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뻔히 겪게 되는 일이 있다
언젠가 이 세상도 이별 해야 한다는 것이라든가
딸아이 방을 공주가 사는 것처럼
정성담아 아무리 예쁘게 치장해줬어도
출가하면 그리움만 남기고
홀연히 떠나간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우매하게도
그다지 실감 못하고 사는것 같다
천년 만년 지금처럼
내 곁에서 어린아이처럼 영원토록 살 것만 같다
내 친구는 소형 아파트에 사는 형편에
과년한 딸아이 방을 마련해주려고
무리하게 빚을 내어
대형 아파트 세 얻어 간다고 한다
부모 마음에 제 방도 없이
비좁은 집에서 지내는
딸애가 안스러웠던 모양이었다
머지 않아 시집을 보내고 나면
두고두고 그점이 마음에 걸릴 것 같아 그리했다고.
이제 우리 애도 오래 끼고 있지는 못 할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유럽으로 멀리 여행 할 기회가 생겼는데
누구와 같이 갈까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만만한 딸아이였다
학교 다닌다고 직장인이라고
도무지 시간을 낼 수 없었는데
마침 다른 회사로 스카웃이 되어
며칠간의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자식이 소유물이 아니라고 하지만
내 팔다리 같은 일부로 생각되기도 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솔직한 심정이다
큰 마음 먹고 가는 길
편한 딸아이가 동행 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어서
딸아이 스케줄을 고려하지도 않은 채
엄마 혼자 떠나기 어려운 여행 같이 가자고 제의 했다
망서린다면 강요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었는데
선뜻 함께 동반해 주겠다고 한다
이제 시집 보내기 전 딸애와
같이 하는 마지막 여행이겠다는 어미 생각과
같이 갈 사람 없어
엄마가 여행 기회를 놓치게 될까봐
허락해 준 딸 생각이
사실 모녀의 깊은 속마음 인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해보면
사람을 내면을 알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룹 여행으로 12일을 다니다 보니
정말 맞는 말 같았다
짧은 기간이어도 각자의 특성이 불거져 나온다
그래서 친구끼리 배낭 여행한다고 떠났다가
서로 사이가 나빠져
각자 돌아 온다는 말이 있는가 보다
그러나 내 소유물인(?) 딸아이와의 동반은
여러모로 안전하며 편할 것 같았다
긴장하고 조심스러워 하지 않아도 되는
거울로 보듯 나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는 아이
쇼핑할 때도 서로 봐 주고 도와가며
사라 부추기고 사지 말라 말리고
쿵짝이 잘도 맞는다
같은 여자라서 편리한 점이 여간 많지 않다
가져간 화장품도 옷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등
무엇보다 얼마 남지 않은 딸아이 처녀 시절
엄마와 추억을 만들어 준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거기에 모녀 사이가 더욱 돈독해져 돌아 온다면
더 할수 없는 수확이다
하지만 매사 두루 만족하는 경우는 없는 것
하루 종일 붙어 지내며
엄마인 나는 훈계를 할 일만 눈에 띈다
"이거 발라라~!" "분을 바르지 마라~!"
"먹을 만큼만 가져와야지~!"
내 딸이라고 일거수 일투족을 참견하게 된다
아마 나도 남 같으면 예의상
그토록 적나라하게 지적하지 못했을 것 같다
벌레가 귀찮게 하듯
엄마의 잔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날라오면
딸은 자는 체 하고 달아나기도 하고
골 내기도 하며 엄마에게 시달림을 당했다
모녀가 친구 같을 때도 있다
페키지 여행이었는데
우리 그룹의 할머니가
근엄한 표정이면서 수시로 트림을 하신다
트림 소리가 어찌나 큰지
그 처럼 우렁찬 트림은 난생 처음이다
식사 중이건 어디서건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관광지나 차안에서나
불시로 터지는 할머니 트림소리에
모녀는 숨어 허리가 아프도록 웃어 대었다
할머니 몰래 서로의 웃는 모습을 보며
한층 더 자지러졌다
자려다가 침대 위에서도
그 생각이 나면 일어나 앉아
둘이서 웃느라 숨 넘어갔다
누가 엄마고 누가 딸인지
가랑잎 구르는 모습을 보고도
웃는다는 시절로 돌아가서
모녀가 동급 친구같았다
아무리 봐도 모녀 처럼 가까운 사이는
세상에 둘도 없을 것 같다
여행 계획 세울때
경비는 어떻게 할지 생각하면서
계산은 바르게 하랬다고
이제 직장인이라서
돈을 버는 딸아이에게
경비를 반 만이라도 부담하라고 했더니
그럼 자신의 만기가 다 되어가는 적금을
해지 하는 불상사가 일어 난다며
그래도 좋으면 손해보고 해약하냐고
내게 위협(?)을 해
기어히 모조리 공짜로 덤으로
여행을 다녀온 짠순이가 이상하게도 밉지가 않다
호텔방에서 저와 둘이 있을때는
엄마가 까치집 머리하고
츄리닝 거꾸로 입고 있으면서
남들이 있는데서는
우아한 척 한다고 킥킥 웃고
흉을 보아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허물없는 친구, 애잔한 친구,
세월이 흘러도 여행한 그 곳을 떠올리면
내 딸과 함께 했던 추억들이
영원히 가슴에 새겨져 있겠지..
제 둥지로 결혼해 떠나면
다시는 아이로 엄마로
홀가분하게 할 수 없는 여행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사랑한다고 말로 못하는
엄마지만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았으면....
선물가게에서 엄마 준다고
지갑을 공들여 고르더니
결국 제것으로 들고 다니는
예쁜 도둑에게도
기억에 남는 여행이였기를 바래본다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이야기
딸과 함께 떠난 여행
산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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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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