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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청의사랑방이야기60 홧김에 서방질 대구 최고 약재상 외동딸 화분이 도호부가 있는 큰 고을, 대구에서도 가장 법석이는 곳은 약령시(藥令市)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약재 상점엔 온갖 약재들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약재상은 달구벌약재다. 주인 오참봉은 직원 여럿을 거느리고 들어오는 약재는 큰 창고에 넣어두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몰려오는 한의원들에게 약재를 팔아 떵떵거리는 부자가 되었다. 오참봉은 수집상들이 싣고 오는 온갖 약재들을 엄격히 선별, 최고 품질을 자랑해 한의원들의 신망을 한몸에 받았다. 오참봉에게 최고 품질의 약재를 가장 많이 공급하는 사람은 칠곡의 박을남이다. 이제 스물한 살 총각이지만 입이 무겁고 의젓한 데다 정직하기 이를 데 없어 그가 싣고 오는 한약재는 검사도 거치지 않고 창고로 들어간다. 그날도 박을남은 세개의 달구지에 한약재를 싣고 올라와 오참봉은 그를 데리고 좋은 요릿집에 갔다. “편히 앉게나.” 오참봉이 권해도 박을남은 꿇어앉은 채 술잔을 받아 뒤돌아 마셨다. 박을남은 선친 때부터 오참봉과 거래하던 터라 오참봉이 무척 어려운 어른이다. 오참봉은 박을남을 단순히 약재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속엔 무남독녀 외동딸 화분이의 사윗감으로 점찍어 놓았다. 오참봉이 은근히 떠보자 을남이도 싫은 눈치가 아니어서 며칠 사이 혼사 얘기는 급속도로 진전이 되어 팔월 보름날로 혼례식 날짜까지 잡아버렸다. “칠곡에서 으뜸가는 부자다. 논이 일흔마지기에 약초 밭은 백마지기라, 너는 한평생 손에 물 한방울 묻히지 않아도 될 거야. 대궐 같은 기와집에 하인 하녀가 넷이나 되고….” 오참봉의 부인이 딸을 앉혀놓고 신랑 될 사람 자랑을 늘어놓자 열일곱 화분이는 얼굴이 붉어졌다. 호사다마! 오참봉의 약재상을 구석구석 관리하는 집사가 백부상을 당해 엿새를 비운 사이 장맛비가 세차게 내리더니 약재창고 지붕에서 비가 쏟아져 들어와 물바다가 되는 것을 아무도 모르다가 집사가 돌아와서야 낭패를 알게 되었다. 당귀·감초는 물론 인삼·홍삼· 산삼도 모두 곰팡이가 슬었다. 소문은 약령시를 돌더니 방방곡곡 한의원 귀에도 다 들어가 손님 발길은 끊어지고 약재를 외상으로 넣었던 수집상들은 안면을 싹 바꿔 오참봉에게 삿대질을 해댔다. 눈물을 뿌리며 집을 떠나 칠곡 박을남의 집으로 시집살이를 하러 떠났다. 혼수를 하나도 해 가지 못한 터라 화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집 밖 출입 한번 없이 궂은일 마다치 않고 열심히 일했다. 신랑 박을남은 무덤덤하게 “대구에 좀 다녀오리다.” 한마디 남기고 떠나면 닷새 만에도 돌아오고 열흘 만에도 돌아왔다. “대구에 가셔서 우리 친정집에도 들렀어예?” 일어서서 달구벌약재상에 다시 한의사들의 발걸음이 잦아졌어.” “참말인교?” 화분의 얼굴이 확 피어났다. 친정집에 가서는 친정어머니를 졸라 늦게나마 풍성하게 혼수를 장만해서 칠곡 집으로 보냈다. 혼수를 해 오지 못해 기 한번 펴지 못했던 화분이는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기를 펴고 나니 신랑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하인 하녀가 넷이라더니 하나도 없고 손에 물 한방울 묻히지 않을 거라더니 부엌데기가 다 됐다. 독수공방하다가 울화통이 터져 있는데 빤지르르한 뒷집 총각이 월담을 해서 들어와 안방에서 옷고름을 풀었다. 밤에 돌아와서 안방문을 발로 차고 들어가 뒷집 총각을 패대기쳤는데 덜컥 문지방에 머리가 박혀 죽어버렸다. 신랑 박을남은 도호부 감방에 들어갔다. 신랑 박을남이 기와집과 논밭을 팔아 친정집을 일으켜 세웠고, 신랑이 대구에 가서 닷새고 열흘이고 머무는 것도 장인인 친정아버지를 도와 창고를 다시 짓는 데 땀 흘렸기 때문이고, 신랑이 처가인 친정을 그렇게 도와 주면서 신부가 기죽을까봐 신부에게 말 한마디 하지 말라고 장인 장모에게 신신당부한 것을 화분이 알게 됐다. 화분이는 머리를 밀고 입산했다. 철원 ,포천 ,명성산ㅡ cafe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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