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3200㎞ 여행하는 제왕나비, 힘의 비결은?
제왕나비 날개의 검은 테두리와
흰색 반점의 온도 차이로 인해
공기저항 줄어들어 비행 쉬워져
박건형 기자 입력 2023.06.29. 03:00 조선일보
게티이미지코리아
아시아 나비의 대표가 호랑나비라면, 북미 대륙의 대표 선수는 제왕나비라고 할 수 있다. 매년 가을이면 제왕나비는 위대한 여정을 떠난다.
캐나다에서 여름을 지낸 나비들은 미국을 종단해 멕시코 중부 산악 지대까지 3200㎞에 이르는 대이동을 시작한다. 불과 30%만이 이 여행을 마친다.
과학자들이 제왕나비의 날개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냈다.
미국 조지아대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한 논문에서 “제왕나비의 날개 무늬가 장거리 비행의 효율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제왕나비의 날개는 대부분 주황색이지만 테두리는 검은색이다. 또 테두리 안에는 흰색 반점이 빼곡하다. 연구팀은 400마리의 제왕나비 사진을 조사해 검은색과 흰색 반점의 비율을 측정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이후 대이동에서 살아남은 나비들과 비교한 결과 흰 반점이 많을수록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제왕나비의 친척 가운데 아예 대이동을 하지 않는 종을 분석한 결과 흰색 반점이 더 적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과거 바닷새 연구에서 힌트를 찾았다. 어두운 깃털과 밝은 깃털의 온도 차이는 공기 흐름의 패턴을 바꾼다.
그 결과 검은색 날개를 가진 새일수록 날개 안에 온도 차이가 많이 생기면서 양력이 높아지고, 공기저항이 낮아진다.
연구팀은 제왕나비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흰색 반점과 주변 검은 테두리와의 온도 차이로 인해 공기의 작은 소용돌이가 만들어지면서 공기저항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흰색 반점이 많을수록 제왕나비가 좀 더 쉽게 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로 풍동 실험을 통해 이 같은 가설을 검증할 계획이다.
박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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