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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학명
노박덩굴과 |
Euonymus japonicus |
독도하면 으레 삭막한 바위 덩어리가 연상되지만, 자그마치 46종의 식물이 절벽의 곳곳에 붙어 자라고 있는 녹색 섬이다. 독도에서 가장 오래된 생물체는 동도 천장굴 위쪽에 있는 약 100년 된 고목 사철나무다. 주변에 여섯 그루의 식구와 서도 정상 부근의 세 그루 등 모두 10여 그루가 자란다. 고목 사철나무가 태어난 시기는 일본이 독도를 몰래 자기네 땅에 편입시킨 1905년 전후다. 나라님이 나서서 당연히 따지고 들어가야 했지만, 당시의 대한제국은 시비를 걸 만한 여력도 의지도 없었다. 이즈음 기특하게도 사철나무가 독도에 먼저 터를 잡고 ‘독도는 우리 땅’임을 굳힌 것이다. 그것도 그냥 사철나무가 아니라 울릉도 출신으로 짐작되는 토종 사철나무다. 때맞춰 옮겨준 공신들은 사철나무 열매를 뱃속에 담고 독도에서 잠시 쉬어가던 떼까치나 지빠귀 종류다.
사철나무가 독도 바위틈에서 씨앗을 싹틔우고 살아가는 과정은 마치 나라를 잃고 고통받는 민초들의 삶과 닮았다. 일제강점기의 어린 독도 사철나무는 보살핌은 고사하고 짠물과 바람과 지독한 가뭄을 혼자서 견뎌야만 했다. 강인한 생명력은 광복을 거쳐 혼란기와 한국전쟁의 와중에도 독도의용수비대가 우리 땅을 힘겹게 지키는 과정을 바라보면서 조금씩 몸체를 불려나갔다. 지금은 10여 그루로 늘어났지만, 모진 환경에 적응하느라 한결같이 바위에 붙어 납작 엎드려 있는 모습이 안쓰럽다. 우리가 미처 챙기지 못한 긴 세월 동안 온갖 고난을 무릅쓰고 외롭게 독도를 지켜온 사철나무는 이제야 ‘보호수’란 이름으로 나라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사철나무는 독도와 같은 열악한 조건에서도 자라는 나무이다 보니 자람 터를 가리지 않는다. 아주 추운 북쪽지방이 아니면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다. 소금바람에도 강하여 바닷가에서도 잘 자란다.
사철나무란 이름이 너무 포괄적이고 광범위하여 다소 혼란스럽다. 북한은 그냥 ‘푸른나무’다. 옛 이름은 동청(冬靑)으로 겨울에도 푸른 나무란 뜻인데, 어디 이런 나무가 한둘인가? 바늘잎나무 거의 대부분과 넓은잎나무 수백 종이 동청나무다. 문헌을 찾아보니 옛 어른들은 동청을 세 갈래로 정리해두었다. 첫째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사철나무, 둘째는 겨우살이, 셋째는 광나무와 감탕나무 등이다. 모두 동청이란 글자로 표시하고 있으므로 앞뒤의 설명으로 어느 것인지 찾아내야 한다.
사철나무의 잘 나가는 쓰임새는 산울타리다. 촘촘한 가지 뻗음과 사철 잎을 달고 있어서 가리개의 기능을 잘해주며, 이리저리 잘라대도 금방 가지를 내민다. 햇빛을 잘 받지 못하는 아래 잎도 위 잎을 밀치고 나오려는 욕심을 피우지 않고 주어진 만큼 광합성을 하면서 큰 불평 없이 서로 잘 어울려 자란다. 쥐똥나무와 함께 가장 널리 쓰이는 울타리나무다.
조선시대 전통 양반 가옥의 안채와 사랑채 사이에는 손님이 왔을 때 안채가 바로 보이지 않게 취병(翠屛)이라는 가리개 시설을 만들었다. 이때 돌담보다는 흔히 사철나무로 산울타리를 만들었다. 때로는 대나무로 담장을 거푸집처럼 엮고 안에다 줄사철나무를 올리기도 했다.
흔히 만날 수 있는 사철나무는 자연 상태로 자란 모습이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이 다듬어준 모습이다. 울타리나 정원수로서 작은 나무처럼 생각되나 그냥 두면 중간 키 정도는 자란다. 충남 간월도에서 자라는 사철나무는 키 3.2미터, 줄기둘레가 100센티미터이고, 울산 대송리에 자라는 사철나무는 키 7미터, 줄기둘레가 100센티미터에 이른다. 잎은 마주나기로 달리고 두꺼우며, 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고, 표면에 윤기가 흐르며 짙은 초록빛이다. 꽃은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고, 초여름에 손톱 크기 남짓한 꽃잎 네 개가 정확히 마주 보면서 연한 녹황색 꽃을 피운다. 열매는 굵은 콩알만 하고 주황색으로 익는다. 겨울이 되면 씨껍질(가종피, 假種皮)1) 은 넷으로 갈라지고 안에서 빨간 씨가 얼굴을 내민다.
사철나무와 생김새는 같으나 줄기가 나무나 바위를 기어오르며 자라는 줄사철나무가 있다. 진안 마이산 일대의 줄사철나무 군락은 천연기념물 380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이외에도 사람들이 개량한 수많은 품종이 있다. 잎 가장자리에 백색 줄이 들어간 것은 은테사철, 노란색인 것은 금테사철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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