일의 그 순간까지 4개월이 걸렸다. 4개월에 걸친 심리전. 4개월 간의 늘어지는 협상과 부정확한 트윗들과 개인 항공기 추적. 4개월에 걸친 바보같은 퍼즐과 바보같은 돈의 짜맞추기. 필리스 역사상 가장 광적인 오프시즌을 만들어낸 4개월.
4개월. 4개월 동안, 필리스는 노력했다. 오프시즌의 승리는 가을 야구의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 그러나 필리스의 마지막 가을 야구는 2011년 10월 7일이었고, 그 이후 그들은 필라델피아라는 도시에 가을 야구가 아닌 다른 것을 팔아왔다. 그들은 젊음을 팔았다. 그들은 과정을 팔았다. 그들은 희망을 팔았다.
지금 야구계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논리가 넘쳐흐르고 있다. 그리고 논리는 잘 팔리지 않는다. 브라이스 하퍼의 장기계약은 좋지 않게 끝날 것이다. 필리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야구계의 다른 이들도 알고 있다. 이 계약은 좋지 않게 끝날 것이다. 점점 더 많은 단장들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이런 계약을 맺지 않는 이유가 거기 있다. 점점 더 많은 구단주들이 결정을 야구계 종사자들에게 떠넘기는 이유가 거기 있다. 그리고 야구계 종사자들은 신중하다. 그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그들은 감정을 배제한다.
오프시즌에 걸쳐 하퍼의 협상에 엮인 10여 명의 내부 관계자가 <디 애슬레틱>에 자세한 협상 과정을 이야기해줬다. 이것은 한 팀이 논리와 감정을 한데 어우를 때 일어나는 4개월에 걸친 이야기다.
라스베가스 아리아 카지노 21층의 스위트 룸. 그 공간은 감정을 배제하도록 준비됐다. 브라이스 하퍼를 만나고자 하는 이는 모두 그곳으로 가야했다. 여기에는 명확한 심리학이 있다. 그곳에 가는 팀은 일정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그들은 전리품을 갖고 모습을 드러내길 바란다. 그 장소는 야구장을 방문했을 때 드러나는 사소한 디테일 때문에 비이성적인 면모를 갖지 않도록, 하퍼를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곳이었다.
그렇다면 필리스는 어떤 식으로 다른 무리와 차별화될 수 있던 걸까?
1월 12일, 이 시점까지 필리스는 매니 마차도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들은 마차도 영입이라는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하퍼에 관심이 없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보라스의 존재가 협상 과정을 늦출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미팅은 하퍼의 쇼였다. 보라스는 구석에 앉아 메모를 했다. 필리스는 자신들의 공을 뿌렸다. 가장 말을 많이 한 건 미들턴과 게이브 케플러 감독이었다.
하퍼는 질문을 던졌다. 첫번째는 미들턴 구단주에게 향한 것이었다. 당신은 이 팀을 위해 헌신하고, 그것을 오랜 기간동안 계속 이어갈 유형의 구단주입니까? 그렇습니다, 미들턴이 답했다. 하퍼는 클렌탁에게 팀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공격적으로 임할 것이냐고 물었다. 클렌탁은 자신이 균형을 맞추는 자리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답은 예, 였다. 그의 의무는 지금 승리하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승리하는 것이었다. 하퍼는 필리스 구단 전체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에 깊은 인상을 받은 뒤 미팅을 떠났다. 이후에 그는 마이너리그 운영에 대해 콕 짚는 발언을 남겼다. 그건 필리스가 몇 주에 걸친 대화에서 노력을 기울인 주제였다. 필리스는 돈, 기간과 승리를 위한 헌신을 제시할 것이다.
그리고나서 하퍼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필리스 사절단에게 계약에서 옵트아웃 조항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곳에 가서 머무르는 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쿠퍼스타운에 들어갈 때 어떤 모자를 쓰게 될지 알고 싶어했다. 평생 계약. 필리스는 혼란에 빠졌다. 진심에서 하는 말인지, 협상 전략의 일환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하퍼의 눈빛에선 견고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프론트 오피스의 일원 중에는 미들턴 구단주가 그때 거기서 결정을 내렸는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5명의 필리스 중역이 미들턴의 제트기를 타고 집으로 귀환했다. 논의가 시작됐다. 누군가 하퍼의 열정적인 발언을 두고 질문을 던졌다.
모두 똑같이 긍정적인 반응을 냈을까?
"예," 모두 그렇게 말했다.
11월의 한 금요일 아침 7시, 문제의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왔다. 그리고 시티즌스 뱅크 파크의 사무실을 한바퀴 휘저었다. 필리스 구단 사람들 안에선 똑같은 반응이 나왔다.
오 안돼.
양측은 지금까지도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USA 투데이의 칼럼니스트 밥 나이팅게일은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MLB 구단주 미팅이 열리던 애틀랜타의 옴니 호텔, 호텔 로비 벽난로 옆에 혼자 앉아 있는 미들턴 구단주에게 그가 다가갔다. 반대로 미들턴이 기억하는 그 장면은 2명의 MLB 사무국 관계자와 함께 로비를 걷고 있을 때였다 - 그는 둘에게 북쪽으로 향하는 제트기 편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때 나이팅게일이 자신을 멈춰세웠다는 것이다.
둘은 인터뷰에 동의했다. 이 점에는 기억이 일치한다. 나이팅게일은 미들턴에게 하퍼나 마차도를 잡지 않고도 성공적인 오프시즌을 그리는 게 가능하냐고 물었다. 미들턴은 미꾸라지처럼 대답을 피하려 했다. 그러자 나이팅게일이 다시 밀어붙였다.
"우리는 돈을 쓸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내용에 따르면 미들턴은 이렇게 답했다. "어쩌면 좀 바보같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요.
30년 이상 야구를 취재한 마당발 기자 나이팅게일은 순간 대어를 낚았음을 알아챘다. "기사가 순식간에 여기저기 퍼졌지요." 지난주 나이팅게일이 말했다. 미들턴은 자신의 발언이 앞뒤가 잘려서 나갔다고 생각했다.
신중을 기하던 필리스의 야구 운영 부문은 모두 기사를 돌려봤다. 그리고 한 결론에 도달했다. 이 사건이 좋은 결론으로 끝나진 않을 거란 것. 맥페일과 클렌탁 모두 앞선 2달을 대중의 기대치를 조절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로스터를 갈아엎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그 계획이 어떻게 풀릴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일종의 기준 선이 됐다.
필리스는 한 가지 징후를 포착했다. USA 투데이의 기사가 나간 뒤, 필리스가 에이전트와 접촉할 때마다 대중에 보고서가 유출되기 시작했다. 원래도 있는 일이지만 이번엔 빈도가 더 잦았다. 에이전트들은 필리스와의 연결고리가 고객 선수들의 몸값을 올리는 촉매가 되길 바랐다.
필리스는 하루 아침에 모두의 주목을 끌었다. 선수를 처분하려는 팀이 제일 먼저 전화를 거는 곳이 필리스가 될 때가 많았다. 대박을 노리는 에이전트들은 필리스를 연락 순번 앞에 뒀다. 필리스는 겨울의 문지기가 됐다. 팀과 에이전트들 모두 계약을 마무리짓기 전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고 왔다. 단순히 필리스가 더 좋은 계약을 제시하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필리스는 이런 취급을 좋아하지 않았다. 미팅을 하면 에이전트가 "아, 여기 바보같은 돈 갖고 있는 분들 오셨습니까"라는 식으로 운을 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어떤 기자가 윈터 미팅에서 만달레이 베이 호텔의 로비를 지나가는 클렌탁 단장을 보고 "맷, 주머니에서 돈 떨어지고 있어요"라고 놀린 적도 있었다. 팬들은 겨울 내내 '바보같은 돈'이라며 놀려댔다.
바보같다는 말이 갑자기 꼬리표가 되어버렸다. 심복들과 얘기를 나누는 중에 미들턴이 바보같다는 표현을 인용하기도 했다. "좀 바보같다"는 말은 필리스 사람들이 하는 논의에서 논리에서 벗어날 때 쓰는 말이 됐다. 필리스는 A.J. 폴락과 마이클 브랜틀리 못지않게 앤드류 매커친을 선호했다. 그들은 매커친에게 제시한 3년 5000만달러 계약에서 돈을 좀 덜어내고 싶어했다. 그런데 600만 달러는 또 뭔가? 식스토 산체스는 팀에서 가장 아끼던 투수 유망주였다. 그런 선수를 메이저 최고 포수 J.T. 레알무토와 바꾸는 건 어떤가? 좀 바보같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아닐수도 있다.
지난 목요일, 필리스가 하퍼를 총액 3억 3천만달러에 잡은 뒤 몇 시간이 지나 나이팅게일의 폰이 울렸다. 미들턴이 보낸 문자 메시지였다.
"바보같은 돈이었나요?"
앤디 맥페일 사장, 맷 클렌탁 단장, 존 미들턴 구단주
12월의 첫번째 화요일, 필리스는 고위 관계자 미팅을 계획했다. 구단주 그룹과 야구를 맡은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주제를 논하는 자리였다. 미팅 한 시간 전, 맥페일의 사무실에 걸어들어온 미들턴이 클렌탁을 발견했다. 클렌탁은 촉망받은 좌완투수 패트릭 코빈의 에이전트, 존 코트라이트와 통화 중이었다. 코트라이트는 필리스에게 당장 최고의 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필리스는 역으로 한시간 안에 구단주 그룹이 소집될테니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그건 오프시즌이라는 이름의 퍼즐이었다. 필리스는 돈이 있었다. 무역의 중심지가 있었다. 약간의 흠이 있지만 팀을 위한 기반이 있었다. 모든 매물을 좇은 이유였다. 필리스는 선수를 보강하고 싶었지만, 그 보강을 통해 확실한 이득을 얻었다는 느낌을 받고 싶었다. FA 시장에 나온 최고의 투수, 코빈은 확실한 답이었다.
필리스가 코빈을 잡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들은 하퍼나 마차도를 데려올지 말지 알지 못했다. 레알무토가 시장에서 오래 남아 있을 거란 것도, 토요일 밤 갑자기 날아든 문자 메시지가 4일만에 트레이드로 커질 수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하퍼나 마차도를 잡지 못한다면. 팀 중역들은 플랜 C가 필요했다. 둘 다 놓친다면 내리막길이 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타이밍 상 시장에서 가장 비싼 물건을 사기 전 다른 계획을 세워야 했다.
그래서 필리스는 상황을 하나의 퍼즐로 봤다. 끄트머리부터 시작하지만 가운데는 - 우익수와 3루 - 비어있는 퍼즐. 가능한 최대한 오랫동안 리스크를 짊어지고 가는 퍼즐. 어느 정도는 운이 따라줘야 하는 전략이었다.
시작은 시애틀 매리너스가 선수를 팔겠다는 의향을 내비친 것부터였다. 클렌탁 단장, 그리고 수년간 LA 에인절스에서 서로 돈독한 관계를 쌓은 시애틀 매리너스의 제리 디포토 단장이 캘리포니아의 GM 미팅에서 만났다. 디포토는 좌완 제임스 팩스턴과 유격수 진 세구라를 팔고 있었다. 두 팀 사이에는 두 선수 모두, 두 선수 중 한명만, 두 선수 중 한명과 강속구 마무리 에드윈 디아즈라는 카드가 오갔다.
좋은 선수가 트레이드로 나오는 일은 드물다. 그래서 올겨울 필리스는 더욱 기뻐했다. 시애틀 같은 팀이 세구라 카드를 흔들거나 마이애미 같은 팀이 레알무토 같은 카드를 밀어붙이면, 필리스는 판에 낄 수 밖에 없었다. 시애틀이 디아즈와 로빈슨 카노를 메츠로 보내는 블록버스터 트레이드를 설계한 뒤, 디포토는 세구라로 초점을 옮겨 필리스와 이틀만에 트레이드를 마무리했다. 필리스는 유격수를 업그레이드했고, 리스 호스킨스를 다시 1루로 옮기며 좌익수 자리를 비웠다. 클렌탁과 디포토 사이엔 상당한 믿음이 있었다. 트레이드 기계 디포토는 카를로스 산타나가 거래에 포함되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산타나를 다른 트레이드로 처분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트레이드는 12월 3일 발표됐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트레이드가 필리스 앞에 엉켜있던 수많은 문제를 푸는 단초가 된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는 게 필리스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다시 시계를 그때로 돌려서, 12월 4일, 그날 코트라이트는 다시 필리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코빈은 다른 팀에게 거대한 계약을 제시받았다. 필리스 구단주가 답을 제시하지 않으면 코트라이트는 그 제안을 수락할 생각이었다. 필리스는 총 기간 5년에 연평균 2천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제시했다. 나중에 워싱턴 내셔널스의 것으로 밝혀진 다른 제안이 더 좋았다. 필리스는 또다시 이성과 감성이 교차하는 순간에 도달했다. 그들은 그 순간을 지나보냈다.
모든 길은 하퍼 아니면 마차도로 향하고 있었다.
두 가지 문을 모두 열어놓아서 좋은 점이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로 인한 딜레마가 필리스 프론트 오피스 일부를 집어삼켰다. 대부분 마차도를 더 나은 올라운드 선수로 평가했다. 특급 타자이자 수비수이며 나이도 천천히 먹을 유형의 신체조건까지 갖춘 선수라고.
더 꾸준히 성적을 낸 쪽은 마차도였다. 하지만 하퍼는 초특급 성적을 내는 시즌으로 이어질 잠재력이 있다는 변수가 있었다. 시장성은 하퍼가 우위였다. 그게 문제였다.
결국 두 선수는 비슷했다. 구단 관계자들은 게임이론을 응용했다. 둘 중 한 쪽이 오프시즌 중간에 필리스 입장에서도 괜찮은 조건으로 다른 팀과 계약을 맺는다고 치자. 그런데 남은 선수가 좀더 나은 쪽이라고 한다면 비슷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어줄까? 첫번째 선수를 건너뛰고 두번째 선수와 계약을 맺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갖는게 좋을까?
내부 의견은 하나로 모였다. 아니오. 한 쪽이 먼저 계약을 맺어도, 두번째와는 별개라는 결론이었다.
그건 마차도를 의미했다. 메이저리그 고위 관계자들은 마차도가 먼저 계약을 맺을 거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마차도의 에이전트 댄 로자노와 하퍼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 사이의 개인적인 대립 때문에, 양측은 서로 더 좋은 계약을 맺고자 오프시즌 내내 시간을 끌었다. 이 때문에 오보, 기자들에 대한 대중의 비난, 잘못된 정보가 생겼다. 양 캠프 모두 교착 상태에 빠졌다.
로자노는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 사이에 제안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팀들에게 이렇게 모인 제안을 검토한 뒤 1월 초 쯤에 답을 주겠다고 했다. 필리스는 마차도가 늦어도 1월 중순에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심리전이 격해졌다. 로자노는 구단들의 제안에 실망했다. 양측의 대화는 사라져갔다. 필리스는 며칠 안에 역제안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1주일이 지났다. 얄밉지만 기민하게 대처한 로자노의 협상 전략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하게 판을 만들었다. 로자노는 필리스와 다른 구단들이 얼마나 마차도에게 절박한지 시험했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다보면 누군가는 꿈틀댈 것이다. 필리스는 게임을 하고싶지 않았지만, 원하던 선수를 잃을 수 있다는 리스크를 갖고 있었다. 2월 중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A.J. 프렐러 단장이 마차도가 있는 마이애미를 찾았다. 그때 필리스와 로자노는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최소한 10년의 기간, 최소한 3억 달러의 총액이라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필리스는 로자노가 허풍을 부리는 건지 알지 못했다. 그들은 8년과 2억 2500만 달러라는 제안을 먼저 꺼냈다. 몇차례 규모가 커지긴 했지만 최종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필리스의 제안과 마차도 측의 요구 사이엔 큰 차이가 있었다.
필리스는 마차도를 영입했을 때 대중의 반응이 부정적일까봐 염려했다. 거기다 마차도가 필라델피아에서 뛰고싶어하는지도 궁금해했다. 하지만 그들 입장에선 하퍼/보라스보다는 더 문제가 깔끔해보였다. 마차도는 제일 많은 돈을 주는 곳으로 갈 것이다. 반박할 수 없는 답이었다. 필리스는 하퍼도 그럴 것이라고 가정했다. 확신할 수는 없었다.
보라스는 솔직했다. 협상 초반, 그는 필리스 관계자들에게 '스스로와 협상하는 기분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보라스의 협상 방식이었다. 필리스는 그 현실을 받아들였다. 세부사항의 많은 부분이 미스테리였다. 필리스는 자신들의 정보에 의존했다.
필리스는 1월 초 일부 팀에서 역대최고규모의 연평균 연봉이 보장된 단기계약으로 하퍼를 잡고싶어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단기'가 얼마나 짧은 기간을 말하는 건지는 몰랐지만, 하퍼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라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들려왔다.
필리스는 보라스가 자신들보다 앞서나가는 건가 우려했다.
필리스는 자신들이 단독으로 입찰했는지, 아니면 다른 경쟁자들이 있는지 조사하는데 시간을 많이 쓰지 않았다. 그들은 보라스의 옵션을 알아보려 노력했다. 우선 사항은? 신기록을 세우는 장기 계약이었다. 하지만 차선은 뭐지? 그 다음 차선은? 필리스는 보라스가 조건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알았고, 주도권을 잡고자 했다. 보라스와의 협상은 절대로 단순하지 않았다. 그는 옵션을 만들어내는데는 달인이고, 옵션을 위해서 막대한 리스크를 감수할 준비가 된 인물이다.
마차도가 샌디에이고와 3억달러 계약에 합의한 다음 날, 보라스가 필리스를 찾았다. 기준이 마련됐다. 보라스가 연봉조정 공청회를 위해 플로리다에 있었던 2월 12일, 필리스는 보라스와 그의 부관 마이크 피오레와 함께 미팅을 가졌다. 샌드펄 리조트에서 가진 조찬은 2시간동안 진행됐다. 마침내 양측이 계약 성사를 위해 필요한 부분을 더 깊이 이해하며 과정에 진전이 있었다. 필리스는 어떤 식으로든 기록이 될만한 숫자를 제안해야 한다는 걸 알게됐다.
마차도가 옵션에서 사라지면서 미들턴은 그 제안을 하기로 했다. 미들턴은 클렌탁에게 그리 하도록 지시했다. 2월 20일, 미들턴은 보라스의 문자 메시지에 답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제안은 하나도 오가지 않았다.
보라스는 미들턴 구단주가 혼자 라스베가스로 오길 원했다. 대동하는 사람 없이. 필리스는 그런 상황을 원하지 않았다. 미들턴 옆에 누군가 있어야 했다. 수뇌부는 논의 끝에 미들턴의 아내 레이가 2월 22일 아리아 카지노 내 카본에서 열릴 만찬 미팅에 동행하도록 했다. 미들턴 부부는 식사 자리를 개인적인 자리로 취급했다. 그날 밤 사업에 관한 얘기는 많지 않았다. 그 자리가 전체 맥락에서 반환점이 됐다.
하지만 그 다음날이었던 토요일도 마찬가지로 중요했다. 아리아 호텔의 0층에서 점심식사를 가진 미들턴과 보라스는 4시간동안 만남을 이어갔다. 미들턴은 하퍼와 시간을 보낼 수 있겠냐고 물었다. 몇 가지 항목을 좀더 명확하게 하고 싶었다. 미들턴과 하퍼는 점심 식사 시간에 보라스의 스위트 룸에서 만났다.
대화는 밀도있게 진행됐다. 무엇을 진심으로 원합니까? 뭐가 가장 중요한가요? 확실합니까? 당신의 목표 중에는 서로 반대되는 게 있다는 것도 알고 있나요?
점심 식사는 카트로 배달됐다. 손을 대는 사람은 없었다.
필리스에는 누구나 전화를 걸 수 있다. 시티즌스 뱅크 파크 사무실 전화번호는 검색하면 찾을 수 있고, 걸려오는 전화 대부분은 티켓 판매 부서를 찾는 것이다. 가끔은 다른 전화가 오기도 한다. 1월 29일, 브라이스 하퍼의 이름이 트위터에 도배됐다. 어떤 게임의 SNS 계정이 필리스 팬들을 갖고 장난을 친 덕분이었다. 최소한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구장 사무실에 전화해서 하퍼를 계약했냐고 물어봤다. 대부분 아이들이었다.
이런 전화는 거의 다 리셉션 데스크 단계에서 종료된다. 하지만 가끔은 내용이 좋아서 상층부까지 연결되기도 한다. NFL(미식축구) 포스트시즌에서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뉴올리언스 세인츠에게 진 날, 어떤 남자가 구장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화난 목소리로 친구들과 물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수표 꺼내서 하퍼 데려오라고!"
그 한마디는 중역들에게까지 전해졌다.
필라델피아에서 시작된 긴장감은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플로리다까지 전해졌다. 필리스 관계자들은 스프링캠프 전에 계약이 완료될 경우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팬들을 초대해 기자회견을 열 성대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제는 가상의 발표회를 위해 플로리다 시설에서 완벽한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다.
미들턴은 모든 곳에 있었다. 마차도 계약 사실이 언론에 흘러나온 날, 미들턴은 미팅에 참석해 카펜터 컴플렉스(훈련시설) 보조구장 1루 선상에 있던 스태프 멤버 일부에게 말을 걸었다. 타격 연습이 이어지자 미들턴은 우익수 필드 쪽으로 걸어갔다. 외야를 한가롭게 걸어 좌익수 코너까지 쭉 가더니, 바닥에 놓인 공을 한 주웠다. 그에게 질문을 던지는 팬들도 몇 명 있었다. 판돈도 크고, 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스펙트럼 필드 주차장에선 은밀히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협상 마지막 주차에 미들턴과 클렌탁은 항상 붙어다녔다. 보라스는 둘 중 한 쪽에 전화를 걸었다. 패턴은 없었다. 미들턴과 클렌탁 입장에선 일부러 왔다갔다 전화를 하는건가 의문이 들었다. 메모는 계속 쌓여갔고, 수뇌부는 내용을 공유했다. 드디어 움직일 시간이 됐다.
첫 제안은 15년과 3억 3천만 달러였다. 필리스가 제안을 한 건 2월 24일이었다. 내부 회의 중에는 20년 계약안이 가장 처음 나왔다. 20년! 단순히 아이디어일 뿐이지만, 너무 극단적인데다 MLB 사무국이 사치세 회피를 위한 장치로 보고 규약위반으로 볼 수도 있었다. 필리스는 3억 3천만 달러라는 숫자를 못박았다. 기간은 조정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때 다저스가 라스베가스를 찾았고 샌프란시스코가 뒤를 이었다. 필리스는 보라스가 새 옵션을 만들 거라는 걸 알았다. 거꾸로 '원하는 기간을 골라잡아라'는 제안을 했다. 필리스는 연평균 4천만 달러가 넘는 3년 또는 4년짜리 계약안을 제시했다. 그 다음에는 중간규모, 6~7년에 연평균 3500만 달러 안을 제시했다. 이 제안은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의 전략에 맞서기 위해 준비된 것이었다.
하퍼 측은 장기계약을 원했다. 하지만 규모가 3억 3천만 달러보다 많기를 바랐다. 계약 기간, 계약 총액, 연평균 규모 모두 신기록을 세우길 원했다. 다른데서 원하는 바를 제시한다면, 그쪽으로 가보시오. 필리스가 답했다. 15년에 연평균 2200만 달러는 너무 적소. 보라스가 말했다. 무언가는 포기해야 했다. 시계는 3월이 다 되어갔고 양측은 같은 주장만을 되풀이했다. 감정적이었다.
목요일 아침, 클렌탁이 보라스에게 전화했을 때 막힌 혈이 뚫렸다. 보라스는 총액을 늘려 연평균 금액을 올리는 대신, 기간을 낮출 것을 요구했다. 필리스는 14년으로 기간을 낮췄다. 여전히 합의는 없었다. 13년으로 낮췄다. 연평균 금액이 25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양측 모두가 조금씩 만족할 수 있었다.
클렌탁 단장이 모두를 불러모은 맥페일 사장의 사무실 안. 그들은 기다렸다. 밖의 구장에선 시범경기가 시작됐다. 클렌탁은 전화를 걸었다. 세부사항을 말했다. 합의했고 승인 대기 중일세. 클렌탁이 말했다.
방 안의 모두가 숨을 죽였다. 몇 달 동안 이것 하나로 죽기도 했고 살기도 했다. 미들턴은 몇 년이나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비현실적인 현실이었다.
맥페일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거 있잖아. 그가 말했다. 이거 좋은 계약이야. 방 안의 모두가 동의했다. 선수생활 평생에 준하는 계약, 굶주린 프랜차이즈와 가장 상품가치 높은 스타의 만남. 4개월 동안, 필리스는 끄트머리서부터 한가운데까지 퍼즐을 맞춰왔다. 이제 마지막 조각이 가운데에 맞춰졌다.
토요일, 1루 덕아웃에서 기자회견이 열린 직후. 미들턴 구단주가 말했다. "브라이스가 없을 땐 안 중요했지만, 브라이스가 왔으니 중요하다고 쉽게 말하면 안됩니다. 모든게 개인적으로나 모두에게나 중요하죠."
토요일 오후, 필드 위가 깔끔하게 비워졌다. 오후 3시 36분. 하퍼, 미들턴과 보라스가 잔디밭 위에 나란히 서있었다. 가장 빠른 길을 택하진 않았지만, 그곳에 그들은 영원히 함께 있었다.
원문 : The craziest Phillies offseason ever: Inside the winding path that led to Bryce Harper
The craziest Phillies offseason ever: Inside the winding...
It took four months to get to Thursday, when Bryce Harper signed with the Phillies for $330 million. This is the story of those four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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