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물을 끓이는 타니스
지구를 치유하는 일꾼들의 이야기
레프리콘과 함께 한 여름
제 18 장
지구를 파괴하는 범죄들
다음 날 아침 ,
나는 명치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두려움을 부드럽게 달랠 수 있기를 바라며 찻물을 끓이고 있었다.
' 내 친구 레프리콘은 내가 그를 필요로 했을 때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 '
나는 궁금했다.
그리고 그에게 마음속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호출을 보냈다.
" 나 여기 있소. "
검은 색의 긴 법복을 입은 레프리콘이 내 옆에 나타났다.
판사나 성가대원이 입을 법한 옷이었다.
어렵지 않게 오늘 그가 연기할 역할을 파악할 수 있었다.
" 아이고 , 맙소사 , "
나는 물이 끓는 주전자의 전원 코드를 뽑으며 앓는 소리를 냈다.
" 나는 가지 않는게 좋겠어요.
그냥 정원에 함께 앉아 꽃의 페어리 (정령) 를 만나면 안 될까요 ? "
" 그건 다른 날에 합시다. "
레프리콘이 근엄하게 말했다.
" 일단 지금은 차를 준비하고 떠나기 전에 잠시 대화를 나눕시다. "
긴 법복을 입고 타니스와 함께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레프리콘
나는 주전자에 평소보다 티백 하나를 더 집어 넣으며
' 카페인이 도움이 될지도 몰라 ' 하고 생각했다.
그런 다음 , 욕실을 이리 저리 배회하며 열심히 양치를 하고 ,
찬물로 세수를 했다.
그리고 침실로 들어가 울 스웨터를 입고 ,
일주일 동안 남쪽으로 여행을 가서 햇볕을 좀 쬐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부엌으로 간 나는 찻 주전자와 컵 두개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내 친구 레프리콘은 이미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맥없이 의자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 눈을 깜빡이면 오늘에서 내일로 순간 이동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눈을 감았다.
나는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을 들었던 것이 기억났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 전 인류가 지구에게 저지른 일을 나 혼자 질책받는 것은 억울해요. "
레프리콘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 나 자신이 한 행위들에 대해서는 벌을 받을 준비가 되었어요.
그게 공평한 거라고요.
그렇지 않나요 ? "
내가 말했다.
레프리콘은 논쟁에 휘말리지 않으려 계속되는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
" 무엇보다도 , 나는 당신 세계를 방문한 손님이에요.
당신 세계에서는 손님을 이렇게 대하나요 ? "
나는 베짱을 부리며 따져 물었다.
하지만 이내 아무 소용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한숨만 쉬었다.
차를 따라 붓고 , 고집을 내려 놓으며 내가 말했다.
" 언제 갈까요 ? "
" 우리가 차를 다 마시면. "
그는 양손으로 잡은 에테르체의 컵을 오므린 입술에 갖다 대며 대답했다.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던 나는 재빨리 최악의 상황들을 생각해봤다.
하지만 대체로 똑같은 줄거리만 나왔다.
' 외딴 아일랜드 오두막에서 인간 하나가 실종되었고 , 다시는 볼 수 없었다. '
나는 입을 다문 레프리콘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조언해 줄 수는 없나요 ? "
" 미안하오. 그것은 허용되지 않은 일이오. "
레프리콘은 빈 컵을 내려 놓으면서 여전히 가득 차 있는 내 잔을 힐끔 쳐다보았다.
나는 불가피한 일을 최대한 미루기 위해 천천히 차를 마셨다.
결국 , 나는 체념하며 차를 내려놓은 뒤 ,
최대한 용감하게 말했다.
" 준비됐어요. "
우리가 터널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 ,
내 친구 레프리콘이 격려하듯 나에게 윙크를 보냈다.
참나무 숲에서 대기하고 있는 4 원소의 정령들
어느새 나는 참나무가 심어진 작은 숲에 서 있었는데 ,
숲의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나에게는 흰색 로브 대신 포대 자루 같은 옷이 입혀져 있었고 ,
옷에는 죽은 잎사귀들과 충격적인 이미지들이 매달려 있었다.
살충제에 중독된 새들 , 동물들의 사체와 그 위에 총을 들고 서 있는 남자들 ,
숲 전체가 완전히 파괴되어 덩그러니 검게 그을린 나무 그루터기들만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
이 숲을 생각하면 평화가 떠올랐었는데 ,
이제는 숲 모든 곳에서 분노가 느껴졌다.
땅 , 공기 , 불 , 물 의 4대 엘리멘탈이 이전처럼 로브를 입고 내 앞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이제 예전 같지 않았다.
그들 내부에서 지진 , 회오리 바람 , 화산 , 폭풍우가 일으키는 원초적인 힘이 보였고 ,
그 에너지가 나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밀려 왔다.
" 지금 자네는 법정에 서 있네. "
불의 엘리멘탈이 먼저 입을 열었다.
" 지구에 저지른 범죄들 때문이네.
어떻게 변호하겠나 ? "
" 유죄입니다. "
내가 대답했다.
인간 동료들과 내가 저지른 일들에 대해 내가 무슨 변명을 할 수 있겠는가 ?
" 변론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 "
물의 엘리멘탈이 물었다.
더 골똘히 생각하며 내가 대답했다.
" 무지 때문이었습니다. "
" 진술하게. "
공기의 엘리멘탈이 세찬 돌풍을 일으켜 내 로브에 달린 잎사귀를 쓸어 버리며 말했다.
" 인간은 어린아이입니다.
막 태어난 창조자들이죠. "
나는 이 말이 인류를 변호할 수 있기를 바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