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힘들고 어두운 터널이었다. 혼자서 버티고 감당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어렵고 힘들 때 구자범에게 연락을 했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한마디에 바로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구자범과 만났다. 술잔을 주고받으며 시덥잖은 이야기로 시간을 때우다가 갑자기 구자범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야기 했다. “이게 의미가 있는 거겠지?” 구자범이 연주회에 참여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만들어 주는 한마디였다. 3년동안 떠나 있다가 스승의 임종 때 받은 유언을 지키기 위해 복귀하는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과 명분과 의미였다.
구자범이 꺼내든 또 다른 카드는 랑고르의 교향곡 1번이었다. 20세기 초에 그 많은 아방가르드와 새로운 사조의 물결이 휩쓸고 지나갈 때 홀로 마지막 로맨티시즘의 절정을 외쳤던 잊혀진 작곡가. 곡의 제목조차 작금의 현실과 기가 막히게 공명된다. “벼랑 위의 목가”. 문제는 연주자 수만 110명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였다. 곡 자체도 호른 8대 트럼펫6대, 트럼본 7대, 두개의 튜바, 타악기 주자만 5명등 일반 편성의 두배에 달하는 규모가 요구된다. 내 신곡도 바이올니스트들에겐 기적과 같은 연주력이 요구된다. 그렇다고 오케스트라가 만만하다는 뜻은 아니다. 정교한 발란스와 색채감, 그리고 리듬감이 절정에 달해 있어야 제대로 된 연주가 가능할 거다.
이번 연주회의 가장 중요한 주연이자 지지자가 된 음악인들의 참여는 이 모든 것을 시작하게 하는 중요한 출발점이었다. 공개모집과 주변 음악인들이 십시일반하여 열심히 뛴 결과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가 2주만에 만들어 졌다.
서울국제음악제 오케스트라(SIMF Orchestra)의 이름아래 모인 이들은 부족한 준비와 예산이라는 열악한 조건에서도 성심 성의껏 열의와 믿음으로 화답해 주었다. 이제껏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하는 것은 역시 음악과 음악인, 그리고 주위에서 말없이 묵묵히 도와주는 이들이었다. 윤혜리, 김상진, 이석준, 송희송, 박경옥, 김민지, 김유진, 서진, 김재윤, 윤동환, 유재원, 김지인 선생님 등 많은 음악하는 동료들이 남모르게 도와주고 같이 힘들어 해주었다. 이 불가능한 도전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들의 도움이 비현실적이던 상황을 현실로 끄집어 올린 것은 사실이다.
처음 이 음악제의 주제를 찾을 때 농담 삼아 말했던 “미션 임파서블”이 실제로 제목으로 쓰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첫번째 미션은 110명 오케스트라(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110명이다) 를 구성하는 것이이었다. 이 짦은 시간에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 미션을 수행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첫번째 미션은 잘 통과한 것 같다.
두번째 미션은 10회에 달하는 리허설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리허설을 통해 완성되는 음악은 아이를 출산하는 것과 같은 힘듦과 기대감이다. 마지막 최종 미션은 얼마나 많은 관객이 우리를 보아 줄까, 과연 우리가 하는 일들이 사람들에게 잘 보여 질까 하는 거다. 솔직히 너무나 반응이 없는 것 같아 가슴도 졸이고있고 걱정에 잠을 못 이룬다.
아무쪼록 영화처럼 속 시원한 해피엔딩이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첫댓글 오케스트라 모집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많이 궁금했습니다.
첫번째 미션이 잘 통과되셨다니 너무나 다행한 일이고 감사합니다.
두번째 미션은 하나님이 도우시사...지휘자님이 잘 해 내실 것이고 ^^
마지막 최종 미션은... 안보신 분들만 손해라는 거지요.
그러니 아직 예매 못하신 분들은 5월 15일에 한번 더 할인 혜택이 (25%) 있다고 하니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요.^^
정말 많은 분들이 돕고 계시네요. 구자범지휘자님, 류재준 선생님 힘내셔요~ 해피엔딩 될 거예요. 꼭!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