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애
김욱진
나에겐 늘 애 하나가 착, 달라붙어 있다
그 애가 누구 애인지 모르지만
애물단지처럼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영화관 앞 지나가면 영화보자 그러고
고기 굽는 냄새 풍기면 고기 사먹자 그러고
예쁜 여자 지나가면 저 여자 훔쳐보자 그러고
가끔 성가실 때도 있지만 애처롭다는 생각 들어
그 애가 웃으면 같이 따라 웃고
찡그리면 나도 같이 찡그린다
어딜 가다 밥 먹자 그러면 밥 먹고
잠자자 그러면 잠자고
똥마렵다 그러면 애써 똥 누고
그러지 않으면, 금세 화 버럭 내는 그 애
왜 이러지, 나를 온종일 부려먹고도
밤이면 젖먹이처럼 칭얼거리고 보채고
버르장머리 확 뜯어고쳐줘야겠다 싶어
그놈의 애 저만치 뚝 떼놓고
애간장 끓이듯 녹차 한 사발 끓여
나 한 잔 그 애 한 잔
여기, 지금, 누가 차를 마시고 있냐고
애먹은 놈이 애먹인 놈한테 물었다
어느새 그 애는 찻잎처럼 가라앉고
나 혼자 그 애를 우려먹고 있었다
그 애가 수상하다, 수상하다 싶었는데
나는 한평생 그 애 뒤치다꺼리하며 살고 있었다
나를 길들이려고 이생까지 따라온 그놈의 애
(2024시산맥 가을호)
첫댓글 그놈의 애와 한평생
잘 표현한 글 잘 읽고갑니다
한평생 애물단지로 곁에 붙어 다니는 그 애를 어쩌죠? ㅎㅎ
그 애가 개인가요
ㅎㅎ
개는 아니고 걔인지 모르겠네요.
나의 영혼이여~~ 같이 잘살자ㅋ
술 먹여 꼬셔 가며 ㅋㅋ
@고메(창원) 술이빠 믹여서 헤롱 헤롱 보내삐죠ㅋㅋ
여기서 애란 바로 자기 본성속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나를
가리키는거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악마와 천사가 살고 있죠. ^^
애가 타네요~~~
ㅎㅎㅎ
속도 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