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학교에서 배우다>
“든든한 협동조합, 행복한 조합원 icoop협동학교”
홍보팀 김경보
비가 오락가락하던 7월 더위 속, 호기심에 반짝이는 눈빛들이 하나 둘 거제교회 드림센터로 모여들었습니다. 바로 ‘협동학교’가 열렸기 때문이지요.
아이쿱생협은 조합원, 활동가들을 위해 시기별, 단계별, 분야별로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려 노력합니다. 매년 한 번 씩 열리는 ‘협동학교’는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다채롭고 질 높은 교육으로 활동가들에게 인문, 사회, 경제적 인식 확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활동의 동기도 부여하는 역할을 합니다. 부산권 6개 조합(부산진아이쿱, 푸른바다아이쿱, 동래아이쿱, 남부산아이쿱, 해운대아이쿱, 금정아이쿱) 활동가들이 모여서 교류하고 연대를 확인하는 장이 되기도 하지요.
10일 11일 양 일 간 총 4강의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첫 날 오전 1강 sbs ‘바디버든’의 고혜미 작가가 <바디버든 우리몸의 경고>라는 제목으로 ‘바디버든’ 제작의 뒷얘기들을 풀어 놓았습니다.
10년 전, 폐경기 여성이 가지고 있을 법한 자궁질환을 가진 여고생을 취재하다가 시작된 환경호르몬에 대한 관심이 10년의 세월동안 8편의 다큐를 만들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자신의 사례를 제공해 준 ‘참여자 그룹’과 영리적인 일과 거리를 둔 ‘연구자 그룹’의 협조가 있었기에 방송 제작이 가능했고 그로 인해 같은 증상을 겪고 있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구요.
10년 간 숱한 사례와 변화상을 지켜보며 얻은 자신의 결론은 환경호르몬이 우리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 짧은 기간 동안의 변화상을 시청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방송의 특성 때문에 주로 자궁질환 중심으로 사례를 들게 되었다는 설명과 함께 “환경호르몬이 자궁질환의 필요,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큰 요인입니다.”라고 덧붙이네요.
‘10년 간 우리는 안전해졌는가?’
제공된 수치는 전혀 아니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환경호르몬에 대한 노출은 늘어났고, 몸에 독성은 더 쌓였으며, 그로인해 자궁질환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든 환경을 차단하고 살 수는 없는 일, 같은 물질도 사용방법에 따라 흡수 정도가 1000배까지 차이가 나기도 하니 잘 알고 조절하며 살 수밖에요. 조절이란? 노출 줄이기와 배출 늘리기. 바로 우리가 벌인 바디버든 캠페인에서 제안했던 방법들을 꾸준히 실행해 보는 겁니다.
플라스틱용기 사용 자제하기, 면생리대 사용하기, 물 마시기, 식이섬유 섭취, 운동...등
그리고 ‘항상 자신이 선택한 방법이 최선인지 살펴보고 더 안전한 것이 있다면 그것으로 바꾸기’를 권해주셨어요.
구체적으로 들어주신 사례들에 알고도 충격적이었고 실감하며 다시금 내 생활을 자각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첫 날 오후 2강 <가치는 어떻게 사업이 되는가?>라는 제목으로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정경섭이사장님이 들려주신 좌충우돌 협동조합 도전기였습니다. 자신을 영화배우라 소개하며 유머스럽고 가볍게 시작한 강의, 2시간 내내 터지는 웃음에 유쾌한 강의였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나이 마흔에 없는 돈을 긁어모아 유럽의 사례를 탐방하고 돌아와 만들었다는 ‘마포 민중의 집’. ‘공간이 사람의 가치관을 형성 시킨다’는 신념 아래 만남, 대화, 소통 이 이루어지는 공유공간입니다. 이곳을 근거지로 두고 도전해 본 ‘마포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각각 만드는데, 3년, 2년 반의 세월이 걸린 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고, 특히 우.리.동.생에 대해 풀어 놓으시는 우여곡절을 들으며 탄식과 탄성이 절로 나오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상은 서로를 향한 노동(돌봄)으로 그물망처럼 이루어져 있다.’
100세 시대는 즐거운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icoop을 플랫폼으로 새로운 것을 창출해 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도 해 주셨습니다. 잘 이루어진 관계망을 활용하면 술집, 미용실, 요양원, 사회적 기업...무엇이든 가능할 거라고. 우리가 만들어서 즐겁고 존엄한 삶을 누리자고.
팔랑팔랑 가볍게 보이던 모습을 강연이 끝날 때는 묵직하게 느낀 게 저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시민운동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끊임없이 삶을 바꾸는 협동조합 만들기에 도전하는 그 열정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감탄하게 만드는 분이었네요.
지금은 ‘Style 협동조합’을 준비해서 8월에 시작한다고 합니다. 미용실+커피+맥주 모두가 어우러지는 조합이라고 하네요? 과연 어떨까? 새롭고 기대되고... 번창하기를 기원해봅니다.
둘쨋날 오전 3강 <데이터로 느끼는 한국사회>,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소장 김형미님이 각종 데이터를 가지고 오셨어요.
1.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통해 한국사회를 살핀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미 듣고 본 것들이 있던 터라 예상은 했지만, ‘OECD 더 나은 삶 지수’부터 시작한 ‘OECD 사회통합지표’, 청년 취업률, 빈곤율, 저임금 노동자 비율, 고령화 지표, 조세부담률, 남녀 임금차, 한국인의 시간활용...원그래프, 막대그래프, 꺽은선그래프 등으로 해석되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은 안타깝고 답답하고 서글픈 모습이었습니다.
2.공감하는 우선과제, 해결 방향에 대해 의견을 모아본다.
청년실업, 교육문제, 남북문제, 에너지문제...해결과제가 한 가득입니다. 풀뿌리에서 시작된 변화를 정치변화로, 또 정치변화를 통해 다시 풀뿌리의 변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이어져야 함을 강조하셨어요. 전날 2강의 정경섭이사장님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야의 창업을 협동조합 형태로 시도해 보면 어떨까하는 제안을 해 주셨습니다.
3.우리는 어떤 일부터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
간병업계의 장시간 노동문제를 혁신한 ‘다솜이재단’, 협동조합 떡집을 운영하는 노인복지관 ‘여민동락’,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 서울시의 공동주택을 활용한 어린이집 등 변화의 움직임들에 대한 소개가 있었습니다.
정치가 바뀌어야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일상생활에서, 여성의 관점에서 정치에 관심을 두어야한다고 강조하셨죠.
많은 데이터를 읽어 내면서 다시금 우리 사회와 우리자신의 실상을 돌아보았고,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과제를 담고 온 시간이었습니다.
둘쨋날 오후 4강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 강원국님이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해 주셨습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문자 이전에 아주 오랜 시간 ‘이야기’가 있었고, ‘이야기’에 적응한 인간들이 생존했다며 이야기를 시작하셨어요.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의 ‘장진호연설’도 스토리텔링이 있어서 감동적이듯 ‘이야기’와 ‘보는 것’은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기도 하고 오~래 기억한다고.
3명의 기업회장과 2명의 대통령을 모시며 남의 말을 남의 언어로 글쓰기를 한 25년. “말하기가 힘들었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읽기, 듣기만 하는 생활, 내가 없는 생활’은 비단 자신의 모습만이 아닌 숱한 엘리트들, 어쩌면 우리 사회 대다수의 사람들의 모습일거라고, 우리의 교육시스템과 사회 분위기가 그런 사람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정답이 아닐 것에 대한 두려움, 다름에 대한 두려움으로 표현을 꺼리다가 그 기능이 퇴화한 채 호기심은 사라지고 행간을 파악하는 능력과 처세만 뛰어난 사람이 되어간다고.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공통점. 독서, 토론, 학습, 메모였다고 해요. 두 분 다 ‘자기자랑’이 참 많은 분들이었는데, 어쩌면 두 분의 네 가지 공통점도 그 ‘자랑’을 위해서이지 않았을까?라고 해서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우리 사회의 말과 글이 살아나려면 ‘자랑’이 허용되어야 합니다.”
‘인간은 자기표현의 욕구를 누구나 가지고 있으며, 말로 표현하고 글로 쓸 수 있다는 것은 내 안에 ‘나’가 있는 사람이다. 말과 글의 수준이 곧 나의 수준이다.‘
우리사회는 듣기, 읽기 교육의 비중이 너무 높고 쓰기, 말하기 교육의 비중이 너무 낮다는 말과 함께 서구사회에 이어 일본도 글쓰기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이미 교육이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3차 산업까지는 어찌어찌 버텼지만, 창의와 창조성을 필요로 하는 4차 산업시대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우리 또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경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공유하고 연대해야 4차 산업시대를 맞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 본성에 맞는 일을 더 잘해야 한다고 합니다. 인간 본성에 맞는 일이란? 말하기, 쓰기(자기표현), 연대, 협력, 참여, 공유...등이지요. 이런 일들을 자유롭게 할 때 창의적이 되고 창의적일 때 사람은 행복할 수 있다는 말로 마무리한 시간. 50이 되어서야 비로소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게 되었다는 자기고백을 바탕으로 한 소탈한 강의는 가볍고 재미있었지만 잔잔한 울림을 전해 받았습니다.
이틀간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을 잠시 멈춤!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까지 온전히 나를 위해 쓴 시간. 학생으로 돌아간 듯 ’협동학교‘에 머물며 건강과 환경, 가치와 사업, 사회와 변화, 자기표현의 필요성과 미래 전망까지...좁은 내 울타리를 한 뼘 쯤 넓히는 계기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든든한 협동조합‘이 있어서 저는 ’행복한 조합원‘이네요.^^
첫댓글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강의 들으시더니 어쩜 이렇게 정리를 잘 하셨어요? 강의도 좋았지만 후기가 더 좋은걸요? 학교 다닐때 진짜 우등학생 이었을거 같아요~ ^0 ^ [ 연대, 협력, 참여, 공유 ] 제가 최근에 꽂혀있는 단어라 더 반가운 강의였습니다.
ㅋㅋ 감사합니다. 독자를 제한해서 선정하고 구체화하라는 강연 내용에 따라, 참여는 못했으나 교육에 관심 있으신 분, 기회가 있으면 듣고 싶은 분을 위해 다소 길지만 정리해보았슴다~~^^
훌륭한 요점정리 ^^ 대단하시네요
감사합니다~~~담엔 언니도 후기 부탁드려요~^^
오늘 김치찌게 넘 맛있게 잘 먹었어요.
깨알같이 정리를 잘 해 주신 경보씨 덕택에 또 다시 강의실에 앉은듯 생생합니다. 수고많았습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적으면서 정리되고 좀 더 명확하게 남는 것 같아요.^^
이번협동조합은 개인적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그 방향을 제시해 주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어요. 아이쿱 조합원으로 더 많은 분들이 이런 시간들을 누릴수 있다면 아~얼마나 좋을까요~~
잊어버릴때마다 이 후기를 찾아야겠어요
지현씨에게 의미가 컸던 시간이었군요? 다시 찾아 볼 생각을 했다니, 글 쓴 보람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