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둘러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에 맞는 경험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부킹닷컴이 2026년 여행 트렌드 조사와 자사 예약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표한 ‘2026년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0곳에는 이러한 변화가 선명하게 반영됐다.
이번 선정은 순위를 매긴 랭킹이 아니라, 2025년 1월 1일부터 6월 15일까지 부킹닷컴에서 가장 많이 예약된 상위 1,000개 여행지 가운데 전년 대비 예약 증가율이 두드러진 지역을 기준으로 이뤄졌다. 지역적 다양성을 고려해 여러 권역을 고루 포함했으며, 한적한 소도시부터 새로운 문화 중심지로 떠오른 도시까지 변화하는 여행 흐름을 보여주는 곳들이 선정됐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빌바오는 산업 도시의 이미지를 벗고 유럽을 대표하는 문화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구겐하임 미술관이 상징하는 현대적 정체성과 구시가지 카스코 비에호의 중세 골목이 공존하며,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부터 현지 선술집까지 바스크 미식 문화를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다.
서아프리카 해안의 카보베르데 살 섬은 눈부신 백사장과 맑은 바다로 유명한 휴양지다. 아프리카·포르투갈·크리올 문화가 어우러진 이곳은 세계적인 윈드서핑 명소이자, 페드라 데 루메 소금 평원과 화산 지형 등 자연 속에서 휴식을 원하는 여행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콜롬비아 북부의 항구 도시 바랑키야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랑키야 카니발로 잘 알려져 있다. 카리브해 특유의 열정적인 에너지와 지역 문화가 어우러지며, 인근 카르타헤나와 함께 둘러보기 좋은 여행지로 평가받는다.
브라질 아마존 중심부의 마나우스는 열대우림으로 둘러싸인 대도시다. 리오네그로 강과 솔리모에스 강이 섞이지 않고 나란히 흐르는 ‘강의 합류’ 현상과 테아트로 아마조나스 오페라 하우스 등 역사적 건축물이 자연과 문화의 공존을 보여준다.
독일 서부의 뮌스터는 자전거 친화적인 환경과 1,200년이 넘는 역사가 조화를 이루는 도시다. 전쟁 이후 복원된 구시가지와 성 파울루스 대성당, 순환 산책로는 느린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호주 북동부의 포트 더글러스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와 데인트리 열대우림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관문 도시다. 두 곳 모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어 자연과 휴식을 동시에 즐기려는 여행객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인도 남서부 케랄라주의 코치는 오랜 무역 역사와 다양한 문화가 켜켜이 쌓인 해안 도시다. 포트 코치 지역의 유럽식 저택과 예술 카페, 중국식 어망이 어우러진 풍경은 이 도시만의 개성을 드러내며, 코치–무지리스 비엔날레 기간에는 예술 도시로서의 매력이 한층 강화된다.
미국 필라델피아는 2026년 미국 독립 250주년을 맞아 주목받는 도시다. 독립기념관과 자유의 종을 중심으로 역사적 의미가 크며, FIFA 월드컵과 MLB 올스타전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도 예정돼 있어 역사와 엔터테인먼트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베트남 남동부 해안의 무이네는 한때 작은 어촌이었으나, 붉고 흰 모래언덕과 ‘요정의 샘’ 등 독특한 자연 경관으로 휴양지로 성장했다. 자연 풍광과 현지 정취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남부의 대도시 광저우는 고대 해상 실크로드의 핵심 거점이자 현대 중국 경제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도시다. 전통 딤섬 문화와 유럽풍 건축물, 광저우 타워를 중심으로 한 현대적 스카이라인이 공존하며 과거와 현재를 함께 보여준다.
부킹닷컴은 이번 선정 결과에 대해 “여행객들이 더 이상 유명세만을 좇기보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목적지를 찾고 있다”며 “2026년에는 경험과 감정이 여행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