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마냥 좋습니다
해연 안 희 연
고백합니다
무향 무취, 덤덤한 향기가 싫증도 났지만
이젠 당신만 한 꽃은 없습니다
눈을 돌리면
겹겹으로 장식한 붉은 드레스에
온몸으로 품어내는 짙은 향기는
숨이 막힐 듯 매혹적이었죠
칼날 같은 푸른 손톱에
날개 찢긴 줄도 모르고
무아지경에서 벗어나니
은은히 벙긋 웃는 당신이 그리워
당신 곁을 배회하는 나를 받아 주십니다
비록 노랑 허리 치마, 소박한 차림이지만
허물을 탓하지 않고 감싸 안는
그 치마폭은 넓기도 하십니다
나, 이대로 마음의 평화를 얻어
당신이 마냥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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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
해연 안 희 연
지킬 것이 많아 영혼은
너덜너덜 됐다
쉽게 집착의 고리를 끊지 못해
헝클어진 머리
손가락빗으로 머리를 쓸어내리면
깊이 뿌리를 두지 못한 머리카락들이
떨어져 나오듯
지면에 발을 두지 못해
허공에서 제자리걸음 하듯
잎 떨어진 바오바브나무
뿌리가 하늘로 물구나무 서있듯
불끈 뿌리에 힘을 주었다면
잘 지탱했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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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다
해연 안 희 연
바다를 닮은 하늘이 잔물결 친다
물밑 용왕의 책사
거북이 한 마리
바람 따라 표류하고
그곳
저 너머엔 망자들 수장식 한 하늘
웅성임 없는 침묵 속에
걱정을 내려놓지 않은 고인은
내 자손 몸 성히 잘 살고 있나
그곳에서도 노심초사
그 하늘은 얼마나 넓기에
증조, 고조에 고조할아버지
선대, 고인들 끝도 없이
많은 망자가 짐 들어 있을까
이승 사람들엔 영원한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