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린 무릎처럼 생긴 ‘7’이 제일 좋아요
영국에서 할머니 화가로 많은 사랑을 받는 로즈 와일리(Rose Wylie, 86세) 씨가 2020년 송년(送年) 기념으로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첫 대규모 해외 개인전을 열었습니다.(2020.11)
로즈 와일리 씨는 자신이 최고로 좋아하는 숫자 ‘7’을 등번호로 달고 뛰는 손흥민 선수의 열성팬이기도 해 그의 드리볼 모습을 그려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가 ‘7’을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난 숫자 중에서 구부린 무릎처럼 생긴 ‘7’이 제일 좋아요.”
행운의 숫자 ‘7’, 이 구부린 무릎 같은 ‘7’이란 숫자는 또 다른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축구장에서는 2021∼2022 시즌동안 경기시작 바로 전에 양 팀의 모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약 10초 간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r matter)’는 슬로건아래 펼쳐진 이 퍼포먼스는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와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목적에서 진행된 인종차별 철폐 운동입니다.
운동장에서 선수들이 무릎을 꿇은 ‘7’의 모습은 지구촌 인종간의 ‘평등’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숫자는 나름의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자신의 선호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길 좋아합니다. 하지만 지역이나 사람에 따라 숫자를 향한 호불호(好不好)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서양 사람들은 7을 ‘럭키세븐(lucky seven)’이라며 행운의 숫자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하느님이 6일 동안 만물을 창조했고 7일째 되는 날 편안한 쉼을 가졌다는 데서 7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종교적인 신념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대체적으로 7을 많이 좋아합니다. 한 통신회사의 ‘골드 번호’ 추첨 행사에서 엄청난 경쟁률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LG유플러스가 뒷자리 번호 ‘7777’을 놓고 진행한 추첨 행사의 경쟁률이 무려 1076대 1에 달했습니다. 7을 향한 찐사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웃나라 중국 사람들은 숫자 ‘8(빠)’이 ‘돈을 번다’는 뜻의 중국어 파차이(發財)의 ‘파(發)’와 비슷한 발음이라는 이유로 숫자 ‘8(八)’에 열광합니다. 그들이 베이징올림픽의 개막일을 2008.8.8.pm8.8로 잡은 것만 봐도 그들이 얼마나 8을 사랑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중국 사람들 간의 공통점은 숫자 4를 기피한다는 것입니다. 숫자 4가 한자의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다 보니 엘리베이터, 백화점, 호텔 등의 층(層) 표시를 함에 있어 숫자 4를 쓰는 대신에 대부분 알파벳 F로 표기합니다.
숫자 때문에 미소를 짓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느 동네에 4.5와 5의 이름을 지닌 쌍둥이 형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4.5는 형 5와는 한날한시에 태어났지만 형보다 숫자가 0.5 적다는 이유로 평생 동생으로 불리게 된 것에 불만이 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 4.5가 형 5를 소리 높여 불렀습니다. “야, 동생아! 이리 와봐라”, 동생의 반말에 화가 잔뜩 난 형 5가 외쳤습니다. “왜, 내가 네 동생이냐?” 4.5가 크게 웃으면서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나 점 뺐거든!”
누워있는 모든 사람을 일으키는 마법의 숫자가 있습니다. ‘다섯’이 그것입니다. ‘12345678’을 네 글자로 줄이면 추억의 개그가 소환됩니다. “영구 없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숫자가 거짓말하는 것은 사람 때문입니다.
세상을 비틀어보는 75가지 질문
Chapter 4. 더 부드럽게, 더 강하게, 마치 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