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 첫번째
무념무상의 경지
참선 수행은 걷거나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누워 있거나 말하거나 침묵하거나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습니다. 능력을 기르면 깨어 있는 모든 순간 행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처음 참선하는 방법을 익힐 때는 앉아서 하는 것을 기본자세로 하며, 이를 좌선이라고 합니다. 좌선. 번뇌와 망상이 없는 평화로운 마음의 상태로 앉는 것. ‘좌’는 앉아 있다는 뜻이죠. 여기서 앉아 있다는 건, 몸의 자세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지러운 마음을 내려놓고 쉬는 것을 진짜 앉아 있다고 말해요. 눈으로 분별하는 마음, 귀로 분별하는 마음을 쉬고, 코로 분별하는 마음, 입으로 분별하는 마음, 촉감으로 분별하는 마음도 쉬고, 과거에 대한 집착도 쉬고 미래에 대한 추측과 상상도 쉬는 것. 그게 바로 진짜로 앉아 있는 것이죠. 또한 ‘선’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생각이 일어나기 이전의, 번뇌와 망상이 일어나기 이전의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고요하고 평화롭고 자유로운 마음을 일으키는 것을 말합니다. 무념(無念), 무상(無相), 무주(無住). 달마대사의 여섯 번째 제자인 육조 혜능대사가 한 말이에요. 선이라는 마음의 상태를 혜능대사는 무념, 무상, 무주라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번뇌와 망상이 없는 것을 무념, 어떤 고정된 생각이 없는 것을 무상, 어느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 마음을 무주라고 해요. 그 내용을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마음속에 헛된 생각이 없는 것을 무념이라고 합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멍한 상태가 아닙니다. 생각을 할 때, 온갖 집착을 내려놓고, 자기 고집이나 욕심을 일으키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다음으로 무상은 고정된 상이 없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무언가를 보거나 누군가를 생각할 때, 자연스럽게 함께 떠올리는 상들이 있습니다. 할머니란 단어를 들으면, 자동으로 시골의 전원 풍경이나 할머니가 지어주신 솥밥 냄새가 떠오르며 포근함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죠. 과거의 경험과 지식과 정보에 의해서 대상과 연관된 관념, 편견들이 생겨나는 거죠. 그런 관념들은 모두 내가 만들어서 그 대상에 대입시켜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런 상이 생기기 이전의 마음을 생생한 마음, 살아 있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지어낸 고정된 생각이 없는 것을 무상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무주는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줬다고 합시다. 한번 내가 큰 도움을 줬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그 생각에 계속 얽매이고 끌려가게 됩니다. 도움을 줬던 사람의 반응이 미지근하면 서운해하기도 하고, 도와준 일 때문에 내 상황이 어려워지면 그걸 후회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는 등 여러 감정에 휩싸이는 거죠. 이렇게 어느 한곳에 얽매여 머무르거나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상태가 바로 무주입니다.
그러니까 무념, 무상, 무주한 마음이야말로 어디에도 물들지 않은 우리 본연의 마음, 원래 있었던 마음이라는 뜻입니다. 그러한 본연의 마음을 일으켜서 진짜로 쉬면서 앉아 있는 것이 바로 좌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선 두번째
좌선 메뉴얼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몸의 자세가 아주 중요합니다. 그릇이 안정되고 깨끗하게 준비되어야만 내용물을 잘 담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아주 옛날부터 지금까지, 마음 수행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좌상 자세를 취했습니다. 이 방법이 가장 과학적이고 조화로운 방법이죠. 대표적인 좌상 자세로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결가부좌가 있습니다. 오른쪽 다리를 왼쪽 허벅지 위에 올리고, 왼쪽 다리를 오른쪽 허벅지 위에 올리는 자세를 결가부좌라고 해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안정된 자세죠. 하지만 사람마다 체형이 다르니까 각자의 몸에 맞춰야지 꼭 지켜야 하는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허리를 세우고 방석으로 엉덩이 아래를 받쳐주면, 다리가 좀 더 편안해집니다. 각자 편한 방식대로 방석을 놓고 조정해서 앉으시면 됩니다. 바른 자세를 잡는 데 특별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다섯 번째 척추를 펴는 것입니다. 보통 척량골을 펴라고 말을 하는데요. 우리 몸에 있는 척추 서른세 마디를 척량골이라고 합니다. 특히 꼬리뼈에서 위쪽으로 다섯 번째 척추를 펴야 합니다. 수행할 때 그 부분이 곧게 펴져 있어야 상체와 하체의 기가 잘 통합니다. 몸의 순환이 원활하게 되고 호흡도 아주 깊어지고 머리가 맑아집니다. 이 다섯 번째 척추가 굽어지면 기의 흐름이 꽉 막혀서 몸이 답답해지고 호흡도 짧아져요. 머리에 잡생각도 굉장히 많아지죠. 그래서 저는 좌선할 때 다섯 번째 척추를 펴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여깁니다.
척량골을 폈으면 고개는 반듯하게 들고 턱을 자기 앞으로 살짝 잡아당깁니다. 눈은 편안하게 떠서 1미터 앞을 향하게 합니다. 앞에 있는 사물을 의식하며 또렷이 보는 게 아니라, 그냥 시선만 거기에 두는 거죠. 눈을 감으면 졸음이나 혼침에 빠지기 쉬우니까요. 혀는 입천장에 살짝 올려붙이고, 오른손을 펴서 그 위에 왼손을 얹고, 엄지손가락을 맞대어 자기 배꼽 아래에다가 붙입니다. 나 자신과 주변을 고요하게 하는 손의 모양입니다. 좌선을 처음 시작할 때 몸의 자세를 바로 해두면 나중에 오랫동안 좌선을 하는 데 아주 좋습니다.
안정된 자세를 만들었다면 이제 호흡을 해야 합니다. 호흡은 코로 숨을 들이마셔서 아랫배까지 깊게 빨아들이고 다시 천천히 코로 내쉬는데요. 숨을 들이마실 때, 어깨와 가슴과 갈빗살이 위로 살짝 올라가고, 아랫배는 앞으로 살짝 내밉니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호흡을 할 때마다 약간의 움직임이 있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억지로는 하지 마시고요. 아무래도 호흡이 짧으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쉽게 짜증이나 싫증이 나서 금방 그만두게 됩니다. 호흡을 길게 하면 무엇이든 끝까지 마치게 되는 힘이 생깁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단계입니다. 좌선을 할 때는 의식이 아주 중요해요. 이 의식은 호흡에 맞추는 게 좋습니다. 호흡을 따라서 의식이 함께 가는 거죠. 숨을 들이마시면 의식이 저 아랫배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내쉴 때는 의식이 숨을 따라서 나와 코끝 10센티미터 밖까지 갑니다. 그렇게 호흡을 따라서 의식이 몸속으로 들어왔다가 밖으로 내쉬어지기를 반복하다 보면, 마음이 금방 고요히 가라앉게 되죠.
그러다가 다른 잡생각이 일어나면, 내쉬는 호흡에 놔버리고 다시 아주 밝은 상태의 자기로 돌아온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그런 뒤 다시 새 호흡을 들이마시면서 그 호흡에 의식을 얹습니다. 참선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의 기초 단계에서는 이렇게 호흡을 따라서 의식이 가는 훈련을 먼저 하게 됩니다.
자, 한번 같이 해볼까요.
하나, 다섯 번째 척추를 세우고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둘, 고개를 들어 턱을 당기고 시선을 앞에 둡니다.
셋, 코로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아주 천천히 내쉽니다.
넷, 장호흡을 반복하면서 마음을 고요하게 합니다.
다섯, 호흡에 의식을 붙입니다.
여섯, 잡생각이 생기면 내쉬는 호흡에 놔버리고
일곱, 들이마시는 새 호흡에 다시 의식을 따르게 합니다.
금강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