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부르는 소리에 지리의 품으로 스며든다.
골골마다 애환과 추억이 서려있는 지리의 골짜기들...
모처럼 대성의 물줄기를 따라 세개골에서의 발원을 확인하러..
의신에서 갈라진 대성골은 수곡골을 지나 세양골,음양수골과 갈림하고,세개골을 마중한다.
가파른 숨으로 큰세개골을 더듬어 합수지점을 좌,우로 휘감다 보면 끄트머리에 영신대와 조우하게 된다.
묘향대와 더불어 지리의 10대 조망대중 대표조망대인 영신대,그리고 창불대...
멋찐 조망터에서 바라본 지리 중심부에서의 오색창연한 초가을의 단풍,
비록 시간상의 제약으로 영신대 기도터는 들르지 못했지만 충분한 지리를 느낄수 있었던 여정이었다.
창불대에서...
늦은 오전시간,
지난 수해의 상흔도 궁금도 하고하여 화개장터를 들렀다.
예상보다 상처는 크지 않았다.
주변을 한바퀴 돌고,
필요물품 몇가지를 구입하여 산행들머리인 대성다리에 도착했다.
시절탓인지 주변은 조용하고 한가 했다.
짐을 꾸리고 부족한것은 채워넣기도 하고,
또한 남는것은 늦은 새참으로 배를 불리기도 했다.
바쁠것 없이 적당량의 등짐 무게로 발걸음을 뛰운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랴!
30여분의 발품에 대성주막 주인장의 인사를 받는다.
파전에 막걸리 두어순배로 점심을 대신하고...
세석으로 오르는 길은 한적하다.
이따금 버섯꾼의 행보가 있을뿐 등산객 이라곤 우리가 전부다.
몇분을 걸었을까?
점심으로 먹은 막걸리에 서너번의 트림이 올라올즈음 원대성을 지나 작은세개골 다리를 건넌다.
작은세개골을 건너 고개를 하나 넘고서야 큰새게골을 만난다.
초입계곡을 따라 나무계단을 오르다 보면 아담한 폭포가 눈길을 끈다.
가물어서인지 큰세개골은 앙상한 뼈다귀만 남았을뿐 그곳이 계곡이 였다는 흔적이라곤 굴러내린 돌맹이들뿐...
집채만한 바윗덩어리를 넘나들길 수없이...
가느다란 숨소리를 내며 한줄기의 실폭이 쉼터를 내어준다.
가는길이 어디메뇨,
지루하고 힘든 돌무덤을 넘고 넘자니 무기력증이 스물거린다.
산행시작 3시간여,
우측계곡을 타고 음양수골의 물이 합수한다.
텀범거릴것도 없이 마치 너덜과 같은 계곡을따라,
때로는 고로쇠호수를 따라 장애물을 피해 한참을 오르다 보니 물빠진 이끼폭에 도달 한다.
대성폭포 하단에서 조망한 코끼리바위...
고도가 높아 질수록 계곡은 좁아지고,
깍아지른 절벽과 협곡을 이리저리 돌아 대성폭포 하단에 도착 한다.
대성폭포 상단 반석에서...
오랜 가뭄탓인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졸졸거린다.
오늘이 아직 남았음에도 오늘 숙영은 여기서 하기로 한다.
곱고 펑퍼짐한 자리를 잡아 각자의 자리를 잡는다.
설영을 하고 누워보니 이렇게 편할 수가...
햇살을 받은 반석엔 온기마져 담고 있다.
햇살은 조금 따갑지만 등으로 전해오는 온기와 시원한 골바람...
초가을 계곡 풍취를 즐기엔 최적의 장소다.
산해진미는 아니어도 박찬에 기운 술잔이 여기가 무릉도원인지,지리의 품인지...
자리를 털고 일어나기가 아쉽다.
깊은 심산유곡,
고요를 파고드는 부엉이 울음소리에 호롱불을 옮기 각자의 자리를 밝힌다.
주변을 살펴 안전을 담보받고 나도 잠자리를 청한다.
사방은 칠흑같이 어둡건만 밤하늘의 별들은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너무 여유를 부른탓 인가?
칠선봉을 타고 능선으로 내려온 해그림자가 얼굴을 반쯤 내밀었다.
기분좋은 하루가 열렸다.
커피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소반으로 아침을 채운다.
(백섬님은 삼겹살로 배를 불리운다...ㅎㅎ )
박터위 나뭇가지에 메달린 표식지 문구가 인상적...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고 하루를 시작한다.
대성폭포은 거대한 암반 덩어리다.
대성계곡 상류의 큰세개골 상부, 해발 1130m 부근에 위치한 대성폭.
크게 3단으로 이루어진 120여m 정도의 거폭이다.
수량이 적어 아쉽지만 깎아지른 통암반의 거대 폭포,
그 자체 만으로도 분위기를 압도하는 위용을 자랑한다.
나바론골 합수점,
대성폭포 상단부만 하룻밤 전세내어 노닐다가 대성폭을 뒤로하고 길을 떠난다.
폭포 상단에서 10분정도 올라서면, 우측으로 나바론골 들머리가 보인다.
좌골을 타고 영신대 기도터로 가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우골인 나바론골이 궁금했다.
궁금도 하고,힘도 들더라도 주변 볼거리를 망라하여 나바론골을 고집 한다.
( 백섬에게는 좀 미안했지만...)
나바론골,
들머리를 들어서자 마자 거벽이 가로막는다.
우회하지 않고 직등해 본다. 그런대로 오를 만 하다.
첫번째 성벽을 무사히 타고 넘고서자 곧 이어 두번째 성벽이 나타난다.
이곳은 어렵지 않게 좌측으로 붙어 기어오른다.
직벽 중간에 단을 만들고 있어 왔다갔다 거닐어 보고, 좌측으로 붙어
상단으로 올라선다. 한마디로 초입부터 철벽 방어의 나바론골이다.
올랐던 계곡을 내려다 보니 까마득한 암벽이다.
그래도 온화한 주변경치에 매료되어 가고...
마지막 암벽을 통과하고 잠시 사면을 걷는 듯 하다가 약간 우방향 V자 암사면을 통과,
좌측으로 돌아오르면 나바론골도 거의 끝이난다.
이후 순한 숲속 길이 이어지고 잠시 오르면 길이 좌우로 갈린다.
좌측으로 비교적 선명한 길이 보이지만, 우측방향이 창불대 지름길이다.
20분 가량 옆으로 빠져 나와 창불대능선(남부능선)에 합류한다.
나바론골 상단에서 조망한 지리의 남쪽 준령들,
발아래 창불대골과 큰세개골.. 그리고 멀리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주능선과 수많은 지능들...
잠시 호흡을 고르고 다시 너덜계곡을 오른다.
나바론골 너덜지대는 물이 귀해, 거의 건계곡 수준이다.
2시간여의 사투끝에 나바론골을 탈출한다.
나바론골을 벋어나 아담한 조망터에서 라면을 끓여 점심을 대신한다.
확트인 시정과 형형색색의 단풍이 식욕을 돋군다.
영신대 상단부와 지리주능,
맛난 점심으로 배를 불리우고 능선으로 올라선다.
능선길은 힘든 여정을 보상하듯 부드럽다.
영신대 기도터를 들를까 하다가 시간도 여의치 않고,넘기도 힘들어 관두기로 한다.
지리주능과 멀리 반야봉이 희미하게 보인다.
창불대능선(남부능선)에서 조망한 촛대봉과 시루봉,
창불대갈림길 넘어로 주능인 영신봉갈림 표식이 보인다.
창불능선 조망바위에서 곱게물든 남부능선과
자살바위, 병풍바위, 기도터, 창불대를 차례로 돌아본다
배낭을 내려 숨을 고르고 쬬족이 고개를 내민 영신대와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뜬다.
창불능선은 우거진 조릿대로 숲을 이룬다.
남부능(창불대능선)합류점,
창불대에서 바라본 병풍바위,
자살바위?
난간에 바위가 올려있을뿐 별의미는 없을듯...
창불대의 위용과 남부능선 사면...
창불대에 오르다 보면...
창불대에서 바라본 영신봉, 세석평원 그리고 우측멀리 천왕봉이 우뚝하다.
창불대에 올라 사방을 둘러본다.
조망이 창대하다.
진달래꽃으로 수놓은 붉게 채색된 세석평원, 그리고 제석봉과 중봉을 거느리고 왕의 산이 구름과 맞다아 있다.
창불대의 시원한 조망을 뒤로하고 남부능선의 화사함을 따라 음양수샘으로 향해 내려선다.
멀어질수록,고도가 낮아질수록 붉음은 아직이다.
점차 번져나가지만...
창불대를 내려서면서 뒤돌아본 병풍바위,자살바위,
시원스레 펼쳐져 있는 남부능선...
멀리 삼신봉이 보이고 우측 희뿌연 연무사이로 백운줄기가 마루금을 긋고 있다.
남부능선의 단풍을 더가까이...
백섬님의 뒤태가 삐딱하다. ㅎㅎ
음양수 기도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배 한쪽으로 당을 보충한다.
기도터에서의 휴식, 음양수샘 석간수의 시원함...
한모금씩하고 물병에 담아 남부능선길로 들어선다.
남부능선을 들어서며 목좋은 조망터에서에 바라본 지리주능과 영신봉,촛대봉,
그리고 시루봉과 세석평전...
대성갈림길,
제법 시간이 흘럿다.
의신마을까지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
신발끈을 동여메고 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어제 접어들었던 큰세개골의 어린단풍이 빛을받아 희미게 색을 발하고,
시원한 계곡의 물줄기 소리가 청량감을 준다.
다와간다는 안도감에 작은세개골 다리를 가뿐히 넘는다.
마치 우리일행을 기다리기라도 한듯 바깟주인이 반가이 인사를 건넨다.
막걸리는 동이 낫다며 맥주 두캔과 부침을 내어온다.
시원하게 한캔 들이키고 다음을 기약하며 자리를 비운다.
주막에서 너무 여유를 부렸나?
땅거미가 어둠을 불러 온다.
부리나게 종종걸음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빗점골과 더불어 화개천의 양대 지류인 대성골의 골짜기를 들렀다
수량은 부족했지만 청아한 물소리와 짙은 숲길은 흐르는 땀 속에서도 시원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한 시간가량 걸어 의신에서 2.5km 거리에 위치한 대성동 주막에 도착하고,
산객의 쉼터인 주막집에 잠시 쉬었다가 다시 등로를 이어간다.
대성골로 흘러드는 좌우 갈래의 지계곡들...
우측 남부능선 사면에서 수곡골과 세양골이 흘러들고,
좌측으로는 덕평봉, 칠선봉 자락에서 흘러내리는 작은세개골,
영신봉 자락에서 큰세개골이 흐른다.
능선을 따라 천왕으로 이르는 지리의 봉우리들...
오랜만에 갈래갈래를 느끼고 추억을 되내이는 산행이었다.
함께했던 길동무,그리고 대성주막 주인장의 훈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