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향하는 완행열차 속에서 통기타를 치며 목청 높여 노래했던 70-80년대식 낭만은 당대 젊은 세대만의 차별적 특권이었다. 서울에서 가까운 춘천이나 먼 동해안까지 가는 열차 안은 공히 통기타와 노래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 열기가 오죽했으면 여름 청량리역은 압수된 통기타들로 산을 이루는 진풍경까지 연출했을까 싶다.
푸른 바다는 입시에 얽매이고 보수적인 사회의 통제에 숨 막혔던 당대 젊은이들의 해방구였다. 또한 야영장 텐트 앞에서 바라본 밤하늘을 가득 채웠던 수많았던 별들과 모닥불에 둘러앉아 신나게 불렀던 캠프송들은 그 시대를 경험한 세대들에겐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봉인되었다.
무수한 여름 명곡 중 송창식의 <고래사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 노래를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합창하는 순간, 이미 여행의 흥분은 온 몸을 휘감았고 시공을 초월해 하나가 되었다. 금지의 족쇄가 채워졌기 때문일까, 저항의 통쾌함까지 더해졌다. <고래사냥>은 신곡임에도 신세계레코드의 시리즈 음반인 ‘골든 포크 앨범 11집’으로 발매되었다. 당대의 시리즈 음반에 대한 선호도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증명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