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55>
척야산수목원
심영희
어제는 어버이날과 사월초파일, 주일이 함께 들어있는 묘한 날이다. 내 기억으로는 처음 있는 경험이다. 가족들은 여럿이 모여 즐거운 외출을 준비하는가 하면 부처님을 모시는 사람은 사찰을 찾아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어야 했고, 성당이나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다니는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교회에 다니는 교인들은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난 후 부모님이나 자식들과 함께 외식도 하고 나들이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복잡한 날에 교통정리라도 하듯 날씨가 따뜻하지 못하고 을씨년스러워서 외출을 포기한 가정도 있지 않을까 싶다.
흐린 날씨에도 우리가족들은 춘천에서 가까운 홍천 내촌면에 있는 척야산수목원을 찾았다. 생각 외로 관광객이 꽤 있었다. 그리 높지 않은 산 같은데도 기후 차이가 많이 나는지 춘천에는 거의 피었다 지고 없는 철쭉꽃이 만발하여 척야산이 그야말로 붉게 물들었다. 또 꽃 향기가 유독 향기로운 것은 동창마을 자체가 공기가 맑아서 그럴 것이다.
잘 가꾸어진 수목원 등산로를 따라 오르며 기분이 상쾌하다. 거기다가 무료입장을 하면서 사람들은 더욱 즐거워한다. 어떤 아주머니는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돈도 안받으니 화장지 값도 안 나오겠다고 말하면서도 공짜 입장에 기분이 좋아 보였다.
구경을 마치고 춘천관문에 들어서자 꽃이 거의 지고 없는 철쭉꽃 무더기를 보면서 조금 전 보았던 척야산수목원의 꽃들이 방끗 웃으며 내게로 달려온다. 5월의 싱그러운 수목원의 꽃들을 내 마음속에 꼭꼭 간직하며 오늘 하루도 즐거웠다. 이것이 가정의 달 5월을 의미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