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은 9월 20일부터 26일까지 태국 나콘라차사마 MCC홀에서 열린 제1회 AVC(아시아배구연맹)컵대회에 출전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이후 명예 회복을 노렸다.
그러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대표팀은 대회 마지막 날 결승에서 이란에 2-3(25-13 15-25 25-27 25-15 7-15)으로 져 준우승에 그쳤다.
한국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이란을 3-1(23-25 25-17 25-17 25-22)로 이겼지만 마지막 승부에서 덜미를 잡혔다.
신치용(53) 대표팀 감독은 “이란전에서 진 게 대표선수들에게 큰 자극이 됐다. 값진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9월 28일 귀국한 대표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신감독은 삼성화재 사령탑으로 2008-09시즌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대회 준우승에 그쳤는데. 좋은 경험을 했다고 얘기를 했지만 준우승에 만족하는 감독이나 선수들이 얼마나 있겠나. 선수들이 손발을 맞출 시간이 모자랐다. 대표팀이 9월 9일 소집됐지만 훈련을 한 날은 6일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럴 사정이 있었나.추석 연휴가 중간에 끼어 있어 그렇게 됐다. 문성민(22,198cm,프리드리히스하펜)은 늦게 합류했고. 권영민(28,190cm,현대캐피탈)은 부상 때문에 최종 엔트리에서 빠졌다.
어제(9월 29일) (김)세진(34)이와 전화 통화를 했는데 “팀에 무슨 문제라도 있었어요”라고 물었다. 문제가 있었다면 준우승한 게 문제다. 대표팀 분위기는 지난해 월드리그 때보다 좋았다.
신영수(26,197cm,대한항공)도 다쳤다.(신)영수는 9월 25일 중국과 치른 준결승전에서 다쳤다. 시간차 공격을 하기 위해 점프하는 과정에서 이선규(27,200cm,현대캐피탈)의 신발에 손가락이 부딪히면서 다쳤는데 드문 경우다.
영수가 지난 시즌 V리그 경기에서 그렇게 다친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또 그렇게 됐다. 처음에는 단순한 타박상 정도로 생각했는데 귀국한 뒤 손 전문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니까 손등뼈가 골절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대한항공 진준택(59) 감독이 걱정이 많을 것 같다. 진감독에게 공항에서 전화를 걸어 영수의 상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영수는 어제(9월 29일) 수술을 받았다.
대표팀이 앞으로 개선해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서브 리시브다. 이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리시브는 기본 가운데 기본이다. 서브 리시브가 안 되면 경기를 풀어 나갈 수 없다.
결승전 5세트에서 상대에게 쉽게 경기를 내줬다.세트별 점수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한국과 이란 모두 이날 반쪽짜리 경기를 했다. 1, 4세트를 상대 범실 덕분에 쉽게 이겼는데 2, 5세트는 정반대가 됐다. 듀스까지 간 3세트도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두 팀 모두 상대 범실로 얻은 점수가 많았다.
이란과는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결승에서 만났었는데.LIG 손해보험 박기원(57) 감독이 당시 이란을 맡고 있었다. 6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당시 대표팀과 이번 대표팀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때도 이란은 키가 컸다. 선수들이 바뀌고 6년 전보다 세기가 좋아지기는 했다. 이란은 다른 중동팀들과는 색깔이 조금 다르다. 유럽 배구에 가깝다.
이번 대회에서 센터를 이용한 공격이 적었다.작전 시간에 선수들에게 그 점을 알려 줬다. 세터와 센터의 호흡이 잘 맞지 않은 면도 있었지만 애초에 서브 리시브가 잘 안됐기 때문에 그랬다. 그리고 상대보다 속도가 느렸다.
수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선규와 (고)희진(28,198cm,삼성화재)이 (하)현용(26,198cm,LIG 손해보험)에게 속공에 대비할 것을 지시했으나 상대가 한 박자 더 빨랐다.
센터 보강이 필요하겠다.이번 대회에 참가한 팀의 센터들은 키가 컸다. 205cm가 넘는 센터도 많았다. 대표팀은 눈앞의 대회가 아닌 2010년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와 2012년 런던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시간을 두고 선수들을 선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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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구대표팀의 세대교체는 현재진행형이다.
사진 김동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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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에 더 속도를 낼 것인가.나보다 앞서 대표팀을 맡았던 현대캐피탈 김호철(53) 감독이나 류중탁(48) 감독 모두 세대교체를 시도했다. 그 틀은 변하지 않는다.
어떤 선수들이 대표팀에 필요하고 팀 구성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이번 AVC컵대회를 통해 가닥을 잡았다. 대표 선수를 뽑는 데 있어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겠다.
바꿀 게 있다면 확실하게 바꾸겠다. 이번 대회에서 중국은 세대교체를 잘 진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의 마무리 단계에 온 것 같다. 일본은 2진급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려 출전했기 때문에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눈여겨보는 선수가 있나.김은섭(18,211cm,영생고)이다. (김)은섭이는 소속팀에서는 레프트로 뛰지만 대표팀에 뽑을 경우 센터로 포지션을 바꿀 생각이다. 다음 대표선수 선발 때는 꼭 넣을 생각이다.
세터의 교체도 생각하고 있나. (최)태웅(32,185cm)이는 대표팀에서 오래 뛰기도 했지만 이제부터는 젊은 세터들에게 많은 기회를 줄 생각이다. 태웅이가 2006년과 지난해 대표팀에서 빠졌을 때 (권)영민이와 (송)병일(25,196cm)이가 뛰었다.
(송)병일이를 포함해 이번 대회에 출전한 황동일(22,194cm,경기대) 그리고 한선수(23,189cm,대한항공)와 유광우(23,185cm,삼성화재) 등을 대표팀 세터로 고려하고 있다.
문성민, 박철우(23,199cm,현대캐피탈), 김요한(23,198cm,LIG 손해보험)을 ‘한국 배구의 미래‘로 꼽았다.세 명 모두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중심 선수로 자리를 잡을 선수들이다. 문제는 역시 리시브다. 공격력만 뛰어나면 ‘반쪽 선수’가 될 수밖에 없다.
(박)철우가 빠질 경우 (문)성민이가 라이트에서 뛰지만 레프트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리시브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타고난 감각이 떨어지더라도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까지 수준을 향상할 수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문성민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나.적응을 잘 할 것으로 본다. 성민이는 착한 데다 성실하다, 대표팀에서 경기하는 것을 지켜보면 착한 게 꼭 좋은 게 아니라는 걸 느끼곤 한다. 철우와 요한이도 비슷한데 선수들이 얌전하게 배구를 한다.
신진식(33)처럼 강한 승부 정신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조금 아쉽다. 성민이의 소속팀 감독이 주로 어떤 포지션에 기용할지 모르겠지만 “레프트로 뛰는 게 네 장래를 위해 낫다. 유럽에서 너 정도의 라이트 공격수는 수없이 많다”고 성민이에게 여러 번 얘기했다. 성민이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2008-09시즌 V리그 개막(11월 22일)이 2개월도 안 남았다.삼성화재는 지난 시즌에 견줘 올 시즌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유)광우가 팀에 어서 빨리 복귀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외국인선수 안젤코 추크(25,200cm)는 양산에서 열린 KOVO(한국배구연맹)컵대회가 끝난 뒤 출국했다가 9월 25일 팀에 합류했다.
가장 신경이 쓰이는 상대는 역시 현대캐피탈인가.현대캐피탈의 선수 구성을 따라갈 팀은 현재 국내에는 없다. 대한항공, LIG 손해보험 등 모두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시즌에는 개막을 앞두고 그런 얘기를 자주 꺼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충분히 우승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 국내에서 마무리 훈련을 했다. 올 시즌 준비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이번에는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10월 17일부터 일주일 동안 캠프를 차릴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에 왔던 도레이와 연습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신치용
생년월일│1955년 8월 26일
학력│부산 성지공고-성균관대
경력│2008년 6월~ 남자대표팀 감독
1995년 11월~ 삼성화재 배구단 감독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우승
1991~1994년 남자대표팀 코치
1980~1995년 한국전력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