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가 또 넘치고 있습니다.
어젯밤 물 폭탄을 쏴대드니 흑탕물로 얼음짱을 놓고 있습니다.
화요일 기장에서 골프치고, 밤 늦게 도착해 쪽잠자고, 새벽 같이 일어나 풀지 않은 가방들고 다시 아델스코트로 달려 갔습니다.
골프 역사에 한 획을 그었죠.
하지만 캐디 실수로 부산에 있는 친구와 퍼트가 바뀌어 어제 라운딩은 재미가 없었답니다.
요리 조리 공을 피하는 홀은 마치 여자가 줄듯 말듯 애간장을 태우는 것 같드라구요.
더구나 15번 홀 부터 내리는 비는 더욱 짜증나게 만들고..
악천후지만 끝까지 버텼죠.
친구는 너무 추워 18번 홀 드라이브만 날리고 카트에 쉬고, 김형은 힐코스 마지막 홀에서 두번을 쳤지만 해저드를 넘기지 못해 주저 앉아 버렸죠. 후반부 퍼트 감각을 익힌 나는 버디에 목숨 걸고 투온에 성공했어요.
그린에 가보니 오르막 우측 경사가 있는 10m 롱퍼팅. 버디 꿈깨라더군요.
그린에 올리지 못한 채사장은 어프로치로 5m에 붙였지만 OK 줬죠.
카트에 두사람, 먼발치에서 쳐다보고, 두터운 우의를 입은 채사장은 허수아비 모습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축축한 몸으로 롱퍼팅을 날렸습니다.
캐디가 놔준 그대로..
그런데 공은 출발부터 오른쪽을 향해 갔으며, 버디는 물거품이 되는 듯 했는데.
이게 왠 일입니까. 하늘도 무심하지 않았습니다.
힘빠진 공은 우측 경사도에 밀려 좌측으로 구르더니, 뽀돗이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나도 모르게 '나이스 버디'를 외쳤답니다.
멀리서 들으면 '미친놈' 하겠지만, 절로 나오는 포효를 어쩝니까.
울적한 라운딩은 마지막 버디 하나로 모든걸 해소시킨, 비오는 날의 멋진 풍경이었습니다.
추위에 언 몸은 팔도강산에서 능이오리탕으로 녹이고 왔답니다.
오늘도 내내 비가 옵니다.
비에 주눅들지 않은 멋진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