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대의 건축공간 산책-1 / 대구문화 2011년 2월호>
비움의 마당에 문화를 채운 건축공간 - KMG의원
좋은 건축물을 두고서 ‘멋지다, 아름답다, 독특하다’라는 표현은 건물의 조형성을 두고서 일컫는 일차적인 표현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참 좋은 공간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건축은 사람의 품성과 마찬가지로 건축 내면의 품격을 표현하는 말이다. 우리 주변에서 그러한 건축 공간의 품격을 가진 건축이 많이 생겨날수록 도시의 수준과 품격이 높아지는 것이다.
도시는 항상 변화하고 진화한다. 고층 건물과 새로운 상업거리가 생겨나기도 한다. 그 변화 진화의 속도는 경제적 분위기와 완급을 같이 하는 것이다. 우리 도시 주변에서는 작은 변화와 조용한 변신으로 거리와 골목은 꿈틀거리고 있다.
근간, 눈에 띄게 변신하는 거리중의 하나가 앞산 아래 현충로 대명9동, 남명삼거리 주변이다. 앞산 아래 대명동은 지난날 고급 주택동네로 아직도 저택의 골격을 보여주는 집들이 남아있지만 도로변 집들일수록 경제논리에 따라서 변신이 진행 중이다.
변신의 아이템은 브랜드 커피솦, 레스토랑, 웨딩, 헤어샆, 의상실,,, 상업소비 지상주의 속에서 갤러리 뮤지엄 등 문화 공간도 공존한다면 참으로 다행스러울 것이라고 지나칠 때마다 눈여겨지는 거리다.
남명삼거리에서 서향 길로 100여 미터에 이르면 주차마당과 함께 목재마감의 단층건물이 다소곳이 앉아있다. 케이엠지(KMG)- 형태와 이름으로 보아서는 카페인지 갤러리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워 보이지만 작은 동네 의원이다. 건축이미지의 고상함으로 인해 병원 인지도를 손해(?) 보아서 인지 다시 선명한 의원간판을 내달았다. 2004년 4월에 주택을 헐고 지은 이 건물은 동네 변신을 이끈 터주 대감이라고도 하겠다.
복잡한 주차장만 경험하는 도시에서 드물게 한적한 주차마당이다. 주차마당에 들어서면서, 카페 혹은 갤러리 분위기의 건물에 들어서면 방문객(환자)의 마음은 넉넉해진다. 문을 열면 의례히 만나는 홀 간호사 접수카운터가 아닌 기다란 벽이 막아선다.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좁다란 골목 회랑으로 유도된다. 10여 미터 골목 끝을 돌아서니, 갤러리 카페 분위기의 대기공간을 만난다. 건너 벽면에 K작가의 작품 3종 세트가 선명하게 눈길을 끈다. ‘어이쿠 봄간다’, 카페의자에 앉아 천천히 시선을 둘러볼 곳이 참 많다. 군데군데, 여러 방마다 작은 공간과 벽면은 물론 화장실에 까지도 그림 조각 작품들이 자리하여 건축품격은 물론 건축주의 인격(?)까지를 대변하는 듯 하다.
지난해 이른 봄, 이 건물을 처음 방문하였을 때를 기억한다. 작은 봄꽃 화분들을 여럿 들여놓고는 건물 곳곳에 자리 배치하느라 팔 걷어붙이고 분주하던 집주인 원장님의 모습을, 서양에서 집에 대한 이런 말이 있다. ‘설계자는 집의 절반을 만들 뿐이다. 그 절반은 살아가며 집 주인의 애정으로 완성되어진다.’
KMG의 클라이막스는 키 큰 태산목 한 그루가 있는 중정 마당(마루)이다. 그 자리에 있었던 나무를 보존하여 집을 배치하였다 한다. 아파트 한 채가 들어않을 공간이다. 이 중정공간은 미술전시장이 되기도 하고 저녁이면 음악연주회가 열리고 문화교실이 되기도 하는 다목적 문화공간이다. 한켠, 오브제 같은 유리타워 계단을 오르면 앞산을 조망하고 도시를 내려다 불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집 주인은 가끔씩 올라가 머리를 맑게 하고 앞산 정기를 받는 공간이라 한다.
오픈된 진료실은 원장이 건너편 대기실과 동선 내부를 관찰할 수 있다. 진료 틈틈이 독서와 음악을 감상을 할 수 있는 편리한 요령(?)을 건축에 잘 적용한 같다. 벽면을 열면 혼자만의 휴게실 공간이 연결되고 방문자들이 편히 머물 수 있는 다실이 있다.
트인 내부의 중정 공간을 중심으로 병원의 기능과 실들이 둘러서 연결되어 있다. 과다해 보이는 면적과 동선은 좋은 공간을 위해서 치러야 할 대가일 것이며 의사 주인은 약간의 불편을 감수할 수도 있을 만큼의 충분히 가치 있는 공간이라고 찬사를 드리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선택과 실천이 쉽지만 않은 건축주의 마인드이기 때문이다. 마당을 가득 채워 저렴하게 건물을 짓고 나머지 면적은 커피솦 세를 놓는 현명한 경제학을 벗어난 문화적 건축공간을 선택을 존경하는 것이다.
‘내과의원 KMG’ 근린생활시설의 건축 하드웨어 속에는 ‘문화공간 KMG’라는 소프트웨어가 자리하고 있다. ‘문화공간 KMG’에서 열리는 공연 전시 행사와 ‘대명동 모임’이 매스컴과 문화예술계 통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채우지 않고 비워진 건축의 내부공간, 즉 중정 마당이 존재하기에 문화 예술의 공간으로 채워질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가 좋은 건축을 짓고 의도하는 공간에서 생활을 누리고자 하는 것은 현대인의 소망 이자 큰 행복이다. 옛 선현들은 서원을 짓고 후학을 가르치고 학문과 풍류를 즐기는 것을 통칭하여 ‘건축을 경영한다’는 표현을 했다. 물질과 상업성 일변도만이 아닌 건축경영 문화경영 상업경영도 기대해 본다.
( 최상대 / 대구건축가협회 회장 )
도로에서 본 KMG 건물,지붕 모서리에 조각 작품이 있다.
갤러리 분위기의 대기실, 벽면 유명작가의 그림이 눈길을 끈다.
큰 나무가 있는 중정마당이 건물의 중심이다.
중정마당, 건너편 원장 진료실이 대기실에서 바라보인다.
한여름밤의 음악회가 열리는 중정공간
설치미술 작품이 전시되어있는 중정공간.
건물내부 중정마당과 외부 주차마당의 배치 스케치
첫댓글 글 솜씨가 예사롭지 않으십니다. 대구문화에서도 보았습니다.