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곡지와 물왕호수 트래킹은 꽤 근사한 조합이다. 그래도 선후의 선택은 있다. 오늘은 관곡지가 먼저다. 어둠이 걷히기 전 너른 연꽃 밭에 도착했다. 오렌지 빛으로 물드는 동녘을 바라보며 수 많은 사진작가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내겐 연꽃보다도 먼저 시선을 끄는 놀라운 모습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또 그것을 바라보는 눈은 늘 행복하다. 내가 관곡지를 좋아하는 이유다. 오늘은 특히 사람들이 많다. 번잡한 곳을 피해 조용한 물가로 자리를 옮긴다. 무리 지어 피어난 연꽃보다 물가에 한 두 송이 피어난 수련에게 더 길게 눈길이 간다. 진홍빛이 무척 요염하다.
자리를 물왕호수로 옮긴다. 어깨 운동을 하며 몸을 푼다. 꾸준한 스트레칭이 효과를 발휘하는지 어깨 통증이 많이 좋아졌다. 아파트 단지 주변 호수가 잘 정돈되었다. 자연미는 좀 사라졌지만 방치된 것보다는 낫다. 천천히 호수를 한바퀴 돈다. 하늘이 참 맑다. 오늘도 더운 날이 예상되지만 이른 아침은 참 쾌적하다. 호수를 크게 돌아 원점으로 돌아온다. 한 시간여가 걸렸다. 해야 할 숙제를 한 마냥 기분이 상쾌해진다.
호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스타벅스가 들어섰다. 이른 시간인데도 문을 열었다. 테이크 아웃을 하려다 매장 안으로 들어간다.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싸지 않다. 자리를 잡고 앉는다. 평소 가졌던 생각,‘차까지 몰고 와 긴 줄 서서 이 비싼 커피를 주문하는 관행은 분명 바꿔야 하고 바뀔거야. 최소한 테이크 아웃은 훨씬 저렴해야 해. 이런 말도 안 되는 짓과 소비자를 봉으로 아는 현상을 파괴하여, 혁신을 추진할 선하고 용감한 그 누군가가 나타날 거야.’을 다시 해 본다. 게다가 먹은 음식 그릇은 소비자가 다 치우도록 유도한다. 이런 제기랄 난 거부한다. 최소한 그들이 사람을 더 고용할 때까지 말이다. 이 코로나 패닉 상활에서도 스타벅스가 잘되는 이유는, 불황일수록 립스틱과 미니스커트가 잘 팔리는 이치와 같다. 사람의 욕망은 결코 가난해지지 않는다. 고급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조금 더 대접 받으면서 즐기고 싶다. 그리고 이 매장에서 오래 머무르는 젊은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내가 지불한 터무니없는 가격에 대한 보상과 그래야 그들의 관행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별 것도 아닌 일에 아침부터 흥분했지만 언젠가는 꼭 하고픈 이야기였다. 오후에 양궁에서 첫 금메달이 나왔다. 진정한 실력자에게 이변은 없었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