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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이아엔 청소부도 잘 생겼다고 할 정도로 미남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동양의 여자들을 아름답다고 여긴단다. 길을 가다가 이들에게 '벨라'라는 말을 들으면 그건 '아름답다'는 뜻이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 일행은 아무도 이러한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탈리아는 장인의 나라이다. 그들의 두우모 성당(지붕이 둥근 성당)의 조각들은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신의 손이라는 경탄이 나올정도로 세밀하게 조각된 성당은 이탈리아인들의 손재주를 말해주는 듯 했다. 지금은 이러한 손 재주가 피혁제품, 가구 등지에서 발휘되고 있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핑크빛 가죽장갑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제품 하나하나를 작품으로 여겨 혼을 불어 넣는 이탈리아인, 그들의 감성은 참으로 부럽기만 하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2급 호텔이라 쾌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조화로운 색상은 이곳이 이태리임을 말해주는 듯 했다. 단테의 생가, 베아트리체를 만났다는 성당을 들렀다. 아직도 이들의 사랑이 살아 숨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길에서 두 사람이 운명처럼 만났지만 그들은 이미 성혼한 유부녀, 유부남이었다. 그들의 사랑을 단테는 '신곡'에서 표현했고 아직도 우리들의 가슴에 남아있다. 천재 예술가 레오나드르 다빈치의 나라 이탈리아는 참으로 신비한 나라였다. 그렇게 예술이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한 부자의 기부덕택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행하고 있는 메세나와도 같은 정책이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썼다는 부자.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대부업으로 이룬 부를 예술 발전에 기여했다고 하니 그의 안목이 부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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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국가 로마로 여정이 이어졌다. 영화 '로마의 휴일'로 더 많이 알려진 국가. 몇백년은 되었을 소나무 가로수가 인상적이었던 나라이다.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아이가 세웠다는 로마는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신비한 나라였다. 고대의 건물이 마치 주춧돌처럼 남아서 그 위에 현대의 건물이 지어져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우리는 할 수가 있을까? 로마엔 그러한 건물이 있다. 바로 로마 시청이다. 콜롯세움이라는 고대 건물이 건재하고 아름드리 기둥이 아직도 생생하게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지금도 로마의 병사들이 거리를 행진하며 승전보를 전할 것만 같은 야릇한 도시이다. '로마의 휴일'이라는 영화가 없었다면 로마는 이처럼 괴기스럽기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드리헵번이라는 청순한 여배우와 그레고리 팩이라는 미남 배우가 주연한 영화가 있었기에 로마는 낭만이 있는 나라라 여겨진다. 만약 여배우가 공주가 아니었다면 또 분위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꽉짜여진 공주의 일상에 염증을 느낀 그녀가 일탈하여 신문기자와 평범한 여인으로서의 천진난만하고 자유분방한 며칠을 보내는 것에서 우리는 잠시 그녀가 되고 싶어진다. 트레비분수대에서 겨울비를 맞으면서도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하고, 진실의 입에 손을 넣으며 공주의 흉내를 내며 억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스토리의 힘을 느끼는 대목이다. 또 하나 남의 일에 관여하기를 좋아하는 로마 사람들. 남의 일로 싸우기까지 한다는 로마인. 한편으로는 그들의 의기가 부럽다. 우리가 탄 차가 모퉁이를 돌기 어렵게 주차된 차를 길을 가던 젊은이들이 모두 모여 차를 옮겨주던 일을 잊지 못한다. 우리나라도 한 때는 정이 넘치던 나라가 아니었나? 그러던 우리가 왜 지금은 모든 일을 그야말로 '남 보듯'하는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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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아우토반을 달리고 있다'라고 하면 무한질주하며 속도의 쾌감을 느끼리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와 같은 길일 뿐이다. 더구나 편도 2차로를 '아우토반'이라고 하지 갑자기 아우토반이 시시해졌다. 고등학교 시절 배운 아우토반은 정말 대단한 길로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알면 단순해준다. '자동차'를 뜻하는 '아우토'라는 말과 '길'이라는 뜻의 '반'이 합해진 것이니까. 우리나라의 자동차 전용도로가 그것이다. 독일은 갑자기 힘이 느껴지는 나라이다. 유로화로 유럽이 힘을 모으고 있지만 독일의 지갑만 바라보고 있다고 할 정도로 독일은 서유럽의 경제강자이다. 동독과 서독이 통일된 후 잠깐 혼란한 시기도 있었지만 '라인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답게 건재하다. 독일인은 뼈대도 크다. 그러니 이들의 집안은 아기자기 오밀조밀한 분위기란다. 실제로 들여도 보진 않았지만 깨끗하고 여유가 있어 보인다. 맥주 한 잔으로 두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란 데 매력이 느껴진다. 뮌헨으니 맥주 축제가 열리는 도시이다. 그들의 맥주는 제법 발효의 맛을 내고 있었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부드러운 맥주 맛에 끌리었으니까. 또한 노인 전용의 콜라택에서 노인들의 한가하고 여유로운 모습이 좋았다. 독일에선 악마의 발자국이 있는 성당이 관광지이다. 악마를 속이고 성당을 지었다는 제법 흥미가 끌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지은 성당이 있었다. |
교황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로마 대성당으로 향했다. 벌써부터 길게 이어진 대열에 합류하는자 싶은데 차로드 차림의 여자들이 나타났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망토속으로 손을 벌리며 적선을 요구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이들은 날치기꾼들이다. 망토속의 손으로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귀신처럼 뒤져서 여행비를 날치기하는 선수들이다. 가이더의 안내가 있어서 조심한다고 했는데 우리 일행중의 한명은 990유로를 강탈당했다. 가슴쪽 앞 호주머니에 있던 돈이 송두리째 사라진 것이다. '설마 눈에 잘보이는 곳에 있으니 안전하겠지'라는 생각에 허를 찔린 것이다. 이후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시리즈를 보는 내내 마음이 찜찜했다. 미켈란젤로는 참 악동(?)이었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예술가로서의 줏대가 있으며 자신의 생각을 교황의 서릿발로도 어찌할 수 없는 당대의 개성 넘치는 예술가 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성당 미술관에서 우리는 책에서만 보던 미켈란젤로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출처] 장인의 나라 이탈리아|작성자 정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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