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코스 : 아라 김포 여객 터미널 – 김포 장릉산 쉼터
김포 여객 터미널에서 아라뱃길을 바라다본다. 서해와 한강을 잇는 우리 민족의 멋과 얼, 정서와 문화가 흐르는 아라뱃길은 우리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글로벌 명품 뱃길’의 염원을 담고 있다고 한다.
행주대교 인근 아라 한강 갑문에서 시작하는 물줄기는 김포시를 지나 인천 계양구를 거처 인천 서구를 통해 서해로 흘러가는데 아라뱃길의 ‘아라’는 우리 민요 아리랑의 후렴구 ‘아라리오’에서 따온 말이라고 하였다.
망망대해의 수평선을 바라보니 혹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배를 타고 물길을 유람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관광진흥을 통해 국가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본래의 목표에 충실히 자기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영하 10도가 넘는 추운 겨울 날씨에 뱃길의 물은 꽁꽁 얼어 있어 경인 아라뱃길을 오고 가는 현대 크루즈호도 발이 묶여 거대한 유희의 광장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따뜻한 내일의 봄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차디찬 바람이 불어오는 혹한에 아라뱃길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우리는 꽁꽁 얼어붙은 아라뱃길 광장에서 감포 장릉산 쉼터까지 10.8km의 경기 둘레길 57코스를 걸어간다.
오늘도 코리아 둘레길 완주자 박찬일 사장님과 변함없이 길동무가 되어 함께 걷는다. 두툼한 방한복과 털모자, 고급카메라, 묵직한 배낭, 스팈, 등의 외형적인 모습만 보아도 도보 여행가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매서운 칼바람이 아무리 세차게 불어도 우리의 발걸음이 멈춰질까? 김포 아라뱃길 터미널은 경기 둘레길 57코스의 출발지이지만 또한 경기 옛길인 강화 1길인 천등고개길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 배낭을 짊어진 네다섯의 무리가 강화길을 걷고자 모여 있다. 걷기에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 그리하여 무심코 지나갈 수 없어 안녕하십니까? 를 외치며 아라뱃길을 따라 걸어간다.
경기 둘레길은 아라뱃길 게이트 2에서 현대 아울렛 방향으로 진행하지만 강화길은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다소 주의를 요했다. 현대 아울렛을 지나갈 때 우리 강 국토 종주 자전거길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포 한강 갑문 : 21km, 1시간 30분, 서울 여의도 37km 2시간 30분, 여주 이포보 123km 9시간, 이화령(새재) 309km 20시간, 부산 을숙도 633km 43시간, 우리가 도보로 국토를 걸어가듯 저들은 문명의 이기인 자전거를 이용하여 국토를 종주하고 있다.
한때는 자전거 국토 종주에 뜻을 두기도 했지만 내 발로 우리의 강산을 밟고 싶은 마음이 더 컷기에 우리 땅 걷기에 매진할 수 있었고 그 생각이 변함이 없었기에 오늘도 경기 둘레길을 걸어가고 있다.
우리 땅 걷기와 중국 고전인 사서오경의 독송과 해석은 70을 눈앞에 둔 점점 약해지는 노령생활을 지탱하는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과제로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삶을 빛내는 과업이다.
국민차 매매 단지를 지나 자전거 전용 도로에 진입하였다. 자전거 도로에는 도로에 인도와 차도가 구별되어 있듯이 자전거 전용도로에도 인도와 자전거 길이 구별되어 있어 교통사고의 위험이 해소되어 편안하게 걸어갈 수 있다.
또한, 자전거길의 매력은 주로 물길과 평야 지대를 달리어 사방이 탁 트인 길을 걷게 되어 광활한 대지의 기운에 흠뻑 젖어 이 땅의 산천을 조망할 수가 있어 걸음걸음에 흥이 인다.
하나교를 통과하니 도시의 건물에 가려졌던 강화도를 제외하고 인천광역시에서 가장 높은 산인 계양산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부평의 진산인 계양산은 일명 안남산이라고 하는데 감포 평야의 넓은 들판에서 우뚝 솟아 반갑게 도보 여행가와 자전거 애호가들을 반갑게 맞이하여 주고 있다.
계수나무와 회양나무가 자생하여 첫머리 글자를 따서 명명한 계양산의 반가운 인사를 받으며 진행할 때 오른쪽으로는 굴포천이 흐흐고 왼쪽으로는 아라뱃길이 놓여 있는데 굴포천에는 얼음이 얼지 않아 청둥오리가 노닐고 있지만, 아라뱃길은 꽁꽁 얼어 있으니 고인 물과 흐르는 물의 차이라고 할까?
백운교를 지나도 자전거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길에 취한 탓일까? 스마트폰에서 경로 이탈을 알린다. 직선의 자전거길이 계속될 줄 알았는데 둘레길은 자전거길과 헤어지고 고촌의 외곽 도로로 향하고 있었다.
신곡 1교를 지나며 김포 대수로의 둑길을 따라 걸어간다. “김포대수로(金浦大水路)는 양촌읍 봉성포천과 고촌읍 신곡리 서부 간선수로를 연결하는 인공 수로이다. 원래 농수로였기에 농한기에는 건천이 되나, 경관상의 문제가 지적되어 팔당댐의 물을 끌어와 흐르게 할 계획이다.”(위키 백과에서 퍼옴) 하였다.
대수로를 바라보니 아무리 농수로이지만 물이 메말라 땅바닥이 드러난 모습이 마치 화재가 발생하고 잔해만이 남아 있는 것 같이 흉물스러웠다. 보면 볼수록 팥소 없는 찐빵을 먹는 것 같았다.
차디찬 칼바람과 싸우며 걸어가는 노고도 없이 실망에 젖어 걸어가는데 도로 공사로 인하여 수로의 둑길마저 걸어갈 수 없게 되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회 길도 찾아보았지만 가는 길은 없어 혹시나 하고 수로의 둑길에 세워진 컨테이너 뒤로 가보니 가는 길이 보였다.
다시 수로의 둑길에 들어서 진행할 때 김포 풍무동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목적지가 가까워져 온 것이다. 눈을 들어 사방을 바라보니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강화길의 반대 방향을 걸어가고 있었다.
강화길인 천등 고갯길은 대수로의 건너편의 김포평야 길을 걸어갔다면 오늘 걸어가는 경기 둘레길은 반대편의 김포평야를 걸어가 이화교에서 서로가 하나가 되는 길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촌을 가운데에 두고 외곽지역의 자연 친화적인 길을 걸은 것일 것이다. 이화교를 건너니 마을을 노래한 시비가 세워져 있다. 그 시에서 “땅을 메운 여염집 즐비한데 / 이화 촌의 봄빛이 집집마다 가득하다 / 닭울고 개 짖는 소리 마을에 가득한데 / 볏가리 모양이 노적봉 같구나 ”라고 노래하여 오늘의 마을을 바라보았다.
공장과 축산물 판매장이 눈에 띄고 닭울고 개 짖는 소리 가득하고 볏가리 모양이 노적봉 같다던 그 고즈넉한 정경을 지닌 번창하였던 마을은 보이지 않는다. 도시 개발로 상전벽해가 된 것일까?
강화길과 합류하여 도로 공사로 인하여 차단막을 설치한 둑길을 따라 걸어가 현수 2교 사거리에서 강화길은 계양천 산책로로 진행하지만, 경기 둘레길은 또다시 김포 대수로의 둑길에 진입하여 풍무동 아파트 단지에 이른다.
풍무동은 불을 피울 때 바람을 일으키는 기구인 ‘풀무’를 상징하는 풀무골이라 하였는데 풀무질할 때의 불꽃처럼 마을의 생활 형편도 흥했다 꺼졌다 한다는 풍수 사상을 담고 있다고 한다.
조그마한 시골 동네에서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 것을 보면 그 지명에 담긴 뜻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저버리지 못할 때 또다시 강화길과 합류하여 진행할 때 유현로가 눈에 띄었다.
풍무동에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유현 마을에는 양두리로 넘어가는 고개인 연불재에는 병자호란 때 청나라를 향해 내 머리는 끊을지언정 무릎을 꿇을 수 없다고 절개를 굽히지 않아 끝내 죽임을 당한 충렬공(忠烈公) 강 위빙 선생의 묘와 정려가 있었다고 한다.
충절의 기운이 서린 연불재를 강화길을 걸을 때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마음속으로 그리며 승가대학교에 이르는 고갯길에 진입하였다. 길가에는 공동묘지가 있고 내리막의 끝자락에 실낙원 장례식장을 지나 산길로 진입하였는데 철망의 울타리가 쳐있다.
김포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김포 장릉이었다. 김포 장릉은 조선 시대 국왕 중 가장 증오하고픈 16대 임금인 인조의 아버지 정원군과 그의 부인 인헌왕후의 능이다.
장릉에서 철망 울타리를 따라 장릉산 쉼터에 이르러 경기 둘레길 57코스 걷기를 마치었다. 동행한 박 사장님은 유튜버에 올리는 마무리 소감을 묻길레 “혹한 속에 혼자 아닌 함께 걸어온 길이었기에 즐거움이 넘칩니다.”라고 대답했다.
● 일 시 : 2023년 1월 28일 토요일 맑음
● 동 행 : 박찬일 사장님
● 동 선
- 10시30분 : 김포 여객 아라 터미널
- 11시00분 ; 백운교
- 12시05분 : 이화교
- 12시40분 : 풍무동 아파트
- 13시35분 : 김포 장릉 쉼터
● 총거리 및 소요시간
◆ 총거리 : 10.8km
◆ 소요시간 : 3시간 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