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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모티브로 쓴 10대들의 생존기
마음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르포 소설
유수, 소혜, 보미, 서연은 중학교 때부터 우정을 쌓아 온 친구들로 아이돌 그룹 ‘써버’의 열렬한 팬이다. 넷은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되었고, 학업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만 늘 유쾌하고 써버에 대한 애정 또한 변함없다. 중간고사를 마친 넷은 ‘써버’의 3주년 기념 콘서트를 가기로 하고 잔뜩 들떠 있는데, 소혜는 엄한 아버지 때문에 함께하지 못한다. 결국 유수, 보미, 서연이만 서진타운 서진홀에서 열리는 콘서트장으로 향한다. 아이들은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해 공연 시작 한참 전에 집에서 출발한다. 일찌감치 서진타운에 도착한 셋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중식당을 찾는데 에어컨 고장으로 건물 전체가 후텁지근하다. 그래도 좋아하는 가수를 본다는 생각에 즐겁기만 한 아이들.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공연 시작 40분 전, 입장이 시작됐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유수, 보미, 서연은 꿈에 그리던 펜스를 잡게 되는데! 그런데 유수는 저녁으로 챙겨먹은 햄버거 때문에 배탈이 나 그만 펜스 자리를 놓고, 자리를 뜬다. 화장실을 찾아 눈물을 머금고 공연장 밖을 벗어난 그 순간이었다. 쿵 소리와 함께 바람에 휩쓸려 건물 밖으로 날아 풀썩 떨어졌다. 채 1분이 되지 않은 시간, 건물이 무너졌다.
서연이는 목숨을 잃고, 보미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부상자만 400명이 넘고 사상자도 어마어마한 대형 재난 사고였다. 유수는 경미한 상처를 입고 살아남았지만 충격에서 헤어날 수 없다. 그런 유수에게 의문의 문자 메시지가 온다. 불안하고 위태로운 심리가 그대로 전해지는 문자를 두고 어찌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고통스럽지만 시간은 흐르고, 그 사이 사건은 진실을 왜곡한 채 빠르게 잊혀 간다. 무너진 세계에서 유수는 과연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방송 작가로 활동하다가 두 아이를 키우면서 어린이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06년 단편 동화 『할아버지의 수세미 밭』으로 제4회 ‘푸른문학상’을, 단편 동화 『상여꼭두의 달빛 춤』으로 ‘황금펜아동문학상’을 수상하고, 2008년 장편동화 『살아난다면 살아난다』로 ‘우리교육어린이책작가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동화를 쓰고 있다. 오랫동안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일해 온 경험이 작가만의 고유한 작품 세계를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
1분도 안 되는 짧은 순간, 붕괴된 건물
“세상에 혼자 버려졌다.
내 편은 모두 사라졌다.
나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다시 살아갈 수 있을까? ”
대형 재난 사고가 반복되는 우리 사회의 참상을
10대들의 시선과 목소리로 실감나게 전하는 이야기
《1분》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모티브로 10대 아이들의 팬 문화와 접목시킨 르포 소설이다. 작가는 긴 시간 삼풍백화점 사고의 ‘기억수집가’로 활동하며 당시 사고에 얽힌 사람들을 수소문해 직접 인터뷰를 해 왔다. 생존자, 희생자 가족들, 현장 구조대원, 응급실의 간호사 등……. (이 기록들은 2016년 4월 《1995년 서울, 삼풍》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그런 연유로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은 무척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작가는 왜 20여년이 훌쩍 지난 오래전 참사의 기억을 되살리려 했을까?
이 글에 등장한 사건은 1995년 6월, 서울 강남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모티브로 합니다. 그때 화면으로 본 사고 장면은 제 머릿속에 깊이 각인된 채 좀처럼 흐려지지를 않았습니다. 그 뒤 대형 참사를 접할 때마다 끊임없이 그 붕괴 장면이 겹쳐 떠올랐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20년도 훌쩍 지난 아픈 기억을 수집하기로 한 이유
시간이 훌쩍 지나 다시 만난 그날의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세월은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이미 지난 일이라 상처는 치유되고 가물가물한 기억이 되었을까? 작가는 ‘삼풍백화점 유가족 협의회’를 통해 연락처를 입수하고 긴 망설임 끝에 기억 수집에 나섰다. 유가족들은 20년이 흘러도 여전히 그날 기억이 생생하고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일은 인터뷰어인 작가에게도 아프고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이렇듯 비극적 상처를 기록하며, 공감하고 연민하는 시간 없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걸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기억을 보다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서, 작가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인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 소설은 재난 상황 묘사가 눈에 보이듯 현장감 있게 쓰였고, 전개 역시 긴장감이 높아 읽는 내내 숨을 조이게 된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당시 사건을 그저 복기한 기록이 아닌, 비극에서 살아남기 위한 10대들의 처절하고 아름다운 성장을 그리고 있다.
■ 한순간에 무너진 10대들의 평범한 삶,
감정의 소용...1분도 안 되는 짧은 순간, 붕괴된 건물
“세상에 혼자 버려졌다.
내 편은 모두 사라졌다.
나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다시 살아갈 수 있을까? ”
대형 재난 사고가 반복되는 우리 사회의 참상을
10대들의 시선과 목소리로 실감나게 전하는 이야기
《1분》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모티브로 10대 아이들의 팬 문화와 접목시킨 르포 소설이다. 작가는 긴 시간 삼풍백화점 사고의 ‘기억수집가’로 활동하며 당시 사고에 얽힌 사람들을 수소문해 직접 인터뷰를 해 왔다. 생존자, 희생자 가족들, 현장 구조대원, 응급실의 간호사 등……. (이 기록들은 2016년 4월 《1995년 서울, 삼풍》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그런 연유로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은 무척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작가는 왜 20여년이 훌쩍 지난 오래전 참사의 기억을 되살리려 했을까?
이 글에 등장한 사건은 1995년 6월, 서울 강남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모티브로 합니다. 그때 화면으로 본 사고 장면은 제 머릿속에 깊이 각인된 채 좀처럼 흐려지지를 않았습니다. 그 뒤 대형 참사를 접할 때마다 끊임없이 그 붕괴 장면이 겹쳐 떠올랐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20년도 훌쩍 지난 아픈 기억을 수집하기로 한 이유
시간이 훌쩍 지나 다시 만난 그날의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세월은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이미 지난 일이라 상처는 치유되고 가물가물한 기억이 되었을까? 작가는 ‘삼풍백화점 유가족 협의회’를 통해 연락처를 입수하고 긴 망설임 끝에 기억 수집에 나섰다. 유가족들은 20년이 흘러도 여전히 그날 기억이 생생하고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일은 인터뷰어인 작가에게도 아프고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이렇듯 비극적 상처를 기록하며, 공감하고 연민하는 시간 없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걸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기억을 보다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서, 작가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인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 소설은 재난 상황 묘사가 눈에 보이듯 현장감 있게 쓰였고, 전개 역시 긴장감이 높아 읽는 내내 숨을 조이게 된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당시 사건을 그저 복기한 기록이 아닌, 비극에서 살아남기 위한 10대들의 처절하고 아름다운 성장을 그리고 있다.
■ 한순간에 무너진 10대들의 평범한 삶,
감정의 소용돌이를 섬세한 묘사로 그린 빼어난 소설
소설은 삼풍백화점 참사의 뼈대를 따라가며, 사고를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상처와 고민 그리고 치유 과정을 실감나게 담고 있다. 1995년 6월 29일에 일어난 이 대형 참사가 어느덧 22년이 됐지만 우리는 그 사이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 참사 등의 충격적이고 참혹한 사고를 되풀이해 겪어 왔다. 다시는 이런 비극 없어야 한다고 다짐하지만 사고는 끊이지 않고, 그 원인과 참상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여 왔다.
작가는 10대 청소년들의 시선에서 “대체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참사 당시는 물론이고 사실상 조명되지 않았던 그 이후 시간을 집중적으로 담고 있다. 다루기 만만치 않은 고통스러운 소재를 과감하게 정면에서 다뤄 자칫 무거운 느낌을 줄 수 있지만 무척 속도감 있게 읽히는 작품이다.
도입부를 읽으면 이 소설이 이토록 무시무시한 내용으로 탈바꿈되리라 짐작하기 어렵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10대들의 일상사로 유쾌하게 시작되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이 되어 부쩍 늘어난 학업 스트레스 안에서도 아이들은 여전히 밝고 긍정적이다. 미대에 가고 싶지만 집안 사정을 위해 꿈을 접은 의젓한 아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백댄서가 되고 싶어 춤을 연습하는 아이, 아직 하고 싶은 걸 정하지 못해 고민인 아이까지……. 이런 소녀들이 아이돌 ‘써버’의 콘서트장 티켓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공연장에 도착해 공연 시간을 기다리는 이야기. 하지만 이야기는 이미 예고된 대로 붕괴 사고로 인해 순식간에 반전되며 급물살을 탄다.
공연을 잘 보고 각자 일상으로 돌아가, 시험 점수를 걱정하고,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가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면 어땠을까? 차라리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고, 좋아하는 이성과 이뤄지지 못하는 이야기의 결말이었다면 어땠을까? 내내 다른 가능성을 떠올리게 하는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일단 엉켜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빠져나가야 했어. 내 팔을 짓누르고 있던 남자도 나가야겠다고 느낀 듯 몸을 일으켰어. 회색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서, 나는 눈을 감은 채 팔을 뻗었어. 시멘트 덩어리, 누군가의 몸이 손에 닿았지. 아래쪽에 있는 사람이 꿈틀거리며 나를 위쪽으로 떠밀었고, 나는 시멘트 덩어리를 걷어내고 몸을 일으켰어. 그리고 서연이처럼 갸름하게 눈을 떴지. -본문 중에서
■ 무의미한 가정만 남은 세계, 이 세계를 재건하는 아이들
그럴 줄 알았다면 그날, 나는 그곳에 가지 않았을 거야.
그럴 줄 알았다면 써버는 그날, 그곳으로 우리를 부르지 않았겠지.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날, 거기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어. 우리에게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 따위는 애초에 없으니까! -본문 중에서
재난 사고 이후 유수는 무의미한 가정들을 세우며 시간을 돌이키고 싶어 한다. ‘아이돌 그룹 써버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후텁지근한 건물 공기를 못 견디고 집으로 돌아갔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유수는 알고 있다.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 해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써버는 도저히 좋아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공연을 기다렸을 테니까. 그렇다면 어떤 가정이 유의미할까? 사고의 원인 지점에서 가정을 세워 보면 어떨까. ‘건물 용도를 바꾸지 않고, 애초 계획한 대로 지었더라면!’ 욕심으로 법을 피해 무리하게 건물을 지은 사람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태만한 사고 탓에 건물은 순식간에 내려앉고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말았다. 사고의 원인은 이렇듯 간단해서 더 비극적이다. 기본적인 시스템을 지키지 않아 전체가 붕괴되는 걸 우리는 현실에서도 수차례 경험하고 있다.
■ 참사의 기억을 공유한 이 시대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세월호 세대’라는 아픈 수식어로 불리는 오늘날 10대들, 작가는 어른들이 잘못 만든 세계에서 꼼짝없이 희생된 아이들을 기억하며 이들 시선으로 재난 사고를 그려냈다. 잘못이 자신에게 있지 않아 더욱 무력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목소리를 돌려준 것이다.
유수가 무의미한 가정의 세계에서 빠져나온 데는 어떤 힘이 작용했을까? 사고와 관련된 소식을 외면하고 시간을 버티던 유수는 붕괴 사고가 제대로 조사조차 되고 있지 않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리고 사고 원인을 엉뚱하게도 써버에게 무는 여론을 목격한다. 왜곡된 진실을 접하는 그 순간, 유수는 침묵하는 대신 싸우기로 마음먹는다. 사랑하는 이들과 살아갈 세계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말이다.
어른들이 만든 이 부끄러운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바로잡는 일'을 함께해 주시길 청소년 여러분께 부탁합니다. 그리고 바람이라면 이 이야기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위로와 응원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 피해자들의 상처받은 내면을 개별적으로 서술한 작품
붕괴 사고에서 비교적 다친 곳 없이 살아남은 유수는, 생존자로서의 안도는커녕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다. 현장의 잔해는 치워지고, 사고는 사람들 기억에서 빠르게 잊히고 있지만 유수에게 붕괴는 현재 진행 중이다. 끔찍했던 사고 순간, 죽은 친구의 얼굴, 슬픈 감정들이 끊임없이 유수를 무너뜨린다. 작품을 읽다 보면, 유수가 여전히 그 붕괴 현장에 남아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이다. 반면 보미는 회복할 수 없는 부상을 입고도 유수에 비해 씩씩하다. 슬픔과 고통이 피해 정도에 따라 비례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상처는 개별적이고 회복되는 시간 역시 제각각인데, 바라보는 이들은 피해자들을 한데 뭉뚱그리곤 한다. 그런 시선들이 피해자에게는 또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작가는 인물들의 상처받은 내면을 섬세하게 개별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기억하기. 그게 과연 세상을 떠난 서연이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지만 유수는 오래오래 잊지 않고 기억할 거였다.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았던 친구, 집안 형편 생각해서 자기 꿈을 잠시 미루었던 친구. 그 친구의 시간을 어른들의 욕심이 빼앗아 버렸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할 거였다. 그게 살아남은 친구로서 유수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본문 중에서
첫댓글 최은영 선생님 새 책 출간 축하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참사라 기억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고 싶어집니다.^^
축하드려요, 선생님^^
신간안내 감사합니다 공찍사님 윤해연 선생님께도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