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의 임상적 접근과 환자관리 서론 이명은 음원에서 실제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청각을 통하여 소리처럼 감지되는 현상으로 정의된다. 이명은 하나의 증상이며,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 원인과 기전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지만 아직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학설은 없는 실정이다. 치료로는 이명 자체를 줄이는 치료와 이명으로 인한 불편함을 줄이는 것으로 크게 대별할 수 있다. 이명의 유병율은 성인 인구의 8% 정도이고 연간 발병율은 5% 정도이다. 나이가 들수록, 청력이 나쁠 수록, 소음에 노출된 시간이 길 수록 이명을 겪을 확률이 높다. 이명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으므로 환자의 주관적인 표현에 의지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와 연구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
본론
가, 이명의 증상
1, 이명의 특징 이명의 소리의 특징을 알아보기 위해 먼저 객관적인 이명과 주관적인 이명으로 나누어 보자. 통상 이명이라고 하면 주관적인 이명을 가리킨다. 객관적인 이명은 신체 기관의 물리적인 움직임에 의하여 들리기 때문에 "somatosound"라는 용어로 대신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주관적인 이명의 소리의 특징은 매미, 풀벌레, 여치, 수돗물, 바람, 파도, 냉장고, 형광등, 엔진, 압력밥솥 김빠지는 소리, 쇠 가는 소리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청각중추에 저장되어 있던 기억이 변연계를 거쳐서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 대부분의 이명은 3000 Hz정도의 고주파이지만 메니에르병의 초기에는 파도소리와 같은 소리가 들리며 125-250 Hz 의 저주파이다. 청력검사(Pure tone audiometry)와 이명적합검사(Tinnitus match test)를 해 보면, 난청이 발견되는 주파수와 같은 주파수로 이명이 들리는 경우가 많다.(난청이 4000 Hz에서 나타났다면, 이명도 4000 Hz로 나타난다). 이명의 크기는 청력의 dB보다 10dB정도 높게 측정된다. 객관적인 이명 중에서 박동성 이명은 대부분 혈관에서 비롯되지만, "Somatosensory pulsatile tinniuts syndrome"은 예외이다. 이것은 혈관에서 오는 소리가 아니라 Somatosensory system의 활성도가 심박동에 의하여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2. 이명과 동반된 증상 이명에 의하여 나타나는 증상들은 집중장애와 불면이다. 이것은 이명의 소리특징이나 세기와 전혀 관계없고, 그 사람의 각성상태나 심리상태에 따라 좌우된다. 이명이 있는 사람이 잠들기 어려운 이유는, 청각계는 잠을 잘 때에도 휴식하지 않고 주위의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 활동하기 때문에, 이명이 들리는 상태에서 깊은 잠을 이루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증상들이 심해지는 시기가 있는데, 강한 소음에 노출되었을 때, 아주 조용한 곳에 있을 때, 정신적 스트레스, 수면 부족, 육체적 스트레스 등의 상황에서는 이명이 평소보다 크고 괴롭게 느껴진다. 이명 때문에 괴로운 정도는 이명의 소리특징이나 세기 보다는, 그 사람의 과거 경험이나 이명과 관련된 기억에 좌우되는 면이 더 많다. 3, 자연경과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난 후에 수 분 내지 수 주간 이명이 생길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이명이 서서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긴다. 이명이 있는 사람 중에 4분의 3은 이명이 있어도 전혀 불편이 없거나 이명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것은 중추신경계의 습관화 효과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명이 2년 이상 지속된다면 난치성 이명이라고 할 수 있으나, 치료가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다. 나, 원인과 기전 1, 원인 청각계의 어떤 질환도 이명을 유발할 수 있다. 중추신경계의 질환이나 여러 가지 약물, 턱 관절 장에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많은 경우에는 원인을 찾기 어렵지만, 난청이 가장 흔한 원인인 것은 분명하다. 또한, 소음에 많이 노출되었던 사람에게 이명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소음과 관련된 난청이 가장 많은 원인으로 생각된다. 청력이 떨어진다는 자체가 이명을 유발할 수 있는데, 원인 질환이 말초청각계이든 중추청각계이든 관계가 없다. 그런데, 편측성이며 고주파 난청을 동반한 이명이 있을 때에는 청신경종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위험한 질환이 아닌 경우가 많다. 2, 이명의 유발인자 강한 소음의 영향으로 Outer hair cell에 미세한 변화가 생기면 중추청각계의 gain이 증가하여 이명이 유발될 수 있다. 이명이 유발되기 까지는 하나의 단독 인자가 아니라 여러 개의 인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듯 하다. 다시 말하면, outer hair cell의 미세한 손상만으로 이명이 유발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손상에 더하여, 육체적이거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이명이 유발되는 것이다. 이명의 75% 정도는 와우의 질환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유발인자로 작용한다.
3, 이명이 생기는 기전 A, 말초 청각계 (1) 자발적 귀음향방사 (SOAE) 자발적 귀음향방사(Spontaneous Oto-Acoustic Eemission, SOAE)가 귀울림일 것이라는 가설이다. 이것은 달팽이관에 있는 Outer hair cell에서 발생하는 고유의 소리로, 귀에 소라껍질을 가까이 댈 때 들리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한다. 자발적 귀음향반사는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귀에 들리지 않지만, 어떤 계기에 의해서 이것이 불안정해지면 귀에 들리게 되는데, 이것이 이명일 것이라는 것이 이 가설이다. 자발적 귀음향방사는 간혹 35-40 dB정도로 크게 들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편, 아스피린을 복용하거나 달팽이관의 손상이 더 진행되면 이것이 없어지므로, 이 이론은 난청이 있는 사람에게 생기는 이명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자발적 귀음향방사로 인한 이명은 매우 드물며,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없어진다. 필자는 자발적 귀음향방사가 원인일 것으로 생각되는 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저녁 때 쯤 되면 한 쪽 귀에서 마치 풍금 소리와 비슷한 "붕" 소리가 나기 시작해서 1분 정도 후에 멈추는 현상이 며칠에 한 번씩반복된다고 하는데, 가족들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소리가 컸다고 한다.
(2) Discordant theory Corti기관에는 outer hair cell과 inner hair cell들이 있는데, 강한 소리나 이독성 약물에 의해서 먼저 손상되는 세포는 outer hair cell 이다. Outer hair cell은 증폭기 역할을 하는데, 이 세포들이 손상되면, 이것을 보상하기 위해 이 세포들과 연결된 dorsal cochlear nucleus의 활성이 증가한다. Outer hair cell은 전체의 30%가 손상되기 전까지는 청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이론은 정상 청력인 사람에게 이명이 발생하는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다. Outer hair cell은 1년에 0.5% 정도로 손상되는데, 이렇기 때문에 50대 초반 이전에 난청이 오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 아니다. 한편, Outer hair cell뿐 아니라 inner hair cell까지 와우의 모든 청각세포들이 손상되면 더 이상의 discordont 영역이 없기 때문에 이명도 사라진다. 이 이론에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청신경이 완전히 절단된 경우에 이명이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B, 중추 청각계
(1) DCN Outer hair cell의 손상이 DCN의 inhibition역할을 강하게 하여, 중추 청각계의 활성을 증가시킨다는 이론이다. Outer hair cell의 손상이 생긴 후 일정기간 지나서 이명이 나타나는 이유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다. (2) Auditory plasticity theory 와우가 손상되면 측두엽의 auditory association cortex 와 inferior colliculus에서 새로운 경로가 생겨서 이명이 나타난다는 이론이다. 이것은 phantom limb sensation의 원리와 같다. (3) Crosstalk theory 청신경과 인접한 다른 뇌신경들이 부분적으로 손상된 후 재생되면서 청신경과 우연히 synapse 가 형성되어 ephaptic coupling이 이루어져서, 새로운 전위가 만들어지는 것이 이명으로 나타난다는 설이다. 청신경과 전정신경이 서로 인접해 있는데, 여기에 이런 현상이 잘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4) Somatosensory system DCN 가 얼굴이나 목의 somatosensory system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TMJ의 문제나 whiplash 손상으로 이명이 유발 될 수 있다. (5) Limbic and autonomic nervous system 위의 기전으로는 어떤 사람은 이명이 있어도 아무렇지 않게 지내고, 어떤 사람은 이명으로 고통 받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명을 처음 느낄 때에는 80% 이상에서 부정적인 감정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이렇게 되면 자연적으로 습관화 되어 이명이 사라지게 된다. 그렇지만 나머지 20% 사람들은 처음 이명을 느낄 때에 상당한 불안과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느끼는데, 이렇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변연계와 자율신경이 항진되어 다시 불안과 스트레스를 주게 되고, 이것이 악순환이 되어 이명이 임상적으로 심각할 정도로 된다. 다, 치료 (1) 약물 치료 이명에 효과가 있는 약물로는 nortriptyline, amitriptyline, alprazolam, clonazepam, oxazepam 이 위약효과보다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acamprosate가 이명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다고 두 명의 브라질 학자가 발표했으나, 후속 논문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이명 치료제로 사용되어 오던 flecainide, mexiletine, betahistine, carbamazepine, ginko extract, amylobarbiturate, baclofen, lamotrigine, misoprostol, zinc, cinnarizine, flunarizine, caroverine, eperisone, melatonin, diazepam, flunazepam 은 위약효과와 비교하여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리도카인 정주는 이명의 세기를 줄이는 데에 확실한 효과가 있으나, 지속시간이 짧고 주사로만 투여하는 불편함이 있어서 이명의 치료제로는 사용되기 어렵다. (2) 인지치료와 행동치료 " 인지치료"는 이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훈련하는 치료법이다. "행동치료"는 자극에 반복되어 노출시킴으로써 탈감작을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인지치료"에는 환자면담이 가장 중요한데, 이명치료는 서서히 이루어지고, 스스로의 노력이 있어야 하며, 이명을 덜 느끼는 환경(예를 들어 자연의 소리가 풍부한 장소)을 만들도록 가르쳐 주고, 이명을 많이 느끼는 환경(예를 들어 너무 조용한 곳)을 피하도록 가르쳐 주고, 소음을 피하여 청각을 보호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면담에서 꼭 다루어져야 한다. 이런 설명을 한 다음에, 이명은 건강에 나쁜 것이 아니며 따라서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해야 한다. "행동치료"로는 이명을 즐거운 추억과 결부시켜 연상하는 훈련,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는 훈련, 이완훈련 등이 있다. 이명을 즐거운 추억으로 연상하는 훈련은, 매미소리가 괴롭다고 하는 환자에게는 여름에 강가에서 매미를 잡던 장면을 생각하라고 교육하는 것이다. 생각만으로 어려우면, 강변이나 숲의 사진을 보면 도움이 된다.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훈련은, 이런 사진을 보면서 이명과 비슷한 소리(예를 들어 선풍기 소리)를 반복하여 듣는 것이다. 이완훈련은 온 몸의 근육에 힘을 주면서 팔, 어깨, 목, 다리, 발의 순서로 힘을 준 다음에 잠시 후에 힘을 빼면서 숨을 내쉬는 동작을 반복하면 된다. (3) 소리치료 소리치료는 개울소리, 바람소리, 비소리 등과 같은 자연의 소리를 사용하여 이명의 습관화를 유도하는 치료이다. 이런 소리들은 사람의 주의를 끌지 않기 때문에, 약하게 지속적으로 들으면 습관화가 잘 이루어진다. 텔레비젼이나 라디오를 듣는 방법은 좋지 않다. 주의를 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음악을 듣는 것도 이명을 습관화시키는 데에는 좋지 않은 방법이다. 이런 음원을 녹음하여 낮에는 MP3나 CD player로 이어폰을 통해서 듣고, 밤에는 스피커를 통해서 듣는다. 이런 목적으로 소리 나는 베개도 시판되고 있다. 이명이 한 쪽 귀에만 있더라도, 이어폰으로 자연의 소리를 들을 때에는 꼭 양측 귀에 들어야 한다. 자연의 소리를 많이 들으면, 와우에 혈액순환을 촉진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4) 이명 재치료 이명 재치료는 영국의 쟈스트레보프 박사에 의하여 제창되었는데, 일종의 습관화 치료라고 할 수 있다. 이명 재치료는 면담치료와 소리치료로 이루어져 있다. 면담치료는 이명에 대하여 긍정적인 태도를 갖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이명으로 고통 받아오던 환자는 무의식적으로 이명에 대한 일종의 공포가 있다. 이런 공포를 없애게 위해서 되풀이하여 이명에 대하여 교육을 한다. 이명을 즐거운 소리로 생각하도록 위에서 말한 인지치료를 반복한다. 이런 치료는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1년 정도 걸린다. 오랜 기간 동안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의사는 경험 있고 지식이 풍부해야 한다. (5) 마사지와 스트레칭 경부 근육과 저작근을 이완시키면 이명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는 경우가 있다. 결론 이명이 있다고 모두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위험하지 않은 이명을 치료하고자 내원한 사람에게 아무 치료가 필요 없다고 강력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도 의사에게 필요하다. 이명 치료를 시작하거나 치료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와의 상담이다. 많은 경우에는 상담만으로 치료가 끝날 수도 있다. 과거에 이명에 효과 있다고 알려졌던 많은 약들이, 최근에 효과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의 치료효과 중에 위약효과가 30%로 나타난 것으로 보아, 지금까지의 약물치료효과도 위약효과로 나온 결과로 추정된다. 이명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약물치료, 인지치료, 행동치료를 적절히 조합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참고문헌 : Han BI, Lee HW, Kim TY, Lim JS, Shin KS. Tinnitus: Characteristics, Causes, Mechanisms, and Treatments. J Clin Neurol 2009;5 (1):11~19. http://thejcn.com/archive/view.php?py=2009&vol=5&no=1&spage=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