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작용도 공한 것 ‘수상행식 역부여시’
수상행식 역부여시 受想行識 亦復如是
“수 · 상 · 행 · 식도 또한 이와 같다.”
《반야심경》
'수상행식 역부여시(受想行識 亦復如是)'는 《반야심경》에서 공(空)의 원리를 설파한 경구로 '느낌ㆍ생각ㆍ의지작용ㆍ의식도 그와 같이 실체가 없다'는 뜻이다. 앞 구절인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에 대입하여, 색(色)과 같이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도 각기 동일한 현상임을 설하는 것이다.
오온(五蘊) 가운데 ‘색’은 물질적인 것라고 한다면, 수·상·행·식은 정신적인 네 가지 현상에 해당된다. ‘색’을 텅빈 것으로 보았는데, ‘수ㆍ상ㆍ행ㆍ식’의 정신작용 또한 텅 빈 것이라고 보라는 것이다. 마음의 작용은 언젠가 반드시 생ㆍ주ㆍ이ㆍ멸의 법칙에 따라서 공(空)으로 돌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수상행식’은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와 같은 공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수불이공(受不二空) 공불이수, 수즉시공(受卽是空) 공즉시수
상불이공(想不二空) 공불이상, 상즉시공(想卽是空) 공즉시상
행불이공(行不二空) 공불이행, 행즉시공(行卽是空) 공즉시행
식불이공(識不二空) 공불이식, 식즉시공(識卽是空) 공즉시식
이것은 물질적, 정신적 일체의 제법은 시간적으로 제행무상이며, 공간적으로 제법무아이고, 그렇기에 연기적 존재라는 말로 통하는 것이다. 대승의 반야와 공 사상이 바로 연기의 사상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역부여시’인 것이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온갖 감정들은 '수ㆍ상ㆍ행ㆍ식'의 영역 속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끊임없이 잡다하게 일어나는 감정을 텅 빈 것으로 바라보는 안목은 공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며, 지혜의 눈뜸이라 말할 수 있다.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이 바로 지혜라 한다면, 지혜는 곧 모든 것을 텅 빈 것으로 보는 안목을 갖는 일이다. 우리가 진정한 행복을 얻고자 한다면 재물이나 명예를 통해서가 아니라, 공성의 실체를 올바로 인식하여 반야의 지혜로써만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정신작용도 공한 것 ‘수상행식 역부여시’|작성자 일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