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산은 3대에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후 변화에 민감한 활화산입니다.
구마모토 현에 있는 아소산에 가는 도중 창밖에는 내내 비가 내려
과연 오늘 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가도, 갑자기 화산 가스가 심하게 나오면
도로 내려와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답니다.
그러니까, 10팀이 올라가면, 보통 한 팀 정도가 활활 타오르는 아소산 분화구를 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어쩜 아소산을 본 것은 이번 여행의 하일라이트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의 장엄함, 위대함, 무서움 등등을 느꼈지요.
유후인에서 아소산까지 1시간 30분 동안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창밖은 부슬부슬 비에
온통 초록 들판, 산, 그리고 안개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가 케이블카를 타려고 내리는 순간, 비가 멎고 맑은 하늘이 보이더군요.
와, 3대에 걸쳐 덕을 쌓았구나!
아소산 분화구 입구...
군데군데 용암이 흘러나올 경우를 대비해 시멘트 벽을 쌓아놓았고,
화산 가스에 대비해, 비상벨을 울리도록 되어 있었어요.
모든 자연 재해에 완벽하게 대비하는 일본인들의 준비성을 엿볼 수 있었지요.
저 폐허 속에서도
질긴 초록 생명들은 끈질기게 번식을 하고 있습니다.
말이 필요없는, 말을 할 수 없는
저 광경....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자연의 위엄 앞에, 우리 인간은 그저 작은 존재일 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제 위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까불다가 그만 자연의 위력 앞에 눌리는 것이지요.
아소산에서 내려오는 길입니다.
찻길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다니는 길은 이렇게 빨간색으로 구분해 놓았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면 5분도 안 걸리는 거리지만,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돌들과 흙들과 풀들과 눈맞추고 내려옵니다.
구마모토현에서 또 하나 유명한 것은 아소산 기슭에 있는 아소팜 빌리지입니다.
우리가 하루 저녁 묵을 곳이기도 하고요.
마치 어디선가 스머프가 튀어나올 것 같지 않나요?
아소팜에는 이런 집이 1400개가 있어요.
2인실, 3인실, 4인실 등이 있는데, 예약이 꽉 차서 이용하기가 무척 어려울 정도랍니다.
우리가 머문 U zone 299호....
A zone 부터 V zone 까지 있는데 이 날 하루 관광객이 적어도 4~ 5,000명이 들어온 거랍니다.
그런데도 워낙 넓고 잘 조성해 놓아서 하나도 복잡한 느낌이 없었어요.
또 셔틀버스가 수시로 다녀서 얼마나 편리한 지 몰라요.
저녁 먹고 온천...
또 아침 먹고 온천....
세 번까지는 못 했어도 두 번까지는 했으니 탕치는 좀 된 듯합니다.
이 기운...한국까지 가지고 가서, 이 뜨거운 여름 글 쓰기에 훌훌 쏟아부었음 하는 바람입니다.
온천 천국 아소팜....
난생 처음 본 온천이 얼마나 많던지...
술온천, 와인온천에...별의별 온천이 다 있더군요. 한 바퀴 순회하려고 하면 두 시간을 걸릴 듯....
마치 동화 속 세상 같은 아소팜....
하루만 더 묵었으면 좋겠다...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후쿠오카로 갔습니다.
후쿠오카 다자이 텐만궁은 학문의 신을 모시는 곳입니다.
이곳이 마지막 일정입니다.
그리고....이곳에서 시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장례를 막 치뤘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세상에...이런 일도 있구나...
한참 말이 안 나왔지요.(시아버님, 죄송합니다.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세요.)
적을 이기려면 적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본은 삼국시대에는 우리에게 문물을 배워가는 아우의 나라였지만
그 이후, 우리를 지배하기도 한 우리의 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독도 분쟁 등 여러가지 앙금이 남은 채 대적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 일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전혀 모르는채 그들을 이기려고만 하는 것은 지혜로운 전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번 여행은 많은 걸 알고 온 여행이었습니다.
개인보다는 국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민족...
그렇다면 무슨 일(나쁜 일 포함)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여행은 사람을 지혜롭게 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들과의 여행은
좀 재미는 덜하네요. 사근사근 다정한 것도 아니니말입니다.
하지만 아들도 저도,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던 여행,
서로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던 여행.....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 여행이었습니다.(끝)
첫댓글 선생님... 시아버님 돌아가셨군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예전에 선생님이 쓰신 글과 선생님이 해 주신 짧은 이야기를 통해서 제 머릿속에 시아버님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위의 글을 읽고, 또 읽었어요.. 스크롤바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저도 시아버님 하늘나라에서 편히쉬길 바래요...
한국에 없는 사이, 하늘나라로 가셨다네요. 마음이 참 이상했어요. 돌아와서도 한참 동안 그랬지요. 지라샘! 방학 잘 보내고 계시죠? 여행 다녀오고 어째 더 바쁩니다. 실컷 놀다 왔으니 열심히 일해야겠지요? 내일 시아버님 삼우제 지내고, 곧바로 앙상블 캠프에 가야 해요. 이틀 연습하고 와선 또 다시 문학강연...휴..그래도 힘내서 일하렵니다. 지라샘, 보고 싶어요!
동경에서 10년을 넘게 살았지만 도쿄 타워도 디즈니랜드도 못 가봤답니다. ㅋ 아소산이며 뱃부 역시 못 가봤어요. 샘 덕분에 구경잘하네요. 지금도 대학 시험 낙제하는 꿈을 꿀 정도로 시험에 시달렸어요. 특히 영어는 일본어로 해석을 해야하기 때문에(__); 어지러웠고 피아노는 재능이 없는데 유아교육과라 무조건 해야했고,,, 끔찍한 대학생활이었어요.
아, 그러셨군요. 어쨌든 남의 나라에서 공부하면 엄청 스트레스 쌓일 것 같아요.
오래전 거의 비슷한 지역으로 다녀온 적이 있어 감회가 남다랐습니다. 덕분에 잊혀져가는 기억 다시 떠올리며... 저런, 그렇게 황당한 일이 있었네요. 연락도 못 얻어 문상도... 삼가 명복을 빕니다.
저도 장례 끝나고 나서야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위로 고맙습니다.
아들과의 소중한 여행 중에 큰 일을 당하셨다니~ 그런 일도 있군요!
그러나,
그 시간 또한 소중한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사진이 좋~~습니다.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며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멋지네요..
우리 아띠도 언젠가 해외연주를 할 날이 있겠죠?
스머프 동산 같아요. 저도 언젠가 가게 될 날을 꿈꾸며...
가족과 함께 가면 참 좋은 장소...게다가 온천이 끝내줘요. 진짜 신나던걸요?
매 방학마다 많은 기운을 충전해오시면 좋은 글로 느낌을 전달해 주셔서 간접경험도 좋은것 같아요 ^^ 며느리로 시아버님 상을 치루지 못하심에는 안타까움이 있네요. 저도 지난주 아버님 생신에 참석을 못했거든요.ㅠ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잘 지내시죠? 방학 때 시간 내서 놀러오세요. 그리고 위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