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좋나요님과 전영관님을 만나러 나간다. 역이민카페에서 만난 동갑내기 분들이라 더욱 마음이 설렌다.
각자 호주와 캐나다 그리고 미국에 살았지만 모국을 향한 추억이 비슷한 시기의 모습으로 남아있어 우리의 공감은 무엇일지 또한 차이는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
평상시보다 약 십오분정도 여유를 두고 나오기를 잘 했다. 이제 판교를 지난 지 얼마 안되었는데 길이 밀린다. 요즘 카페에 이런 저런 갈등이 생기고 있다. 오늘 새벽 듀크남의 카톡을 받고 종일 카페의 방향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 북창동에 향수라는 다방에서 어쩌면님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다방은 칠십년 대에 볼 수 있던 복고풍이었고 우리가 있는 동안 어떤 손님도 들어오지 않았다. 전영관님과 카페와 제주 그리고 우리가 살아온 세월을 이야기했다. 배가 출출해져서 다방 아주머니가 추천해주는 생태집에를 찾아갔다. 맛있는 생태와 애 그리고 알들에 미나리를 산더미처럼 올린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같이 마음껏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오늘은 동대문에서 만나 한양성곽길을 돌았다. 혜화문을 거쳐 와룡공원으로 올랐다가 삼청공원으로 내려왔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북촌을 구경하고 정독도서관, 덕성여중고, 풍문여고를 지나 인사동으로 들어갔다. 인산인해를 이루며 사람들이 파도처럼 몰려 다니고 있었다. 우리는 한 식당에 들어가서 정식으로 식사를 하며 동동주 세 항아리를 마시며 이야기했다.
그 후에는 너무나 멋진 전통찻집에 들어가 계피차를 마시며 카페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 했다. 어쩌면님은 카페의 이름에 맞게 보다 역이민에 관련한 이야기로 촛점을 잡아갔으면 한다는 의견이었고 전영관님은 서로 정보와 집등을 형편에 맞게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좋은 친구와 이틀 동안 행복한 여행을 했다. 서로의 꿈과 계획을 나누었고 카페를 통해 만난 좋은 분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우리 카페를 사랑한다. 내가 만난 한 분 한 분들은 충분히 존경을 하고 정을 쌓을만 한 귀한 분들이었다.
어제 티비를 잠깐 보니 이어령교수가 '호저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호저(豪猪)는 고슴도치처럼 생겼지만 덩치가 크다. 날이 추워지면 서로의 체온을 얻으려고 안다가 상대의 가시에 찔려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릴 수 있다. 인간의 사이는 서로의 체온을 느낄 정도로 가깝지만 서로 상처를 입을 만큼 껴안지는 말라고 한다.
귀한 것이면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한다. 내가 한 마디를 하면 상대방의 마음에는 그 말이 메아리를 쳐 열 마디 백 마디가 되어 그 영혼을 학대한다. 구리거울을 닦아 나의 얼굴을 들여다 보듯 나 자신의 언어를 주어 담는 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