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인식과정(VĪTHI-CITTA)
인식과정(vīthi-citta)은
바왕가의 마음(bhavaṅga-citta)과는 다른 종류의 마음입니다.
바왕가의 마음은
대상과 과정의 측면에서 재생연결식과 유사합니다.
바왕가의 마음이란
업에 뿌리를 두고 있는 재생연결식을 따라 일어나는 잠재의식의 흐름입니다.
그것은
전생의 업(kamma),
업의 표상(kamma-nimitta),
태어날 곳의 표상(gati-nimitta)
이라는 세 가지 표상들 중 하나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바왕가의 마음은 현생의 표상들과는 관련이 없으며
깊은 잠에 들었을 때의 마음 상태의 일종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먹고,
몸으로 감촉할 때
어떤 변화가 생기는데
정신 현상에서의
이러한 변화를 여섯 가지 인식과정(vīthi-citta)이라고 합니다.
형상(色)이
눈의 감성물질(cakkhu-pasāda)에 반영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매번 일어날 때 마다
단지 17번의 심찰나 동안만 지속되는 이 물질들은
형상(色)과 그 정신적 표상들과 함께 끊임없이 새롭게 변합니다.
일군의 눈의 물질과 일군의 형상(色)들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하지만 물질은
일어나는 순간에는 강력하지 않기 때문에,
바왕가의 마음이 지속되는 순간에는
눈과 그 대상사이에는 맞부딤침이 이 일어나지 않습니다.각주
* 아비담마에 따르면
정신과 물질(rūpa)은
일어남(生 uppāda),
머묾(住 ṭhiti),
무너짐(壞 bhaṅga)의 세 과정을 거친다.
이 물질의 세 과정에 요구되는 시간은 17개의 마음의 일어남과 사라짐과 같다.
하지만 물질은 마음보다 16배 빠르고
물질이 일어나는 순간에는 감각기능들이 파악하기에는 너무나 미약하고
빨라서 그 순간에는 잠재의식이 그냥 하나 지나가게 된다.
이것을 지나간 바왕가(atīta-bhavaṅga)라고 부르며
이것을 인식과정에 포함시키면 17가지 마음이 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한 물질이 머무는 순간에
마음은 16번 일어나고 멸한다’는 전통적인 1:16의 물질과 마음의 관계는
물질과 마음이 일어나고,머물고, 소멸하는 전체과정에서는 1:17로 고정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형상(色)이 눈에 반영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게 반영되기 전에 사라지는 바왕가를 지나간 바왕가(atīta-bhavaṅga)라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또 다른 바왕가의 마음이 일어나고 전향됩니다. 그 결과 바왕가의 마음은 끊어집니다.
익숙한 대상에 대한 바왕가의 마음의 주의력은 떨어지고
형상(色)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합니다. 이를 바왕가의 동요(bhavaṅga-calana)라고 합니다.
그 다음에 다른 바왕가가 그 자리를 대신하지만 너무나 약하기 때문에
바왕가의 흐름이 끊어지는데 이를 바왕가의 끊어짐(bhavaṅga-uppaccheda)이라고 합니다.
마음은 눈에 보이는 형상(色)에 관심을 두기 시작합니다.
이 알려고 하는 마음을 전향하는 마음(āvajjana-citta)이라고 하며
다섯 가지 감각기관(五根)에 해당하는
오문전향식(五門轉向識 pañca-dvārāvajjana-citta)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안식(眼識)이 일어나고
안식이 소멸하면
형상(色)을 받아들이고
살피는 마음인 받아들이는 마음(sampaṭicchana)이 일어납니다.
* 전향으로 옮긴 āvajjana는 ā(향하여)+√vṛj(to turn)에서 파생된 중성명사로서
‘돌아 옴’돌아서 향함‘의 일차적인 뜻을 가졌다.
돌아서 향함이라는 의미에서 전향(轉向)으로 옮겼다.
전향이란 마음이 그 대상이 되는 다섯 감각의 문(五門)이나
마노의 문(意門)으로 향하는 역할을 말한다.
전향에는 눈(眼)· 귀(耳)· 코(鼻)· 혀(舌)· 몸(身)의
다섯문으로 향하는 오문전향(五門轉向)과
마노의 문으로 향하는 의문전향(意門轉向)의 두가지가 있다.
바왕가는 상카라에서 기인한
과보의 마음(vipāka-citta)이며,
안식(眼識)과 받아들이는 마음도
역시 상카라에서 기인합니다.
선하거나 불선한 상카라에 따라서
선하거나 불선한 과보의 마음이 있습니다.
반면에 전향하는 마음(āvajjana-citta)은
도덕적으로 선하지도 불선하지도 않습니다.
이를 업의 효력이 없는 단순한 행위를 뜻하는
작용만 하는 마음(kiriya-citta)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종류의 마음(citta)은 일반적으로 아라한의 속성입니다.
마음이 형상(色)을 받아들인 다음에는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 등의 특성에 대해서 조사하는 마음(santīraṇa-citta)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나서 좋은 것이라는 등을 결정하는 마음(vuttho-citta)이 뒤따릅니다.
이것이 일곱 번 연속하여 번쩍이는 충격의 순간을 뜻하는
속행(javana)각주에 이릅니다. 속행은 아주 재빠르게 일어납니다.
그것은 바왕가 과정의 다른 요소들에는 없는 속도와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 여기서 consciousness는 식이 아니라 바왕가를 가리키기에 바왕가로 번역했습니다.
* 속행(速行)으로 옮긴 javana는 √ju(to be swift)에서 파생된 중성명사로 문자적인 뜻은‘재빠름, 신속함’이다.
대상이 무엇이라고 결정되고 나면 일어나는 일련의 인식과정을 모두 속행(javana)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인식과정에서 속행은 모두 일곱 번 같은 대상을 가지고 일어난다.
이것은 결정된 대상에 대해서 마치 벼락치듯 재빠르게 그것을 이해하는 작용을 한다.
이 자와나의 단계야말로 의도적인 행위가 개입되는 곳으로써 선하거나 불선한 마음이 일어나는 순간들이다.
아라한의 경우를 제외하고서 모든 존재들에게 속행은 선하거나
불선한 마음으로 일어난다.그러므로 수행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속행의 과정에서 지혜롭게 주의기울임(如理作意 yoniso manasikāra)의 마음부수를
극대화해서 이 마음이 불선한 마음이 되지 않고 선한 마음이 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탐욕(lobha)이나
탐욕 없음(alobha)과 같은
선하거나 불선한 강력한 마음부수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악한 마음들이 그 대상들에 재빠르게 돌진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탐욕이 우리로 하여금 원하는 대상을 쟁취하고 힘으로 거머쥐도록 하고
분노는 그 대상에 맹목적으로 돌진하여 파괴하려는 욕구가 내면에 치밀어 오르게 합니다.
의심,
들뜸,
무명도
각각의 대상들과 빠르게 연관됩니다.
선한 마음부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필사적이고 충동적인 특성 때문에 감각적 욕망은
감각적 욕망의 속행(kāma-javana)이라고도 합니다.
7개의 속행의 심찰나 다음에는
두 개의 등록하는 마음(tadārammaṇa-citta)순간들이 일어납니다.
이 마음은 속행의 대상과 관련 있는 것으로 그 기능은 선행하는 마음의
거머쥐려는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입니다.
바왕가의 과정에서 눈의 감성물질(cakkhu-pasāda)에 의존하는 안식(眼識)은
지나간 바왕가(atīta-bhavaṅga)와 함께 일어납니다.
다른 식들은 다른 마음(citta)들과 함께 일어나는 심장토대(hadaya-vatthu)물질에 의존합니다.
전향하는 마음(āvajjana-citta)으로부터
두 번째 등록하는 마음(tadārammaṇa-citta)까지의 14개의 마음들은
오직 현재의 대상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 14개의 마음들은 바왕가의 마음과 성질이 다른 인식과정(vīthi-citta)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그것들은 활동하는 마음들입니다. 바왕가 과정의 마무리인
두 번째 등록하는 마음(tadārammaṇa-citta)이 소멸한 다음에는
정신적 생명은 수면상태와 같은 바왕가의 상태로 되돌아 갑니다.
다음 비유는 바왕가의 인식과정(vīthi)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내가 망고나무 밑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망고하나가 떨어지는 바람에 잠을 깼습니다.
사내는 망고를 집어들고 조사합니다.
냄새를 맡아보고 잘 익었다는 것을 알고는 먹습니다.
사내는 그 맛에 대해 생각해보고는 다시 잠에 듭니다.
여기서
대상으로서의 업(kamma),
업의 표상(kamma-nimitta),
태어날 곳의 표상(gati-nimitta)을 가지는 바왕가 상태는 잠자고 있는 상태와 같습니다.
망고가 떨어져서 깨어남으로써 시작하는 것은
바왕가의 마음의 일어나고 사라짐에 비유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잠이 깬 다음에 회상하는 것은 전향하는 마음(āvajjana-citta)입니다.
형상(色)을 보는 것은 망고를 보는 것입니다.
조사하는 마음(santīraṇa-citta)은 사내가 망고를 조사할 때와 관련 있습니다.
망고가 익었다고 결론내리는 것은 결정하는 마음(vuttho-citta)입니다.
속행(Javana)은 망고를 먹는 것과 같고 등록하는 마음(tadārammaṇa-citta)은
그 맛을 생각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바왕가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은 다시 잠에 드는 것과도 같습니다.
형상(色)이 그다지 눈에 선하지 않다면 지나간 바왕가(atīta-bhavaṅga)가 두세 번 일어난 다음에
눈의 감성물질(cakkhu-pasāda)에 나타납니다.
그러한 대상의 경우에는 인식과정(vīthi)이 등록하는 마음(tadārammaṇa-citta)이 나타나기 전까지 가지 않고
속행에서 끝난 다음에 바왕가 상태로 가라 앉습니다.
형상(色)이 더 약할 때에는,
다섯 번에서 아홉 번까지 지나간 바왕가(atīta-bhavaṅga)가 일어난 다음에서야 비로소 회상됩니다.
인식과정(vīthi)은 자와 나까지 가지 않고 결정하는 마음(vuttho-citta)이 두 세번 일어난 뒤 끝납니다.
그렇게 결정(vuttho)에서 끝나는 인식과정(vīthi)은
위빠사나 수행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끊임없는 알아차림을 닦는 수행자는 감각대상을 찾거나 번뇌로 오염시키지 않습니다.
그래서 회상이 느려서 전향(āvajjana-citta)이 약해지고,
안식(眼識)이 명확하지 않으며,
받아들이는 마음(sampaṭicchana)은 적절하지 않고,
조사하는 마음은 효과적이지 않으며,
결정하는 마음(vuttho-citta)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두세 번 결정하는 마음이 일어난 다음에 마음은 바왕가의 상태로 들어갑니다.
대상은 마음을 번뇌로 오염 시킬 정도로 분명하지는 않으며
수행자는 현상의
무상(anicca),
고(dukkha),
무아(anatta)를 알게 됩니다.
봄에는 오직 맨 앎(bare-awareness)이 있을 뿐이며 인식과정(vīthi)은 번뇌들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지금까지 눈(眼)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설명한 인식과정(vīthi)은
귀(耳), 코(鼻), 혀(舌), 몸(身)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