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01년 2월 춘설이 내리는 춘천에 이사를 왔다.
강원대에서의 교수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지금과는 다르게 그때는 눈이 자주도 오고 많이도 와서
대구에서 30여년 살아오면서 봤던 눈을 단 한달만에 다 봤을 정도였다.
대부분의 시간을 따뜻한 곳에서 살아왔던 터라
눈바람과 함께 오는 추위에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특히나 그당시 3살 아들과 갓 돌을 지난 둘째에게는 더더욱 혹독한 시련이였다.
춘천에 오자마자 걸린 감기를 거의 두달이나 가까이 달고 살았다.
나는 막 부임해서 실험실을 세팅하고 강의자료 준비로 매일 밤늦게까지 일을 하였고,
아이들은 엄마손에 매달려 매서운 춘천의 칼바람 속에 힘들게 봄을 났다.
어느덧 여름은 왔고,
춘천도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의 도시라 낮에는 햇살이 따가웠다.
그래도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서 사거리만 건너면 논이였고, 밭이였다.
철갈따라 기차랑 달리기 시합도 하고,
수영장이 아닌 개울에서 마음껏 놀수도 있었다.
다슬기도 잡고, 찰옥수수도 먹고, 고구마도 키워보고...
아하~!
춘천의 매력은 여기에 있구나...
그리고는 우리는 여름휴가를 굳이 멀리 가지 않고 몇해를 춘천에만 머물렀다.
이제는 모두가 옛추억이 되었지만,
아이들의 마음속에 그시절의 즐거움은 오래오래 기억되고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