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27.
경찰이 이태원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시민언론 민들레>를 압수수색 중이라는 기사가 보인다. 공무상 기밀누설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들어 사회 여기저기 압수수색이 만연하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만연하지는 않겠지만 예전에 비해 압수수색 기사를 자주 접하다보니 체감하는 느낌이 그렇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이정도 일이 압수수색을 할 만한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때가 많다.
지금까지 기업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할 때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했을까? 공무상 기밀 누설이 있을 때마다 압수수색을 했는데 내가 몰랐던 것일까? 이정도로 경찰이 열일을 해왔다면 우리 사회야말로 개인정보와 공무상 기밀이 누설될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지 않나?
그런데 현실은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나는 길거리에서 혹은 경품 추첨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 무심코 적는 핸드폰 번호가 유출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지나친 의심병 환자여서 이렇게 생각할까? 실제로 일어나는 경우를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봐왔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생길때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했을까? 매번 하지는 못했어도 10번 중 과반 이상은 했을까? 압수수색을 못 한 경우, 정보가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정보를 안 찾은 것일까?
국가 참사라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것이 과연 압수수색을 할 만한 일일까? 검경 분리를 지지하며 경찰에 힘을 실어줬는데 작금의 경찰 행태를 보며 후회가 되기도 한다. 영부인이 대선 후보 배우자일 때 전화통화에서 말했듯이 결국 경찰도 권력에 빌붙어 알아서 기는 것일까? 아니면 경찰은 공무원이니 지시에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말할 것인가?
비판적 사고 없이 공직에서 지시하는데로 따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우리는 나치 역사에서 배웠다.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라는 단어는 이제 학자들에게만 익숙한 것이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 영화제 시상식에서 한 배우가 수상소감으로 이 단어를 언급해서 무척 인상적이었다. 일반인에게도 알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깨어 있는 시민들이 많다는 의미이다.
권력에 굴복하여 타인을 혹은 타집단을 억압하면 다음엔 자신 차례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 검찰이 경찰을 우습게 아는 것이 어제 오늘일이 아님을 되짚어보길 바란다. 압수수색 영장을 남발하는 판사 집단도 예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