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택시 3
뒤틀린
숱한 낮과 밤을 건너
6개월 만에 휠체어를 밀고서
병원문을 열고 나오니
해와 달이 지나간 자리에
비는 회색빛 물감을 풀어
온 대지를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마른 가슴팍이 된 아내는
구멍 난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보며
가슴 한편을 내어준 채
비와 같이 물이 되어 흐르고 있었고요
“비가 와서 택시가 잡히려나 “
내리는 비의 목을 끌어안고서
속살 같은 눈물로 울고 있던 아내가
“여보 나 엄마 보고 싶어”
“어, 그래 ...
추모공원이 산 쪽이라
택시가 이 비에 갈려나 몰라.... “
세상이 온통 구겨진 채
내리는 비를 헤아리듯
바라보고만 있던 아내 앞으로
손짓·발짓을 하며 분주히 달리는 택시에게
“00 추모공원”
이라고 외쳐 보았지만
스쳐 지나가는 택시만 헤아리다
빗줄기를 피해
아내 앞으로 내달려오며
“다들 그냥 가버리네.”
라는
말이 지나간 자리에
택시 한 대가
아스팔트에 미끄러지듯 멈춰 섰습니다
“어디 가시죠?”
“아,, 네 00 추모공원요”
“이 비에 거기는 좀 곤란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손님“
빗물을 바퀴로 튕겨내며
하얀 연기로 몸을 숨기더니
구구절절한 이유를 매달고
달려가는 택시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내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잃어가고 있던 그때
또다시 멈춰서는 택시 한 대
“00 추모공원요”
“네 타시죠”
라는 말에 아내 곁으로
달려가 휠체어 손잡이를 잡고
움직이려는 순간 택시는 멈춰 선
자리에서 흔적을 감춰버리고 말았습니다
갈 곳 없이 헤매다 허락 없이
내리는 비와 함께 사라져 간 택시가
머문 자리를 내려다보던 아내가
목 끝에 걸린 구겨진 아픔을 쓸어 담으며
“여보 다음에 가요”
한 손엔
우산을 든 채 비를 머리에 이고
덜 여문 한 손으론 휠체어를 밀면서
지하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개인택시 한 대가
다가와 우리 곁에 멈춰 섰습니다
트렁크가 열리더니
이내 택시기사가 환하게 웃으며
차 문을 열고 내려서면서
“00 추모공원 가실 거죠. ?
타세요”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우리 부부를 향해
“뭐해요. 아내분
계속 비 맞히고 계실 거예요 “
콩닥콩닥 내리는 비는
어느새 손가락이 되고
택시 지붕 위는 건반이 되어
행복으로 울려 퍼지는 노랫소릴 들으며
저는 말하고 있었습니다
“기사님 정말 고맙습니다
근데 저희가 추모공원 가는 걸 어찌 아시고 “
“저는 두 분이 서 계시던 길 건너편 병원에
약 타러 간 아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남편분의 “ 00 추모공원”
이라고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
“아, 네 그랬군요.
여하튼 정말 고맙습니다”
라며
웃어 보이고 있을 때
눈물을 뭉텅 거리고만 있던
아내가
“아니 그럼 저희 때문에
아내분을 못 태우신 거예요? “
“두 분이 차를 끝내 못 잡고 지하철역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아내가 나오더군요."
".........."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는 아내는
지하철을 타고 먼저 집으로 갔습니다"
택시가
비와 함께 지나간 자리마다
택시기사가 남긴 마지막 말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기다렸다가 두 분을 다시 이곳으로
꼭 모셔오라면서요 “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