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새삼뿌리를 샀습니다 물쑥인 줄 알고 샀는데 씀바귀와는 상대도 안 되는 쓴맛의 나물이었습니다
하루를 고민하다가 젓갈과 고춧가루 식초를 넣고
기본양념으로 버무렸습니다
한입 넣고 우물거리는데 아
이 쓴맛, 익숙한 쓴맛 그러고 보니
내 삶에 단맛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내 키를 늘린 건 쓴맛이었습니다
갈대서걱이던 저녁 같이 있던 것도
쓴맛이었습니다
쓴맛이 있었기에 단맛을 구별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실패한 행운이, 사라진 땅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열심히 로또를 샀고 열심히 로또는 도망을
다녔습니다 그러나 보이스피싱 전화도 도망갔고
건강진단서의 빨간 선도 도망갔고 자녀들의 근심 어린 전화도 꽁지를 빼고 도망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쓴맛은 더 많은 단맛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주위의 흐름을 따르는것은 순하고 온전한 일입니다
반면 내 뜻대로 내 의지대로 사는 삶이란
쓴맛의 강을, 갠지스의 불타오르는
연기 속을 건너야 하는 일일수도 있습니다
오욕의 강을 건너 한 귀퉁이 적시지 않은 옷자락을
자랑삼아 말할 수 있는 시간을 낚아채야겠습니다
많은 꿈을 가꾸고 꿈을 향해 삶의 나침판을 맞추는
시간입니다 나침판이 정지한 방향을 숙고하고, 자기 앞의 생에 자부심을 느끼며 겨울의 동백과 봄의 혁명을 기다리는 아름다움을 매만지는 이월저녁입니다
지금 초 단위의 시간은 바삐 떠날 차비를 합니다
달걀 같은 해가 눈 쌓인 수평선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배웅하러 가야겠습니다 그럼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