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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하늘사다리
하늘사다리 / 15
나무사람 / 16
하늘에 탯줄 걸고 / 17
동백꽃 / 18
쓸쓸한 시인 / 19
물구나무서다 / 21
화신化身 / 22
다시 백목련 / 23
수액을 마시고 / 24
아웃사이더 / 25
길 / 26
말없는 항거 / 27
제2부 순이의 하늘
목숨 / 31
순이의 하늘 / 32
생존을 위하여 / 35
은행잎 / 36
할미꽃 / 37
두 얼굴 / 38
금강이 / 40
개 앞에서 / 41
나는 모른다 / 42
위험한 토론 / 43
죄 없이 수줍은 / 44
제3부 젊음, 수틀에 갇히다
젊음, 수틀에 갇히다 / 49
황태포를 씹으며 / 50
희망의 능선 / 51
어머니의 초상 / 52
내 발자국 보이지 않았다 / 53
쑥대를 뽑고 / 55
독백 / 56
소리길 / 57
소심小心 / 58
술 익는 가슴 / 59
꿈길 / 60
나는 살아서 / 61
제4부 첫사랑을 찾는 중이오
첫사랑을 찾는 중이오 / 65
잉카의 아들 / 66
풀舞 / 67
남덕유산 / 68
고물상 / 69
초겨울 산보 / 70
가을 모서리 / 71
소리를 찾아 / 72
밤뻐꾸기 / 74
제5부 아름다운 죄
황사바람 / 79
아름다운 죄 / 80
보시報施 / 81
정취암 가는 길 / 82
없음을 위하여 / 83
고로쇠나무, 그 깨끗한 / 84
우담바라는 왜 피는가 / 85
업보業報 / 86
무량사 / 87
시인 李箱 / 88
짐 / 89
행진 / 90
해설-한恨과 그리움, 불교적 상상력 - 신익호 / 92
본래 안현심은 시가 본령인 사람이다. 그런데 학문에 뜻을 둔 지 10년 만에 문학박사 학위를 받아내고 거기다 문학평론 추천까지 얻어냈다. 대개 이렇게 되면 먼저였던 시의 밭이 척박해지기 쉽다. 솔직히 말해 나는 그에게 일단 학문 쪽으로 갔으면 그쪽에서 보다 더 충실하게 일을 하는 게 좋다고 말해줬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번에 받아 읽어본 그녀의 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학문하는 동안 익힌 타인의 시에 대한 안목을 자기 시에도 적용, 그 이전의 시보다 월등, 그야말로 눈을 찢고 바라볼 만큼 달라졌음을 본다. 이만하면 학문과 시를 아울러도 좋을 듯싶다. 믿음이 간다. 이러다가는 안현심이 또 한 번 일을 낼 것 같다. 독자가 사라진 오늘의 한국 시단. 안현심의 시가 독자들에게 크게 어필하여 정말로 일을 저질러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태주(시인)
안현심의 시에 담겨 있는 자연의 질서는 그 자체로 하늘의 섭리를 가리킨다. 기본적으로 그의 시는 자연과 함께 하는 드높은 정신경지, 곧 하늘의 섭리를 찾고, 깨닫고, 실천하는 일에 바쳐지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그가 저 자신을 갈고, 닦고, 공부하는 사람, 곧 드높은 정신경지에 이르려고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뜻한다. 말하자면 청동 코끼리의 “치켜든 코를 타고” “하늘로 오르”(「하늘사다리」)려고 하는 사람, “하늘에 탯줄을 건/한 마리 애벌레”(「하늘에 탯줄 걸고」)이려고 하는 사람이 그라는 것이다. 여기서 그가 “하늘로 오르”려고 하거나, “하늘에 탯줄을” 걸려고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자연의 질서와 하나가 되려고 하는 것, 자연의 “순리대로 살”(「쓸쓸한 시인」)려고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 그는 절간의 칠성각 옆에서 만난 “커다란 장수풍뎅이”(「化身」)에서 저 자신을 발견할 줄 알고, 봄날 창가에 피는 백목련에서 “죽어도 보내기 싫었던 사람”(「다시 백목련」)을 깨달을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러니 그가 어찌 이 땅의 어디에서든 “상처에 피운 꽃”이 “더욱 눈에 「科」「동백꽃」)시리라는 것을 모르겠는가.
-이은봉(시인, 광주대 문창과 교수,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안현심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은 세속과 탈속의 경계선을 가로지르는 수직적 상상력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시인이 인식하는 세속의 삶이란 과거에 연루된 “허허로운 삶의 구멍”(「황태포를 씹으며」)에 불과하므로 “남은 목숨 별을 보고 살”(「잉카의 아들」)고자 하는 강한 탈속의 욕망을 드러낸다. 시인이 “목숨을 하늘에 맡기고 분만하는 바다거북”(「아름다운 죄」)이 되고자 하는 것도 현실을 온 몸으로 뚫고 가려는 비극적 인식의 산물이다. 세속의 공간에서 탈속을 지향하는 이 아름다운 죄의식은 시집 전체를 관류하는 매개항으로 작동한다. 그의 시가 처연하도록 아름다운 것은 관념적 초월보다는 “하늘에 탯줄을 건/ 한 마리 애벌레”와도 같이 탈속의 공간을 엿보며 세속의 공간을 조율하기 때문일 것이다.
-강희안(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