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태: 이 영광 당신께
40년 전
앞 못보는 남편 만나
속이 다 새까맣게 타들어가도
묵묵이 가정 지켜온 당신
90억 모래알 중
딱 두 알의 모래.
바늘 가는 곳에 실가고
실가는 곳에 바늘 가듯
한 시간이 40년째
묶어 놓은 매듭 탓에 서로 구속하지 않았을까?
묶어놓은 매듭 풀고 싶을 때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수많은 세월
지지고 볶고 살아서인지
서로의 성격 부드럽고 늘어난 고무줄처럼 느슨해졌다.
칼로 물 베고
물로 칼 자르며 살아서인지
검은 머리 흰 눈 쌓여가도
털어낼 생각 못하고
헌신, 용서, 인내, 신뢰의 이름으로
힘들고 벅찬
삶의 수레바퀴 돌리고 또 돌렸다.
치아 약해지고
시력 잃어 앞 못 보고
머리 하얗게 세고
머리털 빠지고
시간 흐름에
변화하는 몸을 느낀다.
살아온 세월
희로애락 생로병사
무수한 고개 넘으며
때로는 서로에게 기쁨을 주고,
때로는 서로에게 슬픔을 주며,
우리 부부의 역사 차곡차곡 쌓았다.
짧다면 짧은
그
40년
참으로
길고긴
인고와 시련의 연속
숱한 고생 해온 당신.
못난 내가 아닌
더 좋은 남자 선택할 수 있었을 당신이기에
이제야
당신의 노고
글로 적어 가오
두 아들 내외
다섯 손주
형제자매
모두
건강한 삶이
얼마나 큰 축복이고
하늘의 은총인지
늘 감사하는 마음이오
오늘은
부부데이
그리고
세계기록 인증패 수여 받는날
아내 손 꼭잡고
단상 오르며 귓속말로
용애씨!!!
이 영광 당신께 바치오
고맙소!!!
사랑하오!!!
2024.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