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법사와 서유기
그동안 다녀왔던 순례지 가운데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곳을 생각해 보았다. 실크로드를 따라가면 3분의 고승이 생각난다. 구마라집 삼장과 현장법사와 신라의 혜초스님이다. 현장법사(602-664)는 실크로드 길을 따라서 인도에 구법성지순례를 하였다. 지금의 서안에서 출발하여 천수-난주-무위-장액-주천-돈황으로 이어진다. 서안은 법문사를 비릇하여 수.당에 조성된 조정사찰이 있는 곳이다. 천수는 맥적산석굴이 있고, 난주는 병령사 석굴이 있다. 장액에는 아주 큰 와불을 모신 대불사 절이 있다. 주천을 지나서 이번에는 최고 석굴사원 돈황을 만난다. 머나먼 서역으로 가는 길에 중국을 대표하는 대불과 큰 와불, 아름다운 석굴사원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법순례를 하는데 부처님의 무상미묘법을 성취하고 귀국하는데 무장무애를 기원하는 간절함이 이 불상과 석굴을 조영 했을 것이다. 현장법사는 인도에 가서 당신의 눈으로 직접보고 들은 불경을 가지고 오고자 하였다. 그러나 황실조정에서는 실크로드가 위험지역이라고 하여 통행 허가증 발급해 주지 않았다. 이에 현장법사는 몰래 혼자 인도의 구법순례 길에 올랐다.
명나라 오승은(1500년~1582년)은 <서유기(西遊記)>라는 소설의 저자이다. 서유기는 중국의 신화, 전설, 실제 이야기와 현장법사의 대당서역기에 나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만든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는 현장법사가 인도 구법순례에 혼자 떠나는 것이 아니라 손오공(孫悟空), 저팔계(猪八戒), 사오정(沙悟淨)이 함께 동행한다. 그러면 여기 등장하는 반수반인 3명은 누구인가? 손오공은 탐진치 삼독 가운데 진(瞋)에 해당되는 인물이다. 악한 사람이나 나쁜 것만 보면 분노하고 화를 내며 참지 못하는 분노의 화신이다. 그래서 수보리존자가 이름을 오공悟空으로 지어 주었다. 존재의 실상은 공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분노하지 말라는 메시지이다. 다음은 저팔계(猪八戒)이다. 다른 말로 저오능(猪悟能)이다. 저팔계는 탐(貪)을 상징한다. 저는 돼지이고 많이 먹는 존재이며 이성을 탐하는 존재로 애탐의 대명사이다. 좋은 것만 보면 자신의 소유로 만들려는 탐욕의 화신이다. 욕망을 억제하고 극복하는 처방전은 팔계를 지키는 것이다. 팔계를 지키므로 능히 깨달음에 이른다. 마지막으로 사오정(沙悟淨)이다. 사오정은 치(痴)를 의미한다. 만악의 근본이 어리석음이다. 내가 어리석은 존재인지 아닌지를 전혀 분간하지 못하는 것이다.
모두들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어리석음이다. 사오정은 물귀신이다. 그래서 沙를 사용한다. 눈치없고 존재감이 전혀 없는 사오정, 그는 아리석음의 화신이다. 네 마음이 본래 깨끗함을 깨달아 성불하라는 의미이다. 현장법사는 이렇게 탐진치 삼독의 존재를 데리고 머나먼 구법의 여정에 오른다. 진실로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은 누구인가? 그것은 인간 내면에 화산처럼 폭발하는 근원적인 번뇌이다. 사람으로 태어나면 누구나 탐진치 삼독의 번뇌를 가지고 살아간다.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음, 이것을 부처님은 마왕파순이라 하였다. 현장법사도 마찬가지, 마음속에 오만가지 번뇌가 있었을 것이다. 이것을 오승은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을 등장시켜 현장법사의 어지러운 번뇌를 재미있는 판타지 소설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선하고 진실하며 정직한 수행자이다. 외형적으로는 아주 여성스럽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아주 강직한 구도자이다.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하여 인도로 가는 현장법사는 위법망구를 실천한 고승이었다. 타클라라칸 사막은 한번 가면 돌아오지 못하는 죽음의 사막이다. 모랫바람이 끊임없이 불기 때문에 사막에는 길이 없다. 사람들이 죽은 뼈 조각을 길 삼아 걸었다고 한다. 사즉생이라 했던가?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활활타는 탐진치 삼독의 불은 꺼졌는가? 도종환의 시를 소개한다.
서유기4
그와 함께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우리 안에 있는 세마리 짐승을
버려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그 짐승들 데리고 천축까지 간다
그들의 도움으로 하루하루 버티며 먼 길 간다
버려야 한다면서 그들 없으면 못 간다
끝까지 그들을 버릴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멀다, 천축
현장법사는 인도에서 돌아와 법상종, 유식불교를 창시 하였다. 만법유식, 만물심조, 오직 마음 하나 잘 쓰는 것, 용심用心, 이것이 현장법사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르침이다.
일광두손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