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특위 본격 가동 “집단행동 아닌 대화의 장으로 나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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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4월 22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의료개혁을 이끌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료개혁특위)가 4월 25일 출범했다. 정부는 의료개혁특위 구성 단계에서부터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14개 공급자단체, 14개 수요자단체, 5개 관계부처에 위원 추천을 요청했고 소비자단체·병원계·환자단체 간담회 등을 통해 위원 구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들었다.
의료개혁특위는 민간 위원장 1명, 정부 위원 6명, 민간 위원 20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민간 위원은 각 단체가 추천한 대표 혹은 전문가로 의사단체를 포함한 공급자단체 10명, 수요자단체 5명, 분야별 전문가 5명 등 각계 인사가 참여한다. 의료개혁특위 내에는 분야별 전문위원회가 구성된다. 노연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은 4월 25일 첫 회의에서 “의료개혁특위의 활동이 단순히 정책의 대리인 역할에 그치지 않고 올바른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의료개혁의 당사자인 전공의와 의사단체가 특위 위원으로 조속히 합류해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나가는 데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 추진할 것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해 대승적인 결단을 내린 만큼 의료계도 이에 화답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4월 24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정부는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등 의료계에 일대일 대화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지속적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통일된 대안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로 논의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잇따라 사직과 휴진 의사를 밝힌 일부 의대 교수를 향해 “정부의 진의를 받아들이고 집단행동이 아닌 대화의 자리로 나와줄 것”을 호소했다.
박 차관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은 수십 년간 정체돼온 의료시스템을 혁신하는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라며 “그동안 여러 장벽에 가로막혀 시도조차 못하고 번번이 실패해왔던 의료개혁의 배를 어렵사리 출항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의료계가 주장하는 의료개혁 백지화 등의 방안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라며 “정부는 지금의 혼란을 조속히 수습하고 사회적 논의체인 의료개혁특위를 통해 각계와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으로 촉발된 의료공백 사태를 마무리 짓기 위해 2025학년도 의과대학 신입생 증원 규모를 일부 조정하겠다고 발표하고 의료개혁특위에 대한의사협회(의협) 및 전공의 단체 등이 참여해줄 것을 호소했다.
4월 19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대 증원 관련 특별 브리핑을 갖고 “정부는 의료계의 단일화된 대안 제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공백으로 인한 피해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으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국민과 환자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의대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 이상 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각 대학은 2025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해 허용된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모집 인원을 4월 말까지 결정할 것”이라며 “4월 말까지 2026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도 2000명 증원 내용을 반영해 확정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상진료체계 안정적으로 유지
한 총리는 그동안 정부의 의료개혁 방안이 정부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님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이날 브리핑에서도 “정부는 필수의료와 지방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료계와 130회 이상 소통하며 의견을 수렴한 끝에 지난 2월 의료개혁 4대 과제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의료개혁 방안에는 의대정원 증원만 포함된 것이 아니라 지역·필수의료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전공의의 처우를 개선하며 의료소송 부담을 완화하는 등의 내용도 있다는 것이다. 한 총리는 “정부가 발표한 내용 대부분은 의료계가 오랫동안 염원해온 개혁과제들”이라고 말했다.
의사단체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입장 아래 비상진료체계를 차질 없이 운영해왔다. ‘집단행동 대비 비상진료대책’과 ‘비상진료 보완대책’ 등을 세워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하고 병의원이 중등증 이하 환자와 비응급 환자를 담당하는 의료이용 및 공급체계를 확립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병원 간 전원할 때 드는 구급차 이용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이송처치료 지원사업과 경증·비응급 환자를 분산시키는 경증환자 분산 지원사업 등이 시행 중이다.
의료인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상급종합병원과 공공의료기관의 인건비를 지원하고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의료기관에 배치하는 등 지원을 이어왔다. 3월 11일과 3월 25일 두 차례에 걸쳐 파견된 인력들의 파견기간을 연장하고 대체인력을 충원하는 등의 대책을 통해 지원이 계속 이뤄지도록 추진하고 있다. 진료지원 간호사를 활용해 의료공백을 막고 시니어의사 지원센터를 열어 지역·필수의료 인력공백도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나아가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별도 승인절차 없이 개원의가 다른 병원에서 진료 지원을 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3월 20일부터 ‘의료기관 외 의료행위 한시허용 방안’에 따라 개원의가 수련병원의 진료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수련병원 소속 의료인이 의료기관 외에서 진료하는 것을 허용해왔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 지자체장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고 있어 현장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또 수련병원이 아닌 일반병원에서도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어 방안을 확대·추진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한시적으로 지자체장의 승인절차 없이 수련병원부터 일반병원까지 개원의가 진료를 지원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추가적 규제완화는 4월 22일부터 시행됐으며 보건의료 재난위기 ‘심각’ 단계 기간 동안 적용된다.
김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