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서리가 내리지 않았네요.
어젯밤 받아 둔 쌀뜬물을 연꽃 화분에 갖다 주러 마당에 나섰더니 꽃눈이가 깨깽댑니다.
강아지 꽃눈이는태어난지 3개월 반만에 줄에 묶였거든요.
꽃눈이는 복슬복슬 부드러운 엄마 품에서 젖을 물고 잠들곤 했었지요.
어미 삼촌 개들과 치고 박는 장난질을 치고 뛰어다니다가 화분을 넘어뜨리고
심심하면 집기들을 물어뜯기도 하며 온 마당을 휘젓곤 하다가 묶였으니 얼마나 답답하겠는지요.
그것도 앞 마당이 아닌 혼자 있는 뒷당에요.
밤내 낑낑대었나 봅니다.
초저녁 밥먹고 나면 뉴스를 끝까지 보기가 힘들게 쏟아지는 단 잠을 자는 나에 비해 두 부자는 예민한 편인데,
강아지가 그렇게 불켜지고 TV소리 나는 인기척에 외롭다고 발신 부호를 띄웠나봅니다.
남편이 혼잣말로 밤내 꽃눈이 때문에 잠을 못잤다고 잠결처럼 투덜거리곤 이내 다시 잠이듭니다.
꽃눈이를 앞 마당의 흙곰 삼촌 개랑 자리를 바꿔주었어야겠어요.
개들은 느낌의 영역이 더 강할 것 같아요.그러닌깐, 애착이나, 외로움말이지요...
뒷뜰에서 혼자 남겨져서 게다가 묶였으니 달그락 소리만 나도 낑낑 대는 게지요.
폴 맥클린은 1940년대 뇌의 구조를 기능적으로 3단계로 구분했는데, 포유류인 개는 어미 젖을 물고 스킨십을 해서
자라면서,대뇌피질에 때론 압도당하기 까지 하는 현대인에 비해 감정이 생생한 감각으로 살았으니
애착을 갈망하는 이면의 외로움은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일 것 같아요.
퇴근하면 일제히 엄미개들은 쓰다들어달라고 차에서 내리면 뒷 발로 껑충 껑충 뛰어다니며
서로서로 경쟁하듯한데 꼬리를 흔들고 춤을 추곤하지요. 마치 축제같다니깐요.
쓰다듬어주는 동안 오롯이 강아지의 사랑, 그 모든 구멍과 헤집어진 상처와 서운한 찌꺼기들을 채우고 메우고 기워서
충만한 애정으로 휩싸입니다. '이게 뭘까요? ' 표현할 수 없는 , 번역불가능한, 행복감에 물들어가는 거지요.
시인 고은은,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반기는 강아지의 몸짓을 표현할 언어를 찾지 못해서
절망을 한다고 했지요. 정말 중요한 것들, 정작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어떠한 것들은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는 것이고 그것은 하늘에 떠있는 별이 무한한데 비해,
인간의 언어는 얼마나 초라한가 실감하며 벌린 입을 다물 수 없는 천치 바보같기도 하고, 어린아기 같은 순간이지요.
어제는 저녁 늦게 도육청 정책협의회에 가서 참관인으로 앉았다가 퇴근했지요.
주로 특수학급의 시설물에 관한 업무 분장과 지원하는 예산을 교사가 감당을 해야 하나가 첫 번째 순서로 많았는데,
특수선생님들이 학교안 엘리베이터 관리, 계단 점검, 통학비 타내서 전달하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우리 업무는 2016학년도 감염병 예방 매뉴얼에 따른 위기시, 물품 지원보다 인력지원 할 수있는 예비비를 도 단위에서
계획편성해달라는 요청이었는데, 잘 읽지 않고 나오신 장학관님은 '상시적'인 것으로 잘못 알았다고 하시면서,
반드시 그 인력도 '보건'관련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고 하시기도 하고,매뉴얼엔 간호사 자격증자 우선이었는데요.
협상테이블에 오시기 전 공부들을 하지 않아 <수용 불가>라는 신생조어를 적어두기도 하셨더군요.
감염병이 돌면 갑자기 백만원, 백오십만원 돈을 쏟아부어내려서, 결과를 또 보고하고... 전국에 약은 동이나고,
돈은 다 소비한 것으로 보고해야 하고, 실상은 돈보다는 그보다 예산도 적게 들면서, 정작 며칠이라도 도와줄 일손이
필요한데 왜 이걸 몰라주는지 참 환장할 노릇이어요.
스포츠 24가지 종목 운동할적에 4가지 신체적 부딛힘이 많은 축구, 풋살, 농구 등 만 빼고는 보건교사를 안전요원으로 협조라며
충원하는데 서로 지역 간호사끼리 알력과 긴장감을 연출하는 업무로서 강제사항이지요. 누가누가 다녀왔고, 누구는 한 번도 지원을 안했다고 완곡한 어법으로 전산망에 띄워대니 안 갈수가 없는 강제이지요. 거리도 멀고, 주말에 운전해서 가보면, 아무 것도 준비가 안되어 있고, 소화제와 빨간약 한 통갔다 놓으니, 그 무식함에 난감함이라니요.
긴급환자가 발생하면, 일단 맥박, 혈압, 체온, 펜 라이트 등으로 의식수준과 활력증상을 체크해야 하는데, 교육청 실무사가 알 턱이 없고, 스포츠 담당교사는 그저 보건교사민 충원하려는데 급급해서, 협조 안해준다고만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받았지요. 위기관리가 허술하고 안전망도 갖추지 않은 채 상시적스포츠 활동을 하니 이 부분은 반드시 예산을 확보해서 응급 도구를 갖추고 이를 다룰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를 관행대로 , 예산절감을 이유로, 보건교사 길들이기로 어째 갑질하려는 통에 안전망만 허술하다는 , 참으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 벌어진다 싶은거지요. 세월호가 터져도 왜 맨날 제자리일까요. 나부터 돌아봐야겠어요.
그래도 노조와 교육청이 둥글게 앉아서 이렇게 저렇게 협상과 타협을 해가며 안건 하나 하나 해결해가는 정책협의회를 보니, 시간 아깝지 않고 좋았지요, 이것이 민주주의의 공공성이다 싶은 거지요. 민주주의가 뭐 책상 공부를 실현하는 실제화, 구체화의 삶이 아닐까요? 타자에게 귀를 기울이는 여유의 시공간이겠지요.
결과물로서의 '전문가성'이 아니라 과정, 곧 자신의 분야를 더 넓고 깊게 알기 위한 노력과 태도에 있다고 본다. 전문가 됨을 결과적인 차워에서 보면 정체나 퇴보만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 세상의 모든 전문가는 현재 진형형이며, 본질적으로 불완전함을 전제로 존재한다. <정은균(2017), 오늘의 교육: 학식있는 무식꾼과 교직 전문성, 교육공동체 벗, p 53>
트럼프 아시안 순방에 대하여, 네티즌들이 그동안 언론과 미디어에 속았다며, 급호감으로 바뀌었네요.
세계 정세를 제대로 읽어내고, 자국을 대변하며, 오바마보다 한국에는 일본에 비해 실제적 호감을 가지고 국회연설 30분 동안 원고를 보지 않은 공부에 다시보기, 톺아보기로 호의적인 댓글로 전환이 되었네요.우리나라 국회의원들도, 국정원도 저렇게 공부하며 준비하면 얼마나 좋으냐면서요.
교사들이야말로 매일매일 자라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춘기 아이들 앞에서 공부 안하면 배길 수가 없는 시대인대요.
김명길(2015)은 <학교는 시끄러워야 한다>면서 교사는 계속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지요. 그래도 그는 밤내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퇴임인사를 하는 군요. 그럴 것 같아요. 아무리 공부해도, 인생은 미완성이다싶어요.
꽃눈이는 어쩜 앞마당으로 자리바꿈 해주는 순간 '완성'이 이루어질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저로인해 얼마나 그 완성을 인간에게 파동의 물결로 물들이는지 생색낼 줄도 모르면서말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