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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시(敍事詩) <국경(國境)의 밤>
: 파인(巴人) 김동환(金東煥)
읽기 전(前)에 ..
【구성 및 줄거리】: 미니 해설(解說) **
- 전(全) 3부 72절 -
이 시(詩)의 시상(詩想) 전개(展開)는
하룻 밤과 이튿날 낮까지의 시간(時間)을
현재(現在)로 하고, 그 중간(中間에)~
과거(過去)을 회상(回想) 형식으로,
주인공(主人公)의 소녀(少女) 시절을 끼워 넣으면서
두만강변(豆滿江邊)의 암울(暗어두울 암 鬱답답할 울/울창할 울)하고
참담(慘憺)한 생활(生活)과
고향(故鄕) 산곡(山谷) 마을의
추억(追憶)을 엮어 놓았다.
▶제1부(1∼27장) :
사건의 발단 – 배경(背景) 묘사(描寫)와 스토리(story) 도입,
당시(當時)의 시대상(時代相)
두만강(豆滿江) 유역(流域)의
국경(國境) 지대
어느 마을.
때는~
설날이 가까운 어느 겨울,
소금을 밀수출(密輸出)하는
남편을 떠나보내고
아내의 근심과 초조(焦燥)가 계속된다.
그 날 저녁
마을에 한 청년(靑年)이 나타나
젊은 아낙네가 있는 집에 와서
주인(主人)을 찾는다.
▶제2부(28∼57장) :
사건 전개(중심부) - 순이와 선비의 연애(戀愛) 회상(回想),
풍습(風習)의 실상(實狀)과 희생(犧牲)
과정(過程)
두 사람은 알고 보니,
어릴 적 소꿉친구로 자라면서
서로 좋아하게 되었으나,
*재가승(在家僧)인 여진족(女眞族)의 후예(後裔)인
순이는 다른 혈통(血統)과
결혼(結婚)할 수 없어 서로 헤어졌고,
그렇게 마을을 떠난 지 8년(年)만에
이제 순이(女.主人公) 앞에 다시 나타난다.
▶제3부(58∼72장) :
사건의 결말 - 순이와 선비의 재회(再會),
순이 남편 병남(丙南)의 사망 :
역사(歷史)의 제물화(祭物化)
청년(靑年)은 남의 아내가 된 순이에게
옛 사랑을 이룰 것을 간청(懇請)한다.
그러나 순이는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운명(運命)을 들어 거절(拒絶)한다.
그때 밀수출(密輸出) 나갔던
남편 병남(丙南)이
마적(馬賊)의 총(銃)에 맞아서
죽은 시체(屍體)로 실려 온다.
마을 사람들은 정성(精誠)을 다해
조국(祖國) 땅에 묻는다.
- 추보식 -
국경(國境)의 밤
김동환(金東煥,1901~미상)
호는 *파인(巴人)
*巴: 1.땅 이름 2.파조(巴調)의 약칭 3.구렁이의 한 가지 4.아비
5.사천성(四川省)에 있는 땅의 이름
*巴人 파인: 중국의 파(巴) 지방 사람이라는 뜻으로,
촌스러운 시골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시(詩) 전문(全文)】
<국경(國境)의 밤> (1925 /03 /25)
▶ 제 1부
(1)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豆滿江)을
탈없이 건넜을까?
저리 국경(國境) 강안(江岸)을
경비(警備)하는
외투(外套) 쓴 검은 순사(巡査)가
왔다 – 갔다 -
오르명 - 내리명 -
분주(奔走)히 하는데
발각도 안 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소금실이 밀수출(密輸出)
마차(馬車)를 띄워 놓고
밤을 새 가며 속 태우는
젊은 아낙네,
물레 젖는 손도
맥(脈)이 풀려서
파! 하고 붙는 ~
어유(魚油) 등잔(燈盞)만
바라본다.
북국(北國)의 겨울 밤은
차차 깊어 가는데.
(2)
어디서 불시(不時)에
땅 밑으로 울려 나오는 듯
“어- 어- 이-” 하는
날카로운 소리 들린다.
또 저쪽으로 무엇이 오는
군호(軍號)라고
촌민(村民)들이 넋을 잃고
우두두- 떨 적에
*처녀(妻아내처女)만은 잡히우는
*처녀(妻女): 여기서는 젊은 아낙네로 처녀(處女)와는 다름
남편의 소리라고
가슴을 뜯으며
긴 한숨을 쉰다.
눈보라에~
늦게 내리는
*영림창(營林廠) 산림(山林)실이
벌부(筏夫))떼 소리언만.
*營林廠: 1.대한제국기(大韓 帝國期)의 관청
2.대한제국(大韓帝國) 때 압록강(鴨綠江)과
두만강(豆滿江) 연안(沿岸)의 삼림(森林)에
관(關)한 일을 맡아보던 관아(官衙).
융희(隆熙)1(1907)년에 두었다가
융희(隆熙)4(1910)년에 폐(廢)함
*筏夫: [명사] 뗏목에 물건을 실어 나르는 인부.
(3)
마지막 가는 병자(病者)의
부르짖음 같은
애처로운
바람소리에 싸이어
어디서 “땅-” 하는 소리
밤하늘을 짼다.
뒤대어
요란한 발자취 소리에
백성(百姓)들은
또 무슨 변(變)이 났다고
실색(失色)하여 숨죽일 때
이 처녀(妻女)만은
강(江)도 채 못 건넌 채
얻어맞는 사내 일이라고
문(門)비탈을 쓰러안고
흑 - 흑-
느껴가며 운다.
겨울에도 한 삼동(三冬),
별빛에 따라~
고기잡이 얼음장 끊는 소리언만.
(4)
불이 보인다.
새발간 불빛이
저리 강(江) 건너
대안(對岸)의 파수막(把守幕)에서
*옥서(玉黍)장 태우는
*옥수수(玉蜀黍, 강냉이)
빠알간 불빛이 보인다.
까마앟게 타오르는
모닥불 속에
*호주(胡酒)에 취한 순경(巡警)들이
*胡酒:수수를 원료(原料)로 하여 만든
중국(中國) 특산(特産)의 소주(燒酒)
윌- 윌- 윌-
이태백을 부르면서.
(5)
아하-,
밤이 점점 어두워 간다.
국경(國境)의 밤이 저 혼자
시름없이 어두워 간다.
함박눈조차 다 내 뿜는
맑은 하늘엔
별 두어 개(個) 파래져~
어미 잃은 소녀(少女)의
눈동자같이 깜박거리고
눈보라 심한
강(江) 벌에는
외가지 백양(白楊)이
혼자 서서
뱌람을 걷어 안고
춤을 춘다.
가지 부러지는 소리조차
이 처녀(妻女)의 마음을
핫! 핫!
놀래면서-
(6)
전선(電線)이 운다.
이잉- 이잉- 하고
국교(國交)하러 가는 전신줄이
몹시도 운다.
집도, 백양(白楊)도,
산곡(山谷)도,
오양간 당나귀도
따라서 운다.
이렇게 춥길래 오늘 따라
간도(間島) 이사꾼도
별로 없지.
얼음장 깔린 강(江)바닥을
바가지 달아매고 건너는
함경도(咸鏡道) 이사꾼도
별로 안보이지.
회령(會寧)에서는 벌써
마지막 차(車)
고동(鼓動)이 텄는데.
(7)
봄이 와도 꽃 한폭
필줄 모르는
강(江) 건너
산천(山川)으로서는
바람에 눈보라가 쏠려서
강(江) 한 복판에
진시왕릉(秦始皇陵) 같은
무덤을 쌓아 놓고는
이내 안압지(雁鴨池)를 파고
달아난다.
하늘 땅 모두
*회명(晦冥)한 속에
*晦冥: 캄캄하게 어두움.
해나 달의 빛이 가리어져서 컴컴함
백금(白金)같은
달빛만이
백설(白雪)로 오백(五百) 리(里),
월광(月光)으로 삼천(三千) 리(里)
두만강(豆滿江)의
겨울밤은
춥고도 고요하다^^
(8)
그 날 저녁 으스러한 때이었다.
어디서 왔다는지
초조(焦燥)한 청년(靑年) 하나
갑자기 이 마을에 나타나
오르명 - 내리명 -
구슬픈 노래 부르면서-
“달빛에 잠자는 두만강(豆滿江)이여!
눈보라에 깔려 우는 옛날의 거리여,
나는 살아서 네 품에 안길 줄 몰랐다.
아하- 그리운 옛날의 거리여!“
애처로운 그 소리-
밤하늘에 울려
청상과부(靑孀寡婦)의
하소연 같이
슬프게 들렸다.
그래도 이 마을 백성(百姓)들은
또 ‘못된 녀석’이 왔다고
수군거리며
문(門)을 닫았다.
(9)
높았다- 낮았다-,
울었다- 웃었다 하는
그 소리~
폐허(廢墟)의 재[灰] 속에서
나래를 툭툭 털고 일어나
외우는 백조(白鳥)의 노래같이
마디- 마디-
눈물을 짜아내었다.
마치,
“얘들아 마지막 날이 왔다.”
하는 듯도
여럿은~
어린애고 자란 이[人]고
화롯불에 마주 앉았다가
약속(約束)한 듯이
고요히 눈을 감는다.
하나님을 찾는 듯이-
“저희들을 구(求)해 줍소서.”
그러다가 발소리와 같이
“아 하 - ”
부르는 청년(靑年)의 소리가
다시 들리자,
“에익, 빌어먹을 놈!” 하고
침을 뱉는다.
그녀 머리에서는
*밀정(密偵)하는 소리가
*密偵: ①비밀(秘密)히 탐정(探偵)하는 사람
②남 몰래 정탐(偵探)함. 염탐(廉探)
번개 치듯 지나간다.
-그녀는
두려운 과거(過去)를 가졌다.
생각하기에도 애처로운
과거(過去)를 가졌다.
그래서 그물에 놀랜
참새처럼
늘 두려운 가슴을 안고
지내 간다.
불쌍한 족속(族屬)의 가슴이-
늘 얼어서!
(10)
청년(靑年)의 노래는
그칠 줄을 몰랐다.
“옛날의 거리여!
부모(父母)의 무덤과
어릴 때 글 읽던-
서당(書堂)과 훈장(訓長)과
그보다도
물방앗간에서 만나는
색시가 사는 고향(故鄕)아,
달빛에 파래진 S촌(村)아!“
여러 사람은
더욱 놀랐다.
그 대담(大膽)한 소리에
마치 어느 피 묻은 입이
*리벤지를 부르는 것 같아서,
*revenge[rɪ|vendƷ]: 1.복수, 보복
2.(스포츠 경기에서)설욕
촌(村) 백성(百姓)들은
장차(將次) 다가올 두려운
운명(運命)을 그리면서
불안(不安)과 공포(恐怖)에
떨었다.
그래서 핫! 하고
골을 짚은 채
쓰러졌다.
(11)
바람은 이 조그마한 S촌(村)을
삼킬 듯이 심하여 간다
S촌(村) 뿐이랴.
강안(江岸)의
두 다른 국토(國土)와
인가(人家)와
풍경(風景)을
시름없이 덮으면서
벌부(筏夫)의 소리도,
고기잡이 얼음장 끊는 소리도,
구화(溝도랑 구,火)불에 마주 선
중국(中國) 순경의
*주정(酒酊) 소리도,
*酒酊: 술에 취하여 정신없이 말하거나 행동함.
수비대(守備隊) 보초(步哨)의 소리도,
검열(檢閱) 맡은 필름같이
뚝- 뚝-
중단(中斷)되어 가면서,
그래도
이 속에도 어린애 안고 우는
촌(村) 처녀(妻女)의 소리만은
더욱 분명(分明)하게
또 한 가지
방랑자(放浪者)의 호소(呼訴)도
더욱 또렷하게
울며 짜며 한숨 짓는
이 모든 규음(揆헤아릴규,音)이
바서진 피아노의 검반(鍵盤)같이
산산이 깨뜨려 놓았다,
이 마을 평화(平和)를 -
(12)
처녀(妻女)는 두렵고 시산하고
참다 못하여~
문(門)을 열고
하늘을 내다보았다.
하늘엔 불켜 놓은 방안같이
환히 밝은데
가담 - 가담 -
흑즙(黑汁즙 즙) 같은 구름이
박히어 있다.
“응, 깊고 맑은데- ” 하고
멀리 산(山)굽이를
쳐다 보았으나
아까 나갔던 남편의 모양은
다시 안 보였다.
바람이 또 한번-
포효(咆哮)하며 지난다.
그때 이웃집으로
기와짱이 떨어지는 소리 들리고
우물가 버드나무 째지는 소리
요란(搖亂)히 난다 -.
처마 끝에 달아 맨
고추 다램이도 흩어지면서
그녀는
“에그 추워라!” 하고
문(門)을 얼른 닫았다.
(13)
먼 길가에서는
술빕막(幕)에서
*널문(門) 닫는 소리 들린다.
*널門: [명사]널빤지로 만든 문
이내
에익- 허- 하- 하는
주정(酒酊)꾼 소리도
“춥길래 오늘 저녁~
문(門)도 빨리 닫는가 보다” 하고
속으로 외우며
처녀(妻女)는 돌부처같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근심없는 사람 모양으로.
이렇게 시산한
밤이면은
사람 소리가 그립느니
웩 – 웩 - 거리고
지나는
주정(酒酊)꾼 소리도.
(14)
처녀(妻女)는
생각하는 양 없이
출가(出嫁)한 첫해 일을
그려보았다.
밤마다 밤마다-
저 혼자 베틀에
앉았을 때
남편은 곤해 코 골고 -
고요한 밤거리를
불고 지나는
머슴아이의
옥(玉) 퉁소 소리에
구곡(九谷)의 청(靑)제비
우는 듯한
그 애연(哀然)한
음조(音調)를 듣고는
그만 치마폭에
얼굴을 파묻고
울기도 하였더니
그저 섧고도 안타까워서 -
산(山)으로 간 남편이
저물게 돌아올 때
울타리에 기대어
먼 산(山) 기슭을
바라보노라면
오시는 길을
지키노라면
멀리 울리는 강아지 소리에
저도 모르게 한숨을 지었더니
갓난 애기의
첫 해가 자꾸
설어서-
그보다도
가을밤 옷 다듬다가
뒷 서당(書堂) 집 -
노(老)훈장(訓長)이 외우는
“공자 , 맹자 왈(曰,말하기리를,가로되)”
소리에
빨래 다듬이도 잊고서
그저 가만히
엎디어 있노라면
마을돌이로 늦게
돌아오는 남편의
구운 감자 갔다 주는 것도
맛- 없더니
그래서- 그래서-
저 혼자 이불 속에서
계명(鷄鳴,첫닭 울기) 때 지나게
울기도 하였더니-,
“아, 옛날은 꿈이구나!” 하고
처녀(妻女)는 세상을 다 보낸
노인(老人)같이
무연(無然)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처녀(妻女)는 운다.
오랜 동안을~
사내를 속이고
울던 마음이
오늘 밤 따라
터지는 것 같아서-
-그녀는 어릴 때,
아직 *머리태를 두었을 때 -
*머리태: 1.머리채(길게 늘어뜨린 머리털)의 잘못.
2.“머리채”의 북한어. 3.길게 타래진 머리털.
도라지 뿌리 씻으러
샘터에 가면
강아지 몰고 오는
머슴아이 만나던 일
갈잎으로 풀막을 짓고
돌아서 풀싸움하던 일
해지기도 모르게
물장구 치고 풀싸움하고
그러던 일.
그러다가 처녀(妻女)는
꿈을 꾸는 듯한
눈으로
“옳아, 그이,
그 *언문(諺文) 아는 선비!
*諺文:1.지난날, 한문(漢文)에 대(對)하여
한글로 된 글을 낮추어 이르던 말
2.상말을 적는 문자라는 뜻으로,
‘한글’을 속되게 이르던 말.
어디 갔을까” 하고
무릎을 친다.
그리고
입속으로
“옳아 -,
옳아 - 그이!” 하고는
빙그레 웃는다.
꿈길을 따르면서 -
옛날을 가슴에서
파내면서.
(15)
바깥에선 밤 개가
컹 - 컹 -
짖는다.
그 *서슬에
*서슬: [명사]1.강하고 날카로운 기세.
2.쇠붙이로 만든 연장이나 유리 조각 따위의
날카로운 부분.
“아뿔사, 내가 왜?” 하고
처녀(妻女)는 황급히 일어나
문턱에 매달린다.
죄(罪)되는 일을
생각한 것 같이.
그러나
달과 바람 밖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남산(南山) 봉화당(烽火堂)
꼭지에선
성좌(星座)들이 진(陣)을 치고
한창 초한(楚漢)을 다투는데-
(16)
아하 -,
설날이 아니 오고,
또 어린애가 아니었더라면~
국금(國禁)을
피(避)하고 까지
남편을 이 한밤에
돈벌이로
강(江) 건너 되땅으로
보내지 않았으련만.
무지(無知)한 병정(兵丁)에게
들키면 그만이지
가시던 대로나 돌아오시랴?.
“에그 -,
과부(寡婦)는 싫어,
상복(喪服) 입고
산소(山所)에 가는
과부(寡婦)는 싫어."
빠지직- 빠지직-
타오르는
심화(心火)에 앉아서
울고 서서 맴도는
시골 아낙네의
겨울밤은
지루하기도 하여라.
다시는 인적기(人跡氣,인기척) 조차 없는데
뒷 산곡(山谷)에는
곰 우는 소리
요란(搖亂)하고.
(17)
이상한 청년(靑年)은
그 집 문간(門間)까지 왔었다.
여러 사람이
오매(惡미워할오,罵꾸짖을 매)하는
눈살에 쫒겨
뼉다귀 찾는 미친 개 모양으로
우줄 – 우줄 -
떨면서
오막살이 집
문(門)앞까지 왔었다.
누가 보았던들
망명(亡命)하여 온
이방인(異邦人)이
*포리(捕吏)의 눈을
*捕吏: 포도청(捕盜廳) 및 지방(地方) 관아(官衙)에 딸려
죄인(罪人)을 잡는 하리(下吏)
피(避)하는 것으로
알지 않았으랴
그는 돌연(突然)
“여보,
주인(主人)!” 하고
굳어진 소리로
빽- 지른다.
그 *서슬에 지옥(地獄)에서 온
*서슬: [명사]1.강하고 날카로운 기세.
2.쇠붙이로 만든 연장이나 유리 조각 따위의
날카로운 부분.
사자(死者)를 맞는 듯이
온 마을이
푸드득-
떤다.
그는 이어서 백골(白骨)을
도적(盜賊)질 하려
묘지(墓地)에서 온
자(者)처럼
연(連)해~
눈살을 사방(四方)에
펼치면서
날카로운 말소리로
“여보세요.
주인(主人) !
문(門)을 열어 주세요.”
(18)
딸그막 –
딸구막 -
울려 나오는 그 소리
만인(萬人)의 가슴을
무찌를 때~
모든 것은 기침 한 번 없이
고요하였다.
천지창조(天地創造) 전(前)의
대공간(大空間) 같이...
그는 다시 눈을 흘겨
삼킬 듯이 바라보더니
“여보- , 주인(主人) !
주인(主人)!
주인(主人) ?”
아, 그 소리는
불쌍하게도 맥(脈)이 풀어져
고요히 앉아 있는
아내의 혼(魂)을
약탈(掠奪,노략질할약,빼앗을탈)하고 말았다.
사내를 사지(死地)에 보내고
*정황(情況)이 없어 하는 아내의 -
*情況: [명사] 1.일의 사정과 상황.
2.인정상 딱한 처지에 있는 상황.
(19)
처녀(妻女)는 그 소리에 놀랐다.
그래서 떨었다.
밖으로선 더 급하게,
“나를 모르세요”
내요! 내요!“ 하고
계속(繼續)하여 난다.
그러면서
주먹이 똑 – 똑 – 똑 - 하고
문지방에 와서 맞친다.
처녀(妻女)의 가슴도
똑 – 똑 – 똑 -
때리면서
젊은 여자(女子)를 잠가 둔
성당(聖堂) 문(門)을
똑 – 똑 – 똑 -
두드리면서.
(20)
처녀(妻女)는 어쩔 줄 몰랐다.
그래서 거의 기절(氣絕)할 듯이
두려워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아까 남편이 떠날 때,
동네 구장(區長)이 달려와
말 목께를 붙잡고
“오늘 저녁엔 떠나지들 마오.
부디 떠나지들 마오.
이상한 청년(靑年)이 나타나
무슨 큰 *화변(禍變)을 칠 것 같소.
*禍變: 매우 심한 재액(災厄)
부디 떠나지들 마오.
작년 일을 생각하거든
떠나지들 마오.”
그러기에
또 무슨 일이 있는가고
미리 겁내어 앉았을 때,
그 소리 듣고는
그녀는 에그! 하고
겁이 덜컥 났었다.
죽음이 어디서
빤히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몸에 오소속-
소름이 친다.
(21)
그의 때리는 주먹은
쉬지 않았다.
똑 – 똑 – 똑 -
“여보세요.
내요! 내라니까.“
그리고는 무슨 대답(對答)을
기다리는 듯이
가만히 있다.
한참을~
“아- 내라니까!,
내요!, 어서 조금만”
“아 하 -, 아하 -,
아 하 -”
청년(靑年)은 그만 쓰러진다.
동사(凍死)하는 거지,
추위에 넘어지듯이
그때 처녀(妻女)는
제 가슴을 만지며
“에그, 어쩌나,
죽는가 보다-” 하고
마음이 쓰렸다.
“아 하 -, 아하 -,
아 하 -.”
땅 속으로 꺼져 가는 것 같은
마지막 소리
차츰 희미하여 가는데
어쩌나! 어쩌나!
아- 하 -
“내라니까! 내요,
아-, 조금만..”
그것은 확실히 마지막이다.
알 수 없는 청년(靑年)의
마지막 부르짖음이다.
이튿날 첫 아침
흰 눈에 묻힌
*송장 하나가 놓이리라.
*송장:[명사] 죽은 사람의 몸을 이르는 말.
*건치에 말아
*건치: 표준말로 '멍석. 거적, 가마니을 뜻하는
함경도 지방의 사투리.
강물 속으로
띄워 보내리라.
이름도 성(姓)도 모르는
그 방랑자(放浪者)를-
처녀(妻女)는 이렇게 생각함에
“에그, 차마 못할 일이다!”하고
가슴을 뜯었다.
어쩔까,
들여놓을까?
내버려둘까?
간첩(間諜)일까,
마적(馬賊)일까,
아니 착한 사람일까?
처녀(妻女)는 혼자 얼마를
망설이었다.
“아하-,
나를 몰라, 나를-
나를!,
이 나를...”
그 소리에 그는 깜짝 놀랬다.
어디서 꼭 한 번
들어 본 것 같기도 해서.
그는 저도 모르게
일어섰다.
물귀신에게 홀린
제주도(濟州道) 해녀(海女)같이
그래서 문고리를 쥐었다.
금속성(金屬性)의 소리가
딸가닥-
하고 난다.
그 소리에 다시 놀라
그는 뒷걸음 친다.
(22)
그러나
그보다 더 놀랜 것은
청년(靑年)이었다.
그는 창살에 넘어지는
아낙네의 그림자를 보고는
미친 듯 일어서며,
다시~
“내요–, 내요-” 하고 부른다.
익수자(溺水者)가 배를 본 듯,
외마디 소리,
정성(精誠)을 다한 -
(23)
처녀(妻女)는 그래도
결단(決斷)치 못하였다.
열지 않으면 불쌍하고,
열면 두렵고
그래서 문고리를 쥐고
삼삼- 돌았다.
“여보세요,
어서 조금만
아 하 -”
그러면서 마지막 똑-똑- 을
두드린다.
마치 파선(破船)된 배의
기관(機關)같이
차츰 -
차츰 -
약(弱)하여져 가면서-.
(24)
처녀(妻女)는 될 대로랴 듯이
문(門)을 열고 있다.
지켜 섰던 바람이
획! 하고 귀뿔을
때린다.
그 때 의문(疑問)의 청년(靑年)도
우뚝 일어섰다.
더벅머리에
눈살이 깔리고,
바지에 증갱이~
달빛에 석골(石骨) 조상(彫像)같이
꾿꾿하여진
그 방랑자(放浪者)의 꼴!
(25)
어유(魚油) 등잔(燈盞) 불이
삿! 하고
두 사이를 흐른다.
모든 규음(揆헤아릴 규,音)이
죽은 듯 하품을 친다.
“누구세요?,
당신은,
네?”
청년(靑年)은
한 걸음 다가서며
“내요, 내요,
내라니까-.”
그리고는
서로 물끄러미 쳐다본다.
아주 대담(大膽)하게,
아주 침정(沈靜)하게.
(26)
그것도 순간이었다.
“앗! 당신이
에그머니!” 하고
처녀(妻女)는 놀라 쓰러진다.
청년(靑年)도
“역시 옳았던가.
아, 순이여”
하고 문지망에 쓰러진다.
로댕(Auguste Rodin)이
조각(彫刻)하여 놓은
유명(有名)한 조상(彫像)같이
물론 가만히 서 있다.
달빛에 파래져,
신비하게,
거룩하게.
(27)
아 하 -,
그리운 그 옛날의
추억(追憶)이여.
두*소상(塑像)에 덮이는
*塑像: 찰흙으로 만든 사람의 형상(形象ㆍ形像)
한 옛날의
기억이여!
8년(年) 후(後)
이 날에 -
다시 불탈 줄
누가 알았으리.
아 !
처녀(處女)와 총각(總角)이여
꿈나라를 건설(建設)하던~
처녀(處女)와 총각(總角)이여!
둘은 고요히 바람소리를 들으며
지나간 따스한 날을
들춘다.
국경(國境)의 겨울밤은
모든 것을 싸안고
달아난다.
거의 10년(年) 동안을
울며 불며 모든 것을
괴멸(壞滅)시키면서
달아난다.
집도 헐키고,
물방앗간도 갈리고,
산(山)도 변하고,
하늘의 *백랑성(白狼이리.늑대랑,星)
*白狼星: 별의 이름, 천랑성(天狼星: 시리우스)
위치(位置)조차
조금 서남(西南)으로
비탈지고
그리나
이 청춘(靑春) 남녀(男女)의
가슴 속 깊이 파묻혀 있는
기억(記憶)만은
잊히지 못하였다.
봄 꽃이 져도
가을 열매 떨어져도
8년(年)은 말고
80년(年)을 가 보렴
하듯이 고이 고이
깃들였다-
아!, 처음 사랑하던 때!
처음 가슴을 마주칠 때!
8년 전(前)의
아름다운 -
그 기억(記憶)이여!
▶제2부
(28)
*멀구 광주리 이고
*멀구:[명사] ‘머루’의 방언(강원, 경상, 전라, 평안, 함경, 황해).
산(山)기슭을 다니는
마을 처녀(處女)떼 속에
순이라는
금년 열 여섯 살 먹은
*재가승(在家僧)의 따님이 있었다.
멀구알 같이 깜나 눈과
노루 눈썹 같은 빛나는 눈초리
게다가 웃을 때마다
방싯 열리는 입술
백두산 천지(天池) 속의
선녀(仙女)같이
몹시도 어여뻣다.
마을 나무꾼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
마음을 썼다.
될 수 있으면 -
장가(丈家)까지라도! 하고
총각(總角)들은
산(山)에 가서
‘콩쌀금’ 하여서는
남몰래 색시를 갖다 주었다.
노인(老人)들은
보리가 설 때~
새알이 밭고랑에 있으면
고이- 고이-
갖다 주었다.
마을에서는
귀여운 색시라고
칭찬하였다.
(29)
가을이 다~ 가는
어느 날 -
순이는
멀구 광주리 맥(脈) 없이
내려놓으며,
아버지 더러
“아버지!
우리를 중놈이라고 해요.
중놈이란 무엇인데-.”
“중?
중은 웬~ 중!
장삼(長衫)을 입고, 고깔 쓰고
목탁(木鐸,방울탁)을 두드리면서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불러야
중이지~ .
너 안 보았니?
일전(日前)에 왔던
*동냥벌이 중을”
*동냥: [명사]
1.거지나 동냥아치가 돌아다니며 돈이나 물건 따위를
거저 달라고 비는 일.또는 그렇게 얻은 돈
2.<불교> 승려가 시주(施主)를 얻으려고 돌아다니는 일.
또는 그렇게 얻은 곡식.
그러나 어쩐지
그 말소리는 비었다.
“그래도 남들이 중놈이라던데” 하고
아까 산(山)에서 나무꾼들에게
몰리우던 일을
생각하였다.
노인(老人)은 분(憤)한 듯이
낫자루를 휙~ 집어 뿌리며
“중이면 어때?
중은 사람이 아니라던?
다른 백성(百姓)하고
혼사(婚事)도 못하고
마음대로 옮겨 살지도 못하고.”
하며 입을 다물었다가
“잘들 한다. 어디 봐!
내 딸에야 손가락 하나
대게 하는가고”
하면서 말없이~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낯에는 눈물이
두루루-
어울리고
순이도 그저 슬픈 것 같아서
함께 울었다.
얼마를.
(30)
*재가승(在家僧)이란-
그 유래(由來)는
함경도(咸鏡道)에 *윤 관(尹瓘])이 들어오기 전(前)
*尹瓘(? ~ 1111년):
1107년 20만에 달하는 대군을 이끌고 여진을 정벌,
동북 9성의 설치와 함께 고려 영토를 확장한
고려 시대 문관이다.
그는 고려 국경에 침입한 여진족을 강력한 군대로 대처하여
두만강 이북 지역의 영토를 개척하는 대업을 이룩하였다.
윤관(尹瓘)이 이룩한 동북 9성의 설치는
그가 살았던 시기 보다
조선 초에 와서 더 조명 받았다.
특히 세종(世宗, 1397~1450)대에는
여진 정벌과 함께 4군 6진이 설치되었는데,
이 시기에 윤관의 업적이라 할 수 있는
동북 9성이 재조명되었다.
북관(北關)의 육진(六鎭) 방(邊方)을
유목(遊牧)하고 다니던
일족(一族)이 있었다.
갑옷 입고 풀*투구 쓰고
*투구: 예전에, 군인이 전투할 때에 적의 화살이나
칼날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쓰던 쇠로 만든 모자.
돌로 깍은 도끼를 메고
해 잘 드는 양지(陽地) 볕을 따라
노루와 사슴잡이 하면서
동(東)으로 서(西)로,
푸른 하늘 아래를
수초(水草)를 따라
아무 데나 다녔다.
이리 – 저리 -
부인(婦人)들은 해 뜨면
천막(天幕) 밖에 기어 나와
산(山) 과일을 따먹으며
노래를 부르다가
저녁이면 고기를 끓이며
술을 만들어 사내와
같이 먹으며
입맞추며 놀며 지냈다.
그러다가 청산(靑山)을 두고
구름만 가는 아침이면
산령(山嶺)에 올라
꽃도 따고,
풀도 꺾고-.
(31)
말은 한가히 풀을 뜯고,
개는 꿩을 따르고
하늘은 맑았다 푸르고
이 속에서~
날마다 날마다
이 일족(一族)이 -
잡아서 먹고서,
먹고서 잡아가지고-
그래서 술을 먹고
계집질을 하고
아해를 낳고 싸움하고
영지(領地)를 빼앗고
암살(暗殺)이 일어나고-
추장(酋長), 무사(武士),
처(妻), 모(母),
아해, 석부(石斧,도끼부)
초의(草衣) -
이것들이 서로 죽이고 빼앗고
없어지고 하는
대상(對象)
평화(平和)스럽고도
살벌(殺伐)한 시대를
오래 보내었다.
(32)
새벽이면 추장(酋長)이
“애들 일어나거라!” 하는 소리에
천막(天幕)속
한 자리에서 잠자던
부부(夫婦)와 부모(父母)와
처자(妻子)와 모든 것들이
이슬을 툭툭 털고 일어나서-
장정(壯丁)은 활을 메고
들에 나가고
처녀(處女)는 모닥불을 피워 놓고
몸을 쪼인다.
추장(酋長)은 연(連,잇닿을연)해
싸움할 계획(計劃)을 하고서-
일족(一族)은 -
복잡(複雜)한 것은 모르고
그날 그날을 보내었다.
(33)
그네들은 *탐탐(眈眈)한 공기를 모르고,
*眈眈: 1.[같은 말]탐탐하다 2.위엄 있게 주시하는 데가 있다
성가신 도덕(道德)과 예의(禮義)를 모르고,
아름다운 말씨와 표정(表情)을 몰랐었다.
그저 아름다운 색시를 만나면
아내를 삼고 그래서
어여쁜 자녀(子女)를 내어 기르고
밤이면,
달이 떠- 적막(寂寞)할 때
모닥불 옆에서
고기를 구워서는
술안주 하여 먹으며,
타령을 하면서
짧은 세상(世上)을
즐겁게 보내었다.
몇 백(百) 년(年)을 두고
똑같이.
(34)
그러나 일이 생겨났다.
앞 마을에~
고구려(高句麗) 군사(軍士)가
쳐들어왔다고
떠들 때
천막(天幕)마다 여러 곳에서
나이 많은 장정(壯丁)들이 모조리
석부(石斧,도끼부)를 차고 활을 메고
여러 대(代)를 누려 먹은 제 땅을
안 뺏기려고
싸움터로 나갔다.
나갈 때엔 울며 불며 매달리는
아내를 물리치면서
처음으로 대의(大義)를 위한
눈물을 흘려 보면서
남은 식구들은 떠난 날부터
냇가에 칠성단(七星壇)을 묻고
밤마다 빌었다.
하늘에-
무사히 살아 돌아오라고!
싸움에 이기라고!
그러나 이듬 해 가을엔
슬픈 기별(奇別)이 왔었다.
싸움터에 나갔던 군사(軍士)는
모조리 패(敗)해서
모두는 죽고,
더러는 강(江)을 건너
오랑캐 영토(領土)로 달아나고,
사랑하던 여자(女子)와 말과
석부(石斧,도끼부)와
석(石)퉁소를
내버리고서.
즉시
고구려(高句麗) 관원(官員)들이
왔었다.
이 천막촌(天幕村)에-
그래서 죽이리 살리리
공론(公論) 하다가
종으로 쓰기로 하고
그대로 육진(六鎭)에 살게 하였다.
모두 머리를
깎이고 -
(35)
몇 백 년이 지났는지 모른다.
고구려(高句麗) 관원(官員)들도 갈리고
그 일족(一族)도 이리 저리 흩어져
어떻게 두루 복잡(複雜)하여질 때
그네들은
혹 둘도 모여서
일정한 부락(部落)을 짓고 살았다.
머리를 깎고 ~
*동문(同門)을 표(表)하느라고
*同門: 1.같은 학교를 다니거나 같은 스승에게서 공부한 사람
2.같은 문중이나 종파 3.같은 문
남들이
집중이라 부르든 말든...
*재가승(在家僧)이란 ~
그 *여진(女眞)의 유족(類族).
*女眞: 만주 지방에 흩어져 살다 금과 청을 세우고
중국을 지배했던 민족
오랫동안 만주 지역에 살았던 민족이다.
삼국 시대에는 말갈,
고려 시대에는 여진(女眞),
조선 후기에는 만주족이라고 불렀다.
수, 당, 발해, 거란 등의 지배를 받기도 했지만
금과 후금, 청 등의 나라를 세우며
번성하기도 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그래서 백정(白丁)들이
인간(人間) 예찬(禮讚)하듯이
이 일족(一族)은
세상(世上)을 그리워하며,
원망(怨望)하며 지냈다.
순이는 -
함경도의 변경(邊境)에
뿌리운 *재가승(在家僧)의 따님
불쌍하게 피어난
운명(運命)의 꽃
놀아도 집중- 과,
시집가도 집중- 이라는
정칙(定則) 받은 자(者) !
그러나 누구나
이 중- 을 모른다.
집중- 이란 뜻을
그저
집중- 집중- 하고
욕(辱)하는 말로
나뭇꾼들이 써왔다.
(36)
마을 색시들은
해[太陽] 지기까지 하여서
물터에 물 길러 나섰다.
*국사당(國師堂) 있는 조그마한 샘터에로
*國師堂: ①서낭당
②조선(朝鮮) 시대(時代) 태조(太祖)가
한양(漢陽)에 도읍(都邑)을 정(定)한 뒤
서울의 수호 신사(守護神祠)로서,
북악 신사(北岳神祠)와 함께
남산(南山) 꼭대기에 둔
목멱 신사(木覓 神祠)의 사당(祠堂).
뒤에 무당이 되어 일반(一般) 사람들의
1925년 일본인(日本人)들이 조선(朝鮮)
신궁(神宮)을 짓기 위(爲)하여 헐고
인왕산(仁王山ㆍ仁旺山)에 옮겼음.
그곳에로 수양버들 아래
오래 묵은 돌부처~
구월 볕에 땀을 씻으면서
육갑(六甲)을 외우고
앉아 있었다.
지나던 길손이
낮잠 자는
터전도 되고
그 아래는 바로 우물,
바가지로 풀 수 있는 우물,
마을에서 먹는 우물,
나무꾼들이 발 씻는 우물,
왕벌이 빠지는 우물,
여러 길에 쓰는
샘물 터가 있었다.
또 그 곁에는 *치재(致齋) 붙이던
*致齋: 제관(祭官)이 된 사람이 입제하는 날부터
파제 다음 날까지의 사흘 동안을 재계(齋戒) 하는 일
베 조각이 드리웠고
나무꾼이 원두 씨름하여
먹고 간
꺼-먼 자취가 남았고
샘물 위엔 벌레먹은
버들잎 두어개
띄웠고 -
(37)
“순이는 벌써 머리를 얹었다네
으 아 - , 우습다- .
시집 간다더라.
청혼(請婚) 왔다구.“
“부자집 며느리 된다고,
어떤 애는 좋겠다.” 하며
여럿은~
순이를 놀려 대이며
버들잎을 가려 가며
물을 퍼 담았다.
“밭도 두맥 소쉬 있고,
소도 세 마리나 있고.
흥 ! ”
“더구나 새신랑은 글을
안다더라,
*언문(諺文)을.”
*諺文:1.지난날, 한문(漢文)에 대(對)하여
한글로 된 글을 낮추어 이르던 말
2.상말을 적는 문자라는 뜻으로,
‘한글’을 속되게 이르던 말.
또 인물도 얌전하고 -
벌이도 잘 하고“
빈정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부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며
마을 처녀(處女)들은
순이를
놀려대었다.
(38)
순이는 혼자 속으로~
가만히 “시집” “신부(新婦)“ 하고
불러 보았다.
어여쁜 이름이다 함에
저절로 낯이 붉어진다.
“나도 그렇게 된담!
더구나 그 선비하고.”
나는 집중 - ,
집중- 으로 시집가야 되는 몸이라 함에
제 신세(身世)가 가엾은 것 같아서
퍽 슬펐다.
“어찌 그 선비는
집중- 이 아닌고!
언문(諺상말언,文)을 아는 선비가.
에그 -,
그 부자(富者)집은
집중- 가문(家門)이 아닌고?
가엾어라.“
그녀는 그저 울고 싶었다.
가슴이 답답하여 지면서
멀리 ~
해[太陽]는
산마루를 넘고요-
(39)
얼마나 있었는지
멀리 방축(防築) 건너로
“놀자- 놀자- 젊어서 놀자,
늙어...” 하는
나무꾼의 목청소리
들릴 때-
순이는 놀라서
얼른 물동이에
물을 퍼 담았다.
가을 바람에 버들잎 한 쌍을
물동이에
쥐어 넣고-
(40)
동무들은 다 가고
밤나무 저녁 바람
쏘이러 나왔을 때-
하늘이 부르는 저녁 노래가
고요히 떠돌아
향기(香氣)로운 땅의 냄새에 어울려
순이를 때릴 때,
그는 저절로
가슴이 뛰었다 -
성장한 처녀(處女)의 가슴에
인생(人生)의 노래가 떠돌아
못견디게 기뻤다,
그때
어디서
갈잎이 째지며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그러자 새알 만한 돌맹이
발충에 와 떨어진다.
(41)
순이는 무엇을 깨달았는지
모로 돌아섰다.
귀볼이 빨개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소년(少年)은 뛰어 나왔다.
길 밖으로
벙글 벙글~ 웃으면서
“응,
순이로구나!” 하면서
앞에 와 마주 섰다.
그리고 호주머니에서
`콩쌀금`을 내어
슬며시 쥐어 준다.
순이는 오늘따라
부끄러워서
낯을 들지 못하였다.
늘 하던 -
해죽 - 웃기를
잊고서 -
“너 멀구밭으로 갔던?
어째 혼자 갔니?”
“나하구 같이 가자구 하지 않았니?
누가 꼬이던?”
“.....”
“어째 너 나를 싫어 하니?
응.”
순이는 그저
고개를 설래 설래
흔들었다.
소년(少年)은 빨개진 소녀(少女)의
귀볼을 들여다보며
“왜 울었니? 누구에게 맞았니?”
“누구에게 맞았다니?”
“그럼 어째 말을 아니 하니?”
그래도 순이는 잠잠하다.
소년(少年)은 손뼉을 치며
하 하 하
웃으면서
“옳지 알았다-.
너 부끄러워 우니?
우리 아버지 너 집으로
혼사(婚事) 말 갔다더니
옳지 그게 부끄러워
우냐!”
“.....”
“얘, 너는 우리 집에 시집 온단다.
*권마성(勸馬聲) 소리에,
*勸馬聲: 임금이나 고관(高官)이 말이나 가마를 타고
행차(行次)할 때 위세(威勢)를 더하기 위(爲)하여
행렬(行列) 앞에 사복이나 역졸이 크게 외치던 소리.
*가마에 앉아서. 응~”
*가마: 예전에, 한 사람이 안에 타고 둘이나 넷이 들거나 메던,
조그만 집 모양의 탈것. 연(輦), 덩, 초헌(軺軒),
남여(籃輿), 사인교(四人轎) 따위가 있다.
순이는 한 걸음 물러서며
“듣기 싫다.
나는 그런 소리
듣기 싫다.”
그리고는 물동이 앞에 와 선다.
아무 말도 없이
고요히 수정(水精)같이.
소년(少年)은 웃다가
이 눈치를 차리고
얼른 달려들어
물동이를 이워 주었다.
그리고는
뒷 맵시와 붉그레한 뺨빛을
또 한 가지~
여왕(女王)같이 걸어가는
거룩한 그 자태(姿態)를
탐내 보면서
마치 원광(圓光) 두른 성녀(聖女)를
보내는 듯이 -
한갖 아까와서.
(42)
조선(朝鮮)의 시골에는
*백일(白日)에 짓는
*白日:1.대낮(환히 밝은 낮)
2.구름이 끼지 않아 밝게 빛나는 해.
사랑의 궁전(宮殿)은 없으랴.
종- 이~
무서워 – 무서워 -
상전(上典)을 바라보듯
거지가
금덩이 안아 보듯
두려움과 경이(驚異)가
큐피터(Cupid)의 화살이 되었다.
(43)
그러는 속에도
사랑은 허화(虛火)
봄 눈을 뒤지고 나오는 움같이
고려(高麗) 지방족(地方族)의
강득(强得)한 씨앗은
아침 저녁
*호풍(胡風)이 사는
*胡風: 북풍
산국(山國)에도 피기 시작하였다.
여성(女性)은 태양(太陽)이다!
하는 소리가
소년(少年)의 입술을
가끔 스쳤다.
두 절대(絶對)한 친화력(親和力)에
불타지면서~
사랑은 -
*재가승(在家僧)과
언문(諺文) 아는 계급(階級)을
초월(超越) 하여서
불- 붙었다.
(44)
그 뒤로부터
비 오는 아침이나
바람 부는 저녁이나
두 그림자는-
늘~ 샘터에 모였다.
남의 눈을
꺼리면서-
물 위엔 갈잎,
마음 속엔 ~
‘잊지 말란 풀’
(45)
뻐꾸기 우는 깊은 밤중에
처녀(處女)의 짓두그릇엔
총각의 *토수목 끼얹고
*퇴수목 [退水-]: 쓰고 버리거나 흘려보내는 물이 밀려 빠져나가는 목
누가 쓴 ‘언문본(諺文本)’인지
뎅굴 – 뎅굴 -
굴렀다.
순이의 맘에는 알 수 없는
영주(領主)가 들어 앉았다.
‘콩쌀금’ 주던 미소년(美少年)이
처녀(處女)의 가슴에
아 – 아 -,
언문(諺상말언,文) 아는 선비가
안 기 었 다.
(46)
소년(少年)은
날마다 꼴단 지고 오다가
그 집 앞 돌각담 위에
와 앉았다.
땀 씻을 때에 부르는
휘파람 소리는
어린 소녀(少女)에게 전(傳)하는
그 소리라.
사랑하는 이에게서
사랑 받으면서
꿈나라의 왕궁(王宮) 짓는
하루 이틀 -
아침은 저녁이 멀고
저녁은 아침이 그리운~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쌓을 때-
(47)
쌓기는 ~
왕자(王子),
왕녀(王女,임금의 딸)의 사랑 같은
사랑의 성(城)을
두 소년(少年)이 쌓았건만
헐기는 *재가승의 정칙(定則)이
헐기 시작하였다.
꽃에는 벌레가 들기 쉽다고,
아 - ,
둘 사이에는
마지막 날이 왔다.
벌써~ 부터 와야 할
마지막 날이.
전통(傳統)은 -
사회(社會) 제도(制度)는
인간(人間) 불평등(不平等)의
한 따님이라고,
*재가승(在家僧)의 자녀(子女)는
*재가승(在家僧)의 집으로
그래서 같은 씨를
십대 백대 천대(千代)를.
순이도
*재가승(在家僧)의 씨를 받아
전(傳)하는 가계(家系)로
가게 되었다.
죽기를 한(恨)하는 순이는
울고 떼~ 쓰다가
아버지가 교살(絞殺목멜교 죽일살) 된다는 말에
할 수 없이
그 해 겨울에
동리[동네] *존위(尊位) 집에 시집갔었다.
*尊位: ①존귀(尊貴)한 지위(地位), 또는 천자(天子)의 지위(地位)
②한 면(面)이나 또는 한 동네의 어른이 되는 사람을 이르는 말
③남을 높여서 이르는 말
언문(諺상말언,文) 아는 선비를
내어버리고 - .
여러 마을의 총각(總角)들은
너무 분(憤)해서
“어디 봐라!” 하고
침을 배앝으며
물긷기 동무들은
“어찌 저럴까.
언문(諺상말언,文) 아는 선비는 어쩌고.
흐흥 - ,
중- 은 역시~
중- 이 좋은 게지. 하고
비웃었다.
(48)
이 소문을 듣고
소년(少年)은~
밤마다 밤마다 울었다.
그리고
단 한 번만
그 색시를 만나려 애썼다.
광인(狂人)같이
아침 저녁 물방앗간을 뛰다니며
“어찌 갔을까?
어여쁜 순이가
맹세한 순이가 어찌 갔을까?” 하면서.
(49)
열흘이 지나도 순이는
그림자도 안 보였다.
그래서 하늘에 기도(祈禱)를 올렸다.
“하느님이시여!
이게 무슨 짓입니까?
팔목에 안기어 풀싸움하던
단순한 옛날의 기억(記憶)을
이렇게 깨뜨려-
놓습니까?”
“아, 순아,
어디 갔니,
옛날의 애인(愛人)을 버리고
어디 갔니?
너는 참새처럼
아버지 품안에서 날아오겠다더니
너는 참새처럼
내 품안에서 날아갔구나.
순아!
너는 물동이 이어 줄 때
언문(諺상말언,文) 아는 집
각시 된다고 자랑하더니만
언문(諺상말언,文)도 내버리고
선비도 없는
어디로 갔니?”
“멀구알 따다 팔아
열녀전(烈女殿閣)을 쌓겠다더니
순아,
열녀전(烈女殿閣)을 버리고
어디 갔니?
귀여운 말하던 네가
어디로 갔니?
부엉이 운다.
부엉새가 운다.
뒷 산곡(山谷)에서
물레젖기 타령하던 때에
듣던
부엉새가 운다.
아!, 순아.”
(50)
소년(少年)은 너무도 기막혀
새벽에 칠두성(北斗七星)을
향(向)하여
“하늘이시여, 칼을 주소서.
세상(世上)을 무찌를.
순이가 살고
옛날의 샘터가 놓인-
이 세상(世上)을 무찌를!“
(51)
에라, 나 보아
자유인(自由人)에 탈(無頉)이 없는 것이다.
가헌(家憲)이라거나
율법(律法)이라거나
모두 짓밟아라
뜯어 고쳐라.
추장(酋長)이란 녀석이
제 맘대로 꾸며 놓은
타성(惰性)의 도덕률(道德律)을
집중- 을
사람으로 만들자.
순이는,
아버지의 따님을 만들자.
초인(超人)아,
절대(絕大)한 힘을 빌려라.
이것을 고치게,
아름답게 만들게
불쌍한 눈물을 흘리지 말게.
큐피트(Cupid)가 지나간 뒤는
꿈이 사라지고
박카스(Bacchus)의 노래 뒤는
피가 흐르나니.
(52)
몇 날을 두고 울던
소년(少年)은 열흘이 되자
모든 바람이
다 끊어지고 할 때
산(山)들도 깃든
야(夜)밤중에 -
*보꾸램이 하나 둘러메고
*보(褓)꾸러미: 보자기로 물건을 싼 꾸러미
이 마을을 떠났다.
마지막 눈물을
흘리면서.
다시는 이 땅을
안 디딜 작정으로-
구름은 벌써,
험(險)하게 분주(奔走)히
내왕(來往) 하는데.
(53)
소년(少年)은 떠난 뒤 -
하늘은 이 일을 잊은 듯이
해마다 해마다
풍년(豊年)을 주었다.
때 맞춰 기름진 비를,
자갈 돌밭에.
출가(出嫁)한 순이의 맘에도
안개비를.
농부들은 여전히 호미를 쥐고
밭에 나갔다.
마을 소녀(少女)들은
멀구 따러 다니고요
언문(諺상말언,文) 아는 선비 일은
차츰- 차츰-
잊으면서.
(54)
몇 해 안 가서
무산(茂우거질 무山) *령상(嶺上)엔
*嶺上: (재나 고개의 위)’의 북한어.
화차통(火車通)
검은 문명(文明)의 손이
이 마을을
다닥쳐 왔다.
그래서 여러 사람은
*전토(田土)를 팔아 가지고
*田土: 논밭. 논과 밭을 아울러 이르는 말
차츰 떠났다.
혹은 *간도(間島)로
혹은 서간도(西間島)로
*間島: 만주 길림성 동남부지역으로
중국 현지에서 연길도라고 부르는 지역.
그리고 아침 나절
짐승 우는 소리 외(外)에도
쇠 찌적 가는 소리
돌[石] 깨는 소리
차츰 요란(搖亂/擾亂)하여 갔다.
옷이 다른 이[人]의
그림자도 붙고.
(55)
마을 사람이
거의 떠날 때
출가(出嫁)한 순이도
남편을 따라
이듬 해 여름,
강변(江邊)인
이 마을에 옮겨 왔다.
아버지 집도 동강(東江)으로
가고요-
(56)
멀구 따는 산곡(山谷)에는
토지(土地) 조사국 (調査局)의
기수(技手)가 다니더니
웬~ 삼각 표주(標柱)가 붙구요
초가(草家) 집에도
양(洋)납이 오르고-
(57)
촌부(村夫)들이 떠난지 5년(年)
언문(諺상말언,文) 아는 선비가 떠난 지 8년(年).
이것이
이 문간(門間)에서
서로 들추는
아름다운 엣날의 기억(記憶)
간첩(間諜)이란 방랑자(放浪者)와
밀수출(密輸出) 마차(馬車)의
아내 되는 순이의
아!
이것은 둘만의
옛날의 기억(記憶)이었다.
▶제3부
(58)
-청년(靑年)
너무도 기뻐서
처녀(妻女)를 웃음으로 보며
“오호, 나를 모르세요.
나를요?”
꿈을 깨고 난 듯이
손길을 들어
“아- 아-,
국사당(國師堂) 물방앗간에서
갈잎으로 머리 얹고
온종일 풀싸움 하던 그 이를 -
또 산(山) 밖에서
멀구 광주리 이고 다니던
당신을
그리워- 그리워하던
언문(諺상말언,文) 아는 선비야요!
*재가승(在家僧)이 가지는
박해(迫害)와 모욕(侮辱)을 같이 하자던
그러면서
소몰기 목동(牧童)으로 지내자던
한 때는 봄이 온다고
기다리던
내야요.”
-처녀(妻女)
“언문(諺文) 아는 선비?
언문(諺文) 아는 선비!
이게 꿈인가!
에그 -, 아 !
에그 !
이게 꿈인가
어떻게 오셨소.
이 추운 밤에 신작로(新作路)에는
눈이 어지러운데
봄이 와도 가을이 와도,
몇 가을 봄, 가고 와도
가신 뒤 ~
자취조차 없던 당신이
이 한밤에 어떻게
어디로 오셨소?
시집간 뒤 열흘만에
떠나더라더니만.”
-청년(靑年)
“그렇다오,
나는
마을 사람들의 비웃음에
못이겨 열흘만에 떠났소.
언문(諺文)도 쓸데없고
밭두렁도 소용없는 것 보고
가만히 혼자 떠났소
8년(年) 동안 -
서울 가서 학교(學校) 다녔소,
머리 깎고.
그래서 세상(世上)이
어찌 돌아가는 것을 알고,
페스탈로찌(Pestalozzi, Johann Heinrich 1746~1827)와
노자(老子)와
장자(莊子)와
모든 것을 알고,
언문(諺文) 아는 선비가
더 훌륭하게 되었소.
그러다가
고향(故鄕)이 그립고,
당신을 못 잊어
술을 마셨더니
어느 새
나는
인육(人肉)을 탐하는
자(者)가 되었소.
네로(Nero Claudius Caesar Augustus Germanicus)같이
밤 낮-
매독(梅毒), 임질(淋疾), 주정(酒酊),
노래, 춤, 깡깡이-
내가 눈 깨일 때는
옛날의 육체(肉體)가 없고,
옛날의 정신(精神)이 없고,
아 옛날의 지위(地位)까지.”
“나는 산 *송장!
*송장: 죽은 사람의 몸을 이르는 말
오고 갈 데도 없는~
산 송장 !
아-,
옛날이 그리워,
옛날이 그리워서
이렇게 찾아왔소.
다시는 아니 오려던 땅을
이렇게 찾아왔소.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
아 하-,
어떻게 있소.
처녀(處女) 그대로 있소?
남의 처(妻아내처)로 있소!
흥-
역시 베를 짜고 있소?
아-,
그립던 순이여!
나와 같이 가오!
어서 가오!
멀리 – 멀리 -
옛날의 꿈을
들추면서 지내요
아- 하-,
순이여!
-처녀(妻女)
“아니! 아니 -
나는 못 가오.
어서 가세요.
나는 남편이 있는 계집,
다른 사내하고 말도 못하는 계집.
조선(朝鮮) 여자(女子)에 떨어지는
종- 같은 팔자를
타고 난 자(者)이요.
아버지 품으로
*문벌(門閥)있는 집에 -
*門閥: 대대로 내려오는 그 집안의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
벌써 어머니집가지 하는 -
오늘 저녁에 남편은
이것들을 살리려
소금실이 수레를 끌고
강(江) 넘어 갔어요~
남편도 없는 이 한밤에
외인(外人)하고..
에그 -
어서 가세요 -”
“내가 언제
저 갈 데를 간다고?
백두산(白頭山) 위의
눈이 없어질 때
해가 서쪽으로 뜰 때,
그 때랍니다.
봄날에 강(江)물이 풀리듯이요-”
“타박 – 타박 -
처녀(處女)의 가슴을
디디고 가던 그 옛날의 당신은
눈물로 장사(葬事) 지내구요.
*葬事: 죽은 사람을 땅에 묻거나 화장하는 일
어서 가요 -,
어서 가요 -.
마을 구장(區長)에게 들키면
*향도(鄕徒) 비장(批칠비杖몽둥이장)을
*鄕徒: 상여꾼. 상여를 메는 사람. 香徒.
맞을 터인데.”
그러면서 문(門)을 닫는다.
애욕(愛慾)의 눈물을
씻으면서-
-청년(靑年)
“아니, 아니-
닫지를 마세요.
사랑의 성전문(聖殿門)을
닫지 마세요.
남에게 노예(奴隸)라도
내게는 제왕(帝王)
종- 이
상전(上典) 같은 힘을 길러~
탈을 벗으려면
그는 일평생(一平生)
종- 으로 지낸다구요.
아,
그리운 옛날의 색시여!”
“나는 커졌소.
8년(年)을 자랐소.
굴강(屈强)한 힘은
옛날을 복수(復讐)하기에
넉넉하오.
율법(律法)도 막을 수 있고
혼도 자유로 낼 수 있소.
아-,
예쁜 색시여,
나를 믿어 주구려.
옛날의 백분(百分)의 일(一)만이라도.”
“나도 벌써
도시(都市)의 매연(煤煙)에서
사형(死刑)을 받은 자(者)이오.
문명(文明)에서
환락(歡樂)에서 -
환락(歡樂)에서 -
추방(追放)되고요
쇠망치, 기계(機械), *족가(足枷), *기아(飢餓/饑餓),
*足枷: <역사>[같은 말]차꼬(죄수를 가두어 둘 때 쓰던 형구(刑具)
*飢餓/饑餓: 굶주림(먹을 것이 없어 배를 곯는 것).
유의어: 배고픔, 굶주림, 기근
동사(凍死),
인육(人肉)을,
인혈(人血)을 마시는 곳에서
폐병균(肺病菌)이 *유리(遊離)하는 공기(空氣) 속에서
*遊離: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겨우 도망하여 온
자(者)이오.
몰락(沒落)하게 된 문명(文明)에서
일광(日光)을 얻으려
공기(空氣)를 얻으려
그리고
매춘부(賣春婦)의 *부란(腐爛)한 고기에서,
*腐爛: 1.썩어 문드러짐 2.생활이 문란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아편(阿片)에서,
빨간 술에서,
명예(名譽)에서,
이욕(利慾)에서
겨우 빠져 나왔소.
옛날의 두만강(豆滿江) 가이
그리워서
당신의 노래가
듣고 싶어서.”
"당신이 죽었더라면
한 평생(平生)
무덤 가를 지키구요
시집가신 채라면
젖가슴을
꿈으로나 만지려고.
풀밭에서 옛날에 부르던
노래나 찾으려고-.”
-처녀(妻女)
“무얼. 또 꾸며대시네
며칠 안 가서
그리워하실 텐데!”
-청년(靑年)
“무엇을요!
내가 그리워한다고.”
-처녀(妻女)
“그러문요!
도회(都會)에는
어여쁜 색시 있고,
놀음이 있고
그러나 여기에는 아무 것도
날마다-
밤마다-
퍼붓는 함박눈밖에
강(江) 물은 얼고요,
사람도 얼고요
해는 눈[雪] 속에서 깼다가
눈[雪] 속에 잠들고-
사람은 추운 데 났다가
추운 데 묻히고
서울서 온 손님은
마음이 여리다구요.
오늘 밤 같이~
폭풍(暴風)에 우는
당나귀 소리를 듣고는
눈물을 아니 흘릴까요?
여름에는 소몰기,
겨울에는 마차(馬車)몰이,
그것도
밀수입(密輸入) 마차(馬車)랍니다.
들키면 *경(黥)치우는-
*黥치다: 1.혹독하게 벌을 받다
2.아주 심한 상태를 못마땅하게 여겨 이르는 말.
단조(單調)하고
무미(無味없을무,맛미)스러운
이 살림~
몇 날이 안 가서
싫증이 나실 텐데 - ”
“시골엔 문명(文明)을 모르는 사람만이
언문(諺文)도 맹자(孟子)도 모르는 사람만이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사람만이
소문(所바소 聞들을문)만 외우며
사는 곳이랍니다.”
내가 도회(都會)를 그리워한다고?
비릿내 나는
그 도회(都會)에를
우정(友情)을
도량형(度量衡)으로 사고요
명예(名譽)라는 수 레를
일생(一生) 두고 끄으는
소와 막잡이하는
우둔한 차부(車夫)들이
사는 곳을.
“굴뚝이 노동자의
육반(肉盤) 위에 서고,
호사(豪奢)가 잉여가치의
종- 노릇하고
모든 혼정(魂情)이
전통(傳統)과 인습(因習)에 눌리어
모든 *질곡(桎梏) 밖에
*桎梏: 1.옛 형구인 차꼬와 수갑을 아울러 이르는 말
2. 지나친 속박으로 자유를 가질 수 없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살 집이 없는
그런 도회(都會)에,
도회인(都會人) 속에”
“데카당 다다
염세(厭싫어할염世) 악(惡)의 찬미(讚美)
두만강(豆滿江) 가의 *자각돌 같이
*자각돌: ‘자갈’의 방언(강원도, 경기도, 평안도)
무수(無數)히 있는
근대(近代)의 의붓자식 같은
조선(朝鮮)의 심장(心臟)을
찾아가라고요"
아 -,
전원(田園)아,
애인(愛人)아 -,
유목업(遊牧業)아 !
국가(國家)와 예식(禮式)과
역사(歷史)를 벗고
빨간 몸뚱이
네 품에 안기려는 것을
막으려느냐?
그러면서 청년(靑年)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모든 *절망(切望) 끝에
*切望: 간절히 바라다
찾는 것-
있는 듯이
하늘엔 언제 내릴지는
모르는 구름 기둥이
조그마한 별을
디디고 지나간다.
멀리 개 짖는 소리-
새벽이 걸어오듯
8년(年)만에 온 청년(靑年)의
눈 앞에는~
활을 메고 노루잡이 다닐 때
밤이 늦어
모닥불 피워 놓고
고기를 까슬며
색시 어깨를 짚고
노래 부르던 옛 일이
생각난다.
독(毒)한 몰지 담배 속에
“옛날에~
*남 이(南 怡) 장군(將軍)이란 녀석이..”하고
*(南 怡): <인명>조선 시대의 무신(1441~1468).
1467년 이시애의 난을 진압하여 이름을 떨치고
28세에 병조 판서가 되었으나,
유자광의 무고로 죽었다
노농(老農)의 이야기 듣던
마을 총각(總角) 떼의
모양이 보인다.
앗! 하고
그는 다시금 눈을 돌린다.
-처녀(妻女)
“그래도 싫어요 -. 나는
당신 같은 이는 싫어요 -.
다른 계집을 알고
또 돈을 알고요
더구나 일본(日本) 말[言]까지.
아니 –
와 - 보시구려 -.
오는 날부터
순사(巡査)가 뒤따라 다닐 터인데~
그러니
더욱 싫어요.
벌써 간첩(間諜)이라고
하던데!”
“그리고
내가 미나리 캐러 다닐 때
당신은 뿌리도
안 들어 줄 걸요-
백은(白銀)길 같은 손길에
흙이 묻는다고.
더구나
감자국에 *귀밀밥을 먹는다면-”
*귀밀밥: ‘귀리밥(귀리로 지은 밥)’의 북한어
“에그,
애닯아라.
당신은 역시 꿈에 볼
사람이랍니다.
어서가세요!.”
-청년(靑年)
“그렇지 않다는데도
에- 익-
어찌 더러운 팔자를 가지고 낳담!.”
그러면서 그는 초조(焦燥)하여
손길을 마주 쥔다.
끝없는 새벽 하늘에는
별싸락이 떴고요-
그 별을 따라~
그치는 곳에
북극(北極)이,
눈에 가리운 북극(北極)이 보이고요.
거기에 빙산(氷山)을 마주쳐
두 손길 잡고 고요히
저녁 기도(祈禱)를 드리는
고아(孤兒)의 모양이 보인다.
그 소리 마치
“하늘이시여,
용서(容恕)하소서!
죄(罪)를-
저희들은 모르고 지었으니.” 하는 듯.
별빛이 끊기는 곳,
마지막 벌판에는
이스라엘을 건국(建國)하던
*모세(Moses)와 같이
*Moses: <기독교>기원전 13세기경에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의 노예 상태에서 해방시킨 민족의 지도자.
시나이산(山)에서 십계(十戒)를 비롯한 신(神)의 율법을 받아
이스라엘 민족에게 전함으로써
이스라엘의 종교적이고 세속적인 전통을 확립하였다.
인민(人民)을 잔혹(殘酷)한
압박(壓迫)에서 건져 주려고
무리의 앞에
횃불을 들고 나아가는
초인(超人)의 모양이 보이고요
오,
큰 바람이여,
혼(魂)의 수난이여,
*교착(交錯)이여!
*交錯: 서로 뒤섞여서 얼크러짐
“버린다면 나는 죽어요.
죽을 자리도 없이~
고향(故鄕)을 찾은
낙인(落人)이예요.
아 -, 보모(保姆)여,
젖먹이 어린애를
그대로 모른다 합니까.”
그의 두- 눈에선
눈물이
두르르-
흘렀다.
-처녀(妻女)
“가요 -, 가요 -.
인제는 첫닭 울기-,
남편이 돌아올 때인데~
나는 메인 몸,
옛날의 꿈이랍니다!”
그러며 발을
동동 구른다.
애처러운 옛날의 ~
따스하던 애욕(愛慾)에
끌리면서
그 *서슬에 청년(靑年)은
*서슬: [명사]1.강하고 날카로운 기세.
2.쇠붙이로 만든 연장이나 유리 조각 따위의
날카로운 부분.
넘어지면서
낯빛이 새파래진다.
몹시 경련(痙攣,심줄땅길경,걸릴연)하면서
“아 -,
잠깐만- 잠깐만-”
하며 닫아 맨 문(門)살을
뜯는다.
그러나 그것은 감옥소(監獄所)
*철비(鐵扉삽짝 비)와 같이 굳어졌다.
*鐵扉: 쇠로 만든 문짝
옛날의 사랑을,
태양(太陽)을,
전원(田園)을 잠가둔 성당(聖堂)을
좀처럼 열어 놓지 않았다.
“아- 여보
순이 !
재가승(在家僧)의 따님
당신이 없다면
8년 후(後)도 없고요,
세상(世上)도 없고요.”
-처녀(妻女)
“어서 가세요.
동이 틈녀~
남편을 맞을 텐데.”
-청년(靑年)
“꼭 가야 할까요
그러면 언제나?”
-처녀(妻女)
“죽어서 무덤에 가면!” 하고
차디차게 말한다.
-청년(靑年)
“아-,
아하-
아하-....”
-처녀(妻女)
“지금도 남편의 가슴에
묻힌 산 송장-
흙으로 돌아간대도
*가산(家山)에 묻히는 송장-
*家山:①고향(故鄕) 산천(山川) ②한 집안의 묘지(墓地)
*재가승(在家僧)의 따님은
워낙 송장- 이랍니다!”
-여보시오.
그러면 나는 어쩌고?
-가요, 가요.
어서 가요 -,
가요.
뒤에는 반복되이
이 소음(騷音)만 요란ㅎ고-
(59)
바로 그 때였다.
저리로 웬 발자취 소리
요란(搖亂)하게 들리었다.
아주 급(急)하게 - -
아주 황급(遑急 허둥거릴황,급할급)하게
처녀(妻女)와 청년(靑年)은 놀라,
하던 말을 뚝- 그치고
발자취 나는 곳을 향(向)하여
보았다.
새벽이 가까운지
바람은 더 심하다.
나뭇가지엔 덮였다.
눈더미가 둘의 귀볼을
탁- 치고
달아났다.
(60)
발자취의 임자는 나타났다.
그는 어떤 굴강(屈强)한
남자(男子)이었다.
가슴엔 무엇을 안은--
처녀(妻女)는 반가이 내다르며
“에그, 인제 오시네!” 하고
안을 듯한다.
청년(靑年)은
“이것이 남편인가.” 함에
한껏 분(憤)하였다.
가슴에는
때 아닌 모닥불길.
“어찌 혼자 오셨소?
우리 집에는?”
처녀(妻女)의 묻는 말에
차부(그는 같이 갔던 *車夫였다)는
*車夫(차부): 마차나 우차 따위를 부리는 사람
얼굴을 숙인다.
“네?
어찌 혼자 오셨소?
네?”
그 때 장정(壯丁)은
할 수 없다는 듯이
가만히 *보꾸러미를 가리킨다.
*보(褓)꾸러미: 보자기로 물건을 싼 꾸러미
처녀(妻女)는 무엇을 깨달은 듯이
“이게 무언데?” 하고
몸을 떤다.
어떤 예감(豫感)에 놀라면서.
(61)
처녀(妻女)는
하들- 하들- 떠는
손으로-
손으로-
가리운 헝겊을 벗겼다.
거기에는 선지피에 어리운
송장 하나 누웠다.
“앗!” 하고
처녀(妻女)는
그만 쓰러진다.
“옳소,
마적(馬賊)에게 쏘였소.
건너 마을에서,
에그 - ”
하면서
차부(車夫)도 주먹으로
눈물을 씻는다.
백금(白金)같은 달빛이
삼십(三十) 장남(壯男)인~
마적(馬賊)에게 총(銃) 맞은
순이 사내 송장을 비쳤다.
천지(天地)는
다~ 죽은 듯 고요하였다.
(62)
그러면 끝내 -
에그 -
오랬던가.“
아까 총(銃)소리.
그 마적(馬賊) 놈,
에그-
하나님 맙소서!”
강(江)녘에선
또 얼음장이 깔린다.
밤새 길게 울던
세 사람의 눈물을
얼리며-
(63)
이튿날 아침
해는 재듯이 떠,
뫼[山]고,
들이고,
초가(草家)고,
깡그리 기어오를 때
멀리 바람은
간도(間島) 이사꾼의
옷자락을 날렸다.
(64)
마을에서는 그 때
굵은 칡베 장삼(長衫)에 묶인
송장 하나가
여러 사람의 어깨에
메이어 나갔다.
눈에 덮인 산곡(山谷)으로
첫눈을
뒤지면서.
(65)
송장은 어느 남녁진
양지(陽地)쪽에 내려
놓였다.
빤들 빤들 눈에 다져진 곳이
그의 묘지(墓地)이었다.
“내가 이 사람의 묘지(墓地)를
팔 줄 몰랐어!”하고
노인(老人)이 괭이를 멈추며
땀을 씻는다.
“이 사람이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네!”하고
젊은 차부(車夫)가
뒤대어 말한다.
(66)
곡괭이와 삽날이
달가닥거리는 속에
거어먼 흙은 흰눈 위에
무덤을 일궜다.
그때사 구장(區長)도 오고,
다른 차(車)꾼들도,
-청년(靑年)도
여럿은 묵묵히 서서
서글픈 이 일을
시작하였다.
(67)
*삼도에 묻히운 병남(丙南)의 송장은
*삼도(三道/三途): <불교>[같은 말]
삼악도(악인이 죽어서 가는 세 가지의 괴로운 세계)
쫒겨가는 자(者)의 마지막을
보여 주었다.
아내는, 순이는
수건(手巾)으로 눈물을
씻으며
“밤마다 춥다고
동나무를 짚히우라더니
추운 곳으로도 가시네.
이런 곳 가시길래
구장(區長)의 말도
안 듣고-.”
(68)
여러 사람은 여기에는
아무 말도 아니하고
속으로~
“흫, 언제 우리도 이 꼴이 된담!”
애처럽게 앞서 가는
동무를 *조상(弔喪)할 뿐.
*弔喪: 조문(弔問), 남의 죽음에 대하여 슬퍼하는 뜻을
드러내어 상주(喪主)를 위문하다.
(69)
얼마를 상여꾼들이
땀을 흘리며 흙을
뒤집더니
삽날소리 딸가닥 날 때
노루잡이 함정(陷穽/檻穽) 만한
장방형(長方形) 구덩
하나가 생겼다.
(70)
여러 사람들은 고요히
동무의 시체(屍體)를
갖다 묻었다.
이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듯이.
(71)
거의 묻힐 때~
죽은 병남(丙南)이가
글 배우던 서당(書堂)집
노(老) 훈장(訓長)이
“그래도 조선(朝鮮) 땅에 묻힌다.!” 하고
한숨을
휘이- 쉰다.
여러 사람은 또
맹자(孟子)나 *통감(通鑑)을 읽는가 하고
*通鑑: <책명> [같은 말] 자치통감
(중국 송나라의 사마광이 영종의 명에 따라 펴낸 중국의 편년서)
멍멍하였다.
청년(靑年)은
골을 돌리며
“연기를 피하여 간다!” 하였다.
(72)
강(江) 저쪽으로
점심 때라고
중국(中國) 군영(軍營)에서
나팔 소리
또- 따 – 따 - 하고
울려
들 린 다.
(끝)
첫댓글 <산너머 남촌에는>
-김동환-
1
산너머 南村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南으로 오데.
꽃피는 사월이면 진달내향긔
밀익는 오월이면 보릿내음새.
어느 것 한가진들 실어안오리
南村서 南風불제 나는 좋데나.
2
산너머 南村에는 누가 살길내
저하늘 저빛갈이 저리고을가.
금잔듸 너른벌엔 호랑나비떼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노래
어느것 한가진들 들여안오리
南村서 南風불제 나는 좋데나.
3
산너머 南村에는 배나무섯고
배나무꽃 아레에는 각씨섰다기,
그리운 생각에 재에 오르니
구름에 가리어 자최안뵈나,
끈었다 이어오는 가는노래
바람을 타고서 고요히들니데
현대어로 고치면 다음과 같다.
<산너머 남촌에는>
김동환작사 김동현작곡
1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2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금잔디 넓은 벌엔 호랑나비 떼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3
산 너머 남촌에는 배나무 있고
배나무 꽃 아래엔 누가 섰다기
그리운 생각에 영에 오르니
구름에 가리어 아니 보이네
끊였다 이어 오는 가느단 노래
바람을 타고서 고이 들리네
김동환
金東煥
출생 1901년 9월 27일
대한제국 함경북도 경성군 어랑면 금성리
사망 1958년경 (58세)
필명 아명(兒名): 김삼룡(金三龍)
호(號) 파인(巴人)
직업 시인, 작가, 언론인
소속 前 삼천리 학예부 차장
학력 함경북도 경성보통학교 졸업
서울 중동고등보통학교 졸업
일본 도요 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중퇴
활동기간 1924년 ~ 1950년
장르 시문학, 수필
부모 김석구(부), 마윤옥(모)
배우자 시인:최정희(재혼), 신원혜(이혼)
자녀 슬하 3남 3녀
김영사(장남)
김영창(차남)
김영식(3남)
김영주(장녀)
김지원(차녀)
김채원(3녀)
《삼천리(三千里)》는 1929년 6월 12일자로 창간된 대중잡지이다.
판권장을 보면,
편집 겸 발행인 김동환,
인쇄인 沈禹澤,
인쇄소 대동인쇄(주), 발행소 삼천리사, 총판 박문서관
발행인 김동환은 이 잡지를 내기 전까지는,
《북선일일(北鮮日日)신문》 기자(1924),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1925),
《시대일보》 사회부 기자(1926),
《중외일보》 사회부 기자(1927),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 사회부 차장(1927. 5~1929. 12) 등을 지냈으며,
《삼천리》는 조선일보사에 재직하면서 창간했다.
김동환이 신문사에 있으면서 자기 사업인 잡지를 냈다는 것은
얼른 곧이 들리지 않겠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NAVER 지식백과)
-끝-
<봄이 오면>
김동환 작사 김동진 작곡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마음도 피어
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 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